석촌동성당 게시판

군대에 할머니를 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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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욱 [asinusdei] 쪽지 캡슐

2001-04-28 ㅣ No.2722

이병 송영욱 프란치스코 신학생.

 

아직 백일도 되지 않았지만 청원휴가를 나왔습니다.

 

왜?

 

할머니가 돌아가셨으니까...

 

 

본인의 조모께서는 작년 여름에 실신. 그 후로

 

계속 누워계셔야 하게 되고, 사람들을 못알아 보시는 등의

 

증상을 보이시다가, 결국 제가 군에 가 있는 사이.

 

바로 어제 새벽에 임종을 맞으셨습니다.

 

 

금일 8시. 임무수행지역에 있던 저는 본부 행정반에서

 

급히 돌아오라는 소식을 듣고 복귀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전화해 보라는 고참들의 말.

 

할머니 문제라는 말에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전화에서 할머니께서 강남병원 영안실에

 

누워계시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는

 

왜 그리도 눈물이 멈추지 않던지...

 

 

지금은 집에서 휴식하는 중입니다. 얼마 안있으면

 

밤을 새며 문상객들을 맞아야 하겠지요.

 

부디 여러분들은 부모님 살아생전에 효도를 다하기를...

 

 

그리고 제 소식 보내겠습니다.

저는 제2사단(노도부대) 31연대(백호부대)의 군종병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 군종병이 된 데에는 사연이 있죠.

신병교육대 대대장님이 신자라서 저를 신교대 조교로 쓰면서

군종 시킬려고 했는데, 조교들이 보니까 저는 조교로써는

영 아니올시다였거든요. (조교는 욕도 잘하고 신병들 잘

굴려야 합니다) 그래서 저를 여기 남기지 않으려고 군종특기를

부여한겁니다. 군종특기를 받으면 적어도 연대급 이상에서

군종병을 하게 되지요. 연대급 이하 부대에서의 군종은

소총수면 소총수, 포병이면 포병. 제 할 일 다하고 군종일을

하지만, 연대급 이상의 군종병은 군종활동 자체가 보직인

군종병입니다. 보통은 대대군종 등을 한 군인이, 전 연대군종이

떠나면 그 자리를 메꾸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래서 연대군종은

대부분이 병장이지만) 저는 이등병 시절부터 연대군종을 하게

된 겁니다. 저는 지금 연대 본부중대 참모소대 1분대에서 살고,

성당에서 종교행사를 하지 않을때는 연대 지휘통제실에서

상황근무를 섭니다. 쉽게 말해서 전화받는거지요. 심심하면

2사단 교환대에 전화를 걸어서 "31연대 지휘통제실,감사합니다"

하고 전화해 보십시오. 요즘은 거의 제가 받으니까요.

기독교 군종은 말년휴가가고, (전역하는 날도 10일밖에 안남았음)

불교군종은 부처님 오신날 행사준비에 바쁘거든요. 혹시 다른

사람이 받으면 "송영욱 이병 바꿔!"라고 당당히 말하십시오.

그러면 간부인줄 알고 얼른 바꿉니다.

그러다 정체가 탄로날 경우는 책임 못지지만.

 

지금 2사단 신부님이 부활 미사를 마지막으로 해서

동티모르 상록수부대로 파견나가셨습니다. 지금부터 8월,

새로운 신부님 발령이 나오기 전까지는 저희 사단에

군종신부님이란 없습니다. 미사야 일주일에 한 번,

옆 사단 신부님이 오셔서 해주신다고는 하지만 신자수가

눈에 띄게 줄은건 사실입니다. 저번 수요일 야간 종교

행사는 전 연대를 통틀어서 두 명밖에 안왔습니다.

 

슬픕니다...

 

 

제 주소는

"강원도 양구군 남면 청4리 사서함 108-15

백호성당 군종병 앞 (혹은 제8203부대 본부중대)

우편번호는 255-810"

이라고 보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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