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20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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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2-08-25 ㅣ No.958

연중 제20주일(가해. 2002. 8. 18)

                                        제1독서 : 이사 56, 1. 6 ∼ 7

                                        제2독서 : 로마 11, 13∼15. 29∼32

                                        복   음 : 마태 15, 21 ∼ 28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부모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엄마가 겪어야 하는 고통을 시작으로 아이의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일, 그리고 건강하게 아이가 잘 자랄까하는 걱정 등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끔 아이들의 귀여운 짓거리와 부모의 생각을 알고 알아서 해줄 때는 행복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부모가 가장 약해질 때가 바로 아이와 관련이 있는 일을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병으로 아파하는 자녀의 아픔을 바라보는 것이 부모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이 아닐까 합니다.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말지…'라는 한숨 섞인 어머니들의 한탄이 귀에 울립니다.  꼭 아이가 아픈 것이 부모의 잘못인양 부모는 죄인이 되어 큰 소리 한번 못 내고 병으로 아파하는 아이를 위해 모든 일을 찾아다닙니다.  체면불고하고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가나안 여인도 오늘의 우리의 어머니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오늘 가나안의 여인은 자기 딸의 아픔, 고통을 자기 것으로 여기는 어머니였습니다.  이 여인은 이방인이었지만 그녀의 마음에는 하느님께서 언제나 당신의 자녀들을 사랑하시듯 딸에 대한 사랑이 가득했습니다.  소문으로 듣던 낯선 예수님께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분명하게 거절을 당하여도 참고 견디며 간청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어머니의 사랑의 힘이었습니다.  또한 이 가나안 여인은 믿음이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에게 무관심하고 폐쇄적이고 멸시하시는 듯한 예수님의 태도와 너무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가혹한 예수님의 말씀에도 그 여인의 믿음은 더 확고하게 드러납니다.  이러한 여인의 믿음을 확인하시고 나서 예수님께서는 "여인아!  참으로 네 믿음이 장하다.  네 소원대로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하시며 그 여인의 딸의 병을 고쳐주십니다.

 

  많은 이들은 예수님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이방인을 무시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방인도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이방인 여인의 진실한 믿음을 제자들 앞에서 보여주심으로써 유다인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구원이 그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말하고 싶으셨을 것입니다.  믿음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구원을 받을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은 오래 전부터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은총을 모든 이에게 베푸시기로 작정하셨음을 알 수 있게 합니다.  또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자신을 이방인들을 위한 사도라고 하면서 자신이 맡은 직책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동족의 구원까지 염려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구원은 어느 한 민족이나 어느 한 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믿음을 가지고 있는 모든 이에게 이루어지는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무시당해도 예수님께 매달릴 수 있는 신앙인, 가나안 여인처럼 어떤 처지에서도 자신을 끝까지 낮출 수 있고 예수님을 신뢰할 수 있는 신앙인이 바로 우리의 믿음의 자세입니다.  만약에 우리가 기도 중에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무관심하다고 느껴지거나, 다른 사람의 기도만 들어주신다는 느껴지거나, 하느님의 은총을 받기에 우리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될 때 오늘의 가나안 여인을 기억하여야 하겠습니다.  겸손하게 자신을 낮출 수 있고 기다릴 수 있고 예수님께서 가나안 여인의 마음을 채워주셨듯이 우리도 채워주신다는 믿음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아픈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진다면 언제나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겸손하게 기다리며 믿음을 가지고 지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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