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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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동 [AngelaPark] 쪽지 캡슐

2000-03-06 ㅣ No.1317

할아버지,안녕하세요.

저,안젤라입니다.^^...

지난 금요일 돌아 와서 어저께 주일미사 드리고

성가대 친구들이랑 밥 먹으면서 푹 자려고 소주 두잔 마시고

집에 왔는데 이렇게 잠이 달아나, Web에 들어 왔어요.

언니가 지난 주에 다녀 가시는 바람에 못 뵜다고 그러던데

잘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9시 뉴스를 틀어 줘서

보고 있는데 얼핏 할아버지가 나오시는 것 같아 유심히 봤더니 삼일절 만세

운동을 부활시켰더군요. (유권자 권리 만세 운동인지 정확히 파악이 안되었지만) 약간 생소하기도 하고 민족의 얼이나 정기를 재 정립하자는 의도인지 하여튼 분명하게 이해가 되진 않았어요. 하지만 할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이니 안심하고 믿어도 될 만큼 좋고 뜻깊은 일이란 생각이 들어요.

 

여행을 하다 보면 잘 지내고 잘 먹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가도

갑자기 피로가 몰려오면서 더이상 여행을 하는 게 불가능하게 느껴지는 때가 있잖아요? 이국땅에서, 어쩔 수 없는 이질감때문에 신경이 몹시 피로하고 마음이 우울해지는 그런 밤들이 저에게도 빠지지 않고 찾아 왔던 게죠. 그런 막막한 밤이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레 성모송을 외거나 주님께 기도를 드리게 되었어요. 처음 몇분동안은 기계적인 반복처럼 느껴져 지루하지만 이윽고 찾아오는 고요한 만남... 그분이 쓸어 주시는 따뜻하고 충일한 느낌, 내일도 변함없는 에너지와 활기로 새날을 맞이하리라는 각오가 정말이지 저의 내부에서 흘러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분에게 매달리려 뻗은 손을 통해 전율처럼 저에게 전해지는 것이죠. 그분께 전적으로 시간을 드리고 매달리기만 하면 언제든지 응답하시는 자비로운신 분이시란 걸 홀연히 깨닫게 되면 찾아드는 깊고 부드러운 잠, 마치 엄마 젖을 배불리 먹고 아무 근심없이 푹 잠드는 어린 아기처럼 다만 순하기만한 잠이 찾아들곤 했어요.

 

일상적인 삶에서 벗어나니 외로움도 느끼고 그러자니 자연 주님을 찾게 되는 간사한 저이지만 역설적으로 외로움과 맞닿을 수 있는 여행을 통해 당신과 더 깊이 친화하리란 걸 예상하시고 저를 부르신 주님께 다만 감사드릴 뿐입니다.

정말이지 이제서야 비어 있음으로써 충만하리란 말을 알 것 같아요.

 

그분께서 부르시면 언제나 달려 갈 수 있도록 깨어 있을 것! 이것이 이번 제 사순절 묵상 주제입니다. 할아버지도 부드럽고 따뜻한 그 분의 품안에서 사순절의 참된 의미와 다시 만나시고 부활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기도드릴께요. 꽃샘추위 조심하시고요!!  

 

 

 

안젤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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