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설(나해) 루카 12,35-40; '24/02/10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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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4-01-21 ㅣ No.5660

(나해) 루카 12,35-40; '24/02/10 토요일


 

 

 

 

 

 

설 합동 위령미사를 봉헌하며 기억하는 분들

우리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들과 조상님들, 대부 대모님들,

우리의 오늘이 있기까지, 우리에게 영향을 끼쳤던 가족과 친척, 친지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지도자들, 선생님들, 은인들, 후원자들, 이웃사촌들, 수호천사들,

우리나라의 국토와 민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졌던 순국선열들, 독립투사들, 의사들, 호국 열사들, 무도인들, 드러나지 않아 이름조차 모르는 의인들,

일본 제국주의의 대동아 침략 전쟁에 끌려가고 억울하게 징용된 남녀 민간인들, 6.25 남북전쟁과 외국에 파병 나가 생을 마감해야 했던 무명용사들과 화학 전쟁 등의 참여 폐해로 한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상이군인들과 남녀 피해자들과 유가족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우리와 우리 사회와 문화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애쓰신 선열들, 순교자들, 신비가들, 영성가들, 사상가들, 군자들, 철학자들, 예술가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우리 사회의 질서와 유지를 위해, 남보다 이렇다 할 큰 소득이 없어도, 대대손손이 이어오는 작업을 통해 우리 사회와 인류의 존속과 유지와 발전을 위해 희생해온 공직자들, 사회복지사들, 자원봉사자들,

우리 사회의 설립과 재건을 위해 장시간 과로하며 안전장비도 제대로 없는 산업현장에서 애쓰는 주역이면서도 이렇다 할 임금이나 적절한 치료나 의료혜택이나 보상도 충분히 받지 못한 채 어렵게 살아가는 노동자들,

농어촌과 광업 등지에서 큰 소득이 없어도 사회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꾸준하고 묵묵히 수행해 왔던 우리 사회의 숨은 일꾼들,

어찌 보면,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더불어 알게 모르게 사회의 문제와 병고와 아픔을 우리 대신 짊어지고 희생하며 살아야 했던 장애우들,

이러저러한 차별과 박대를 당하며 우리 사회에서 밀려난 난치병 환우들, 철거민들과 도시 빈민들,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사람들,

다른 사람과 다르게 생기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한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떠밀려 나간 소외된 사람들,

우리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일하면서도 존경과 칭찬은커녕 무시를 받으면서 불평등한 조건에서 살아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다문화 가정들,

그리고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서 합동 위령미사를 드리며 기억하는 모든 사람을 주님께서 무한하신 자비로 품어 안아 주시고, 그 고통과 아픔을 다 씻어주시고, 위로해 주시며, 주님 사랑으로 갚아 주시고 채워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설날은 한 해의 첫날, 11일을 지칭하는 것으로, 원단(元旦), 원일(元日), 정초라고도 합니다.

 

설의 의미와 기원을 살펴보면, 설은 묵은 해를 떨쳐버리고 새로 맞이하는 한 해의 첫머리입니다. 따라서 설이라는 말은 설다’, ‘낯설다등의 이라는 어근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설은 묵은 해에서 분리되어 새해로 통합되어가는 전이 과정으로서, 새해에 통합되기에는 익숙하지 못한 단계입니다. 설이 신일(愼日)’이라 하여 삼가고 조심하는 날로 기술된 것도 새해라는 시간질서에 통합되기 위해서는 조심하고 삼가야 된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며, 이외에 세수(歲首), 세초(歲初), 연두(年頭), 연시(年始)라는 말에서도 나타납니다.

이라는 말은 신라 때 민간에서 널리 사용되었다고 봅니다. 기록에 의하면 신라인들은 원일(元日) 아침에 서로 하례하고 일월신을 배례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설은 고려시대에는 9대속절(九大俗節)의 하나로, 조선시대에는 4대 명절의 하나로서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강제로 양력설을 쇠다가, 광복후에는 양력설인 신정에 비해 음력 11일을 구정이라고도 했다가, 1985년부터 민속의 날로 바뀌고, 1989년부터는 3일 동안 쉬면서 설날이라는 공식 명절이 되었습니다.

