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사과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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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정 [ajk1202] 쪽지 캡슐

2000-03-22 ㅣ No.3924

 

 

 

 우선 제가 마지막으로 썼던 글에 대한 사과말씀 드립니다.

 

 

 생각해 보니 제 잘못으로 인해 생긴 병을 자랑이라도 하듯

 

 두서없는 글 생각없이 써 올렸던 것 같습니다.

 

 

 

 

 위궤양 병난거 자랑인가? 후회인가? 앞으론 잘 하겠단 얘긴가?

 

 

 

 저희 아버지가 제게 하신 말씀중 하나 입니다.

 

 그런 뜻이 아니셨을 수도 있지만..

 

 저에겐 따끔한 충고로 들렸습니다.

 

 

 모르겠더군요..

 

 자랑인지, 후회인지, 아님 앞으로 잘 하겠단 얘긴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니..  생각하기 전에 벌써 느끼고 있었나 봅니다.

 

 조금은 잘못된거 같다고...

 

 

 

 

 전 10살 때부터 문정동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다른분들도 그러시겠지만...

 

 저 또한 성당에 대한 사랑은 남과 다들게 없었습니다.

 

 솔직히 신앙 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냥 성당 가는 것이 좋았고,

 

 하느님과 얘기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주말마다 성당 가는 것이 즐겁고, 성당 친구들 만나는 것 또한

 

 제겐 잊지못할 추억이었습니다.  지금도 물론 그렇구요..

 

 엄마에게 잔소리를 들을 정도로 성당에서의 나의 시간은 많았습니다.

 

 전례부, 성가대 등 어느곳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이,

 

 다솜제나 캠프때 제가 성당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고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때는 과분하게도...

 

  중,고등부 성가대 부장이라는 무거운 직책도 맡아 보았습니다.

 

 물론...  제대로 한건 하나도 없습니다.

 

 

 그해 가을쯤, 미국에 가게 될 기회가 생겼습니다.

 

 가족, 친구들, 성당과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슬펐지만..

 

 새로움을 경험한다는 것에 들 떠 있었습니다.

 

 

 너무나 어리석은 생각이지만..

 

 내가 성당을 떠나면...  여긴 어떻하지?

 

 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웃음이 나오신다면..  웃으셔도 됩니다.

 

 저도 지금 웃고 있으니까요.

 

 

 어느날부터 성당일에 소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과 선생님들께는 이제 미국에 가니까,

 

 더 이상 성당에 정들고 싶지 않다..  정리하고 싶다...

 

 라는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변명이랍시고 지껄이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냥..모든게 다 귀찮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질 생각, 낯선곳에 가게 될 두려움,

 

 나 자신에 대한 생각들 때문에...

 

 성당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다들 이해해 줄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성가대 부장 이라는 직책..

 

 이제는 내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너무나도 책임감 없는 한심한 생각이었다는거 압니다.

 

 시간이 흐르고...  정말로 잘못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서...

 

 같이 성가대를 맡았던 동욱이와 반주자였던 지은이

 

 그리고 모든 성가대 단원들과 선생님들께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후회할 짓만 골라 하면서..

 

 미국에 왔습니다.

 

 성당..  여기도 한국성당이 있는데...  딱 두 번 가봤습니다.

 

 한번은 미국 처음 왔을때 할머니, 할아버지와 가봤고,

 

 또 한번은 부활절 때 같은동네 사는 숙모에게 끌려 억지로 갔습니다.

 

 

 차타고 30분...

 

 낯설고 아는사람 하나 없는 미국에서의 성당..

 

 가기 싫었습니다.

 

 

 나에게 성당이란..

 

 항상 즐겁고 모두와 인사하며 나를 필요로 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

 

 물론 느꼈습니다.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성당이라는 곳의 참 뜻도 생각해 보고, 내가 왜 성당에 다녔던건지,

 

 나의 신앙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뭔가 잘못이 있다는건 알겠는데..

 

 나의 그 생각들..  왠지 깨고싶지 않았습니다.

 

 

 

  방학이 되어 한국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오자마자 성당에 가봤지요..

 

 웃기도, 울기도 많이 하던, 그렇게도 그리워 하던 문정동 성당..

 

 다르더군요..

 

 

 그냥 그랬습니다.

 

 낯설었던 미국성당과 별로 다를바 없었다면 정말 솔직한 걸까요.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가고..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거 같고..

 

 한해, 두해가 지나면서..

 

 그생각은 점점 더해갔습니다.

 

 

 그리고..  어느해부터 한국에 나가도 성당은 그냥 아는분들에게

 

 인사하러 가는 곳 이라고 생각하게 되버렸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작년 여름, 한국에서 아빠가 보여주었던 문정동 성당 게시판.

 

 한국에선 정신없는 하루하루에 지쳐 볼 기회가 없었는데..

 

 미국와서 들어와 보니 너무 좋더군요.

 

 하고싶은 말 맘껏 하면서..

 

 서로가 얼굴을 마주보며 하기 힘든 말들도 적어가며..

 

 신기하기도 하고..  말 그대로 좋았습니다.

 

 

 다시한번 성당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인것도 같았습니다.

 

 가입인사를 하고, 제 미국생활을 토대로 글도 가끔 올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고, 찬성도 해 주셨고,

 

 아버지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까지 생겼습니다.

 

 

 

 그런데 벗어날 수 없더군요..  제 한심한 생각들..

 

 

 사실 전 할 말이 별로 없었습니다.  

 

 게시판에 사람들이 하는 얘기들은 공감하기 어렵고..

 

 문정동 게시판에, 문정동 성당에 대한 것을 모르는 제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쓸 수 있는 것은 나의 이야기들 뿐..

 

 많이 읽어주시고 격려도 해 주심에 좋은 나머지..

 

 좀 오버 했었습니다.. 누가 뭐라 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그렇게 느꼈습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했나요..

 

 괜히 암것도 아닌 일에 제가 이렇게 주절주절 지껄이고

 

 있는거라면 오히려 다행일거 같네요..

 

 너무 욕심이 지나친 제 또하나의 잘못 일 수도 있겠구요..

 

 

 

 

 꼭 성당에 나가야만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성당은 나가지 않지만..

 

 결코 제 마음이 소홀해지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죄도 뉘우치며 살도록 노력 할꺼구요..

 

 

 

 

 오늘.. 부끄러운 얘기를 너무 많이 해버렸습니다.

 

 좀 창피하기도 하지만..  좋습니다..

 

 그냥 좋으네요.  이유 없이..

 

 이제..  이런 생각 안하고..

 

 또다시 성당이랑 상관 없는 제 얘기 팍팍 해가면서..

 

 꿋꿋히 게시판에 먹칠 할껍니다.   -_-

 

 성당 게시판 이라고 해서, 문정동 게시판 이라고 해서

 

  꼭 그것들에 관한 사건들만 올리는 곳은 아닐테니까요.

 

 

 

 그리고 군대 이야기 말인데요..

 

 군대에 대해서 암것도 모르는 제가..

 

 유머란에서 넘 재미나게 읽었던 글이라 생각없이 올렸습니다.

 

 군대 다녀오신 분들, 군대에 계신 분들, 이제 가실 분들..

 

 제 글 읽고 황당하셨다면 상관하지 마시고 국방의 의무 다해 주세요.

 

 그냥 웃어보자고 올렸던 글 이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정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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