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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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1동성당 [suyu1] 쪽지 캡슐

2005-04-22 ㅣ No.430

 

두 천사가 여행을 하다가 어느 부잣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그 집 사람들은 거만하여 저택에 있는 객실 대신 차가운 지하실의 비좁은 공간을 내주었다. 딱딱한 마룻바닥에 누워 잠자리에 들 무렵, 늙은 천사가 벽에 구멍이 난 것을 발견하고는 그 구멍을 메워주었다. 젊은 천사가 그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네."
그 다음날 밤 두 천사는 아주 가난한 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농부인 그 집의 남편과 아내는 그들을 아주 따뜻이 맞아 주었다. 있는 거라곤 얼마 되지는 않는 음식을 함께 나누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침대를 내주어 편히 잠잘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날이 밝았다. 그런데 농부 내외가 눈물을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들이 우유를 짜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유일한 소득원인 하나밖에 없는 암소가 들판에 죽어 있는 것이었다.
젊은 천사가 화가 나서 늙은 천사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둘 수 있느냐고, 부잣집 사람들은 모든 걸 가졌는데도 도와주었으면서, 궁핍한 살림에도 자신들이 가진 바 전부를 나누려 했던 이들의 귀중한 암소를 어떻게 죽게 놔둘 수 있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늙은 천사가 대답했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네. 우리가 저 저택 지하실에서 잘 때, 난 벽 속에 금덩이가 있는 것을 발견했지. 그 집 주인은 탐욕으로 가득 차 있어서 자신의 부를 나누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벽에 난 구멍을 봉해서 그가 금을 찾지 못하게 한 것일세. 어젯밤 우리가 농부의 침대에서 잘 때는 죽음의 천사가 그의 아내를 데려가려고 왔었네. 그래서 대신 암소를 데려가라고 했지.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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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눈에 보이는 것 때문에 속을 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째 이럴 수가 있느냐고 원망에 가득 찬 마음으로 하늘을 쳐다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랍니다. 당장의 행복이 불행의 씨앗일 수도 있고, 반대로 이유를 알 수 없는 불행이 사실은 오히려 나를 위한 것일 수도 있답니다. 내 기대대로, 내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너무 속 끓이지 맙시다. 하느님의 손길은 오묘하고 그분의 마음은 우리 마음 보다 훨씬 크신 분이니, 우리가 알지 못하는 길이 우리 앞에 펼쳐진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을까요? / 손희송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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