 

설의 민속은 한민족의 오래된 민속과 중국에서 전래된 민속이 동화되어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설날이 되면 남녀노소, 빈부귀천의 구분없이 일손을 놓고, 객지에 살던 일가친척들이 고향으로 모여들어, 어른들에게 세배를 하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냅니다. 설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미리 마련해 놓은 새 옷을 입는데, 이 새 옷을 설빔이라고 합니다.

 

설날의 제사는 차례(茶禮)와 성묘로 대별됩니다. 설날 아침 일찍 세찬(歲饌)과 세주(歲酒), 떡국을 마련하여 사당에 진설하고 제사지내는 것을 차례라고 합니다. 자손들이 모두 장손집에 모여 함께 차례를 지내고, 어른에게 새해 첫인사를 드리는 세배를 한 후에 성묘를 합니다. 성묘는 조상묘를 찾아가 간단한 세찬과 세주를 차려놓고 절을 합니다. 요즘에는 주로 한식과 추석에 성묘를 하지만,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다는 인사로서 조상에게 세배를 올립니다.

 

설날에는 농한기인 정초에 한 해 동안 농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민속놀이들이 행해졌습니다. 대표적인 놀이로는 윷놀이, 널뛰기, 연날리기, 돈치기, 승경도(陞卿圖)놀이 등이 있습니다. 설에 가장 널리 성행하는 윷놀이는 정초뿐 아니라 가을걷이가 끝나고 타작을 마치면 시작됩니다. 연에는 액()자 한 자를 쓰거나 송액(送厄)또는 송액영복(迭厄迎福) 등의 글자를 쓰는데, 이것은 그 해의 재앙이나 못된 액을 연에 실어 날려보낸다는 의미를 지닌 풍속입니다.

 

설의 절식으로 일반적인 것은 떡국입니다. 떡국은 쇠고기 또는 닭고기 국물을 넣어서 끓이지만 원래는 꿩고기국에 끓였습니다. 정초에 서로 만나면 떡국 먹었느냐고 묻습니다. 이것은 설 쇠었느냐또는 몇 살 먹었느냐는 물음으로서, 이때 떡국 먹는 것을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뜻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 북부지방에서는 만두국을 많이 먹습니다. 한국의 세주로는 약주나 청주 또는 탁주가 쓰이고, 혹은 소주에 약미(藥味)를 가미한 것이 일반적으로 많이 쓰였고, 중국에서 온 초백주, 도소주 등이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루카 12,35-36)라고 말씀하십니다.

 

명절에 가족끼리 모여, 함께 가족의 일치와 화목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 친지와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어른들에게 소식을 나누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 홀로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나 이국 멀리 와서 가족 없이 명절을 지내야 하는 외국인이나 다문화 가족들을 초대하거나 방문하여,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름다운 일입니다.

 

특별히 올해는 이 설을 쇠고 바로 이어 다음 주 수요일에, 우리는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설 기쁜 축제를 보내며, 우리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을 초대하고 방문하여, 우리가 재의 수요일에 하게 될 금육과 금식의 몫을 지금 기쁘게 나눔으로써, 마음과 내용적으로 금육과 금식을 미리 실현하면 좋겠습니다. 새삼 초대할 사람이나 방문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양노원이나 사회복지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어려운 이들을 방문한다면, 더욱더 빛나는 일이 되겠습니다.

 

우리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좋은 생각과 계획들을 이번 기회에, 마음속에다만 담아두지 말고 이웃들과 나눔으로써, 설날을 기쁘게 보내고, 가난한 이들을 통해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께 기꺼이 응답하며 축제의 기쁨을 나누기로 합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루카 12,40)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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