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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 터져나오는 ’에기노의 그림세계’

-「교회미술 다시 보기」의 ’에기노의 그림세계’를 듣고-

                                                                   김은주 안젤라

 "하나의 언어는 하나의 세계를 열어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닫혀있던 세계를 열어 보여주고 만나게 해준다는 점에서 ’하나의 그림’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에기노 바이너트(Egino Weinert, 1920- ）가 열어주는 세계는 기쁨에 충만되어 환호와 찬미가 터져 나오는 세계이다. ’숨쉬는 것 모두 주님을 찬양하라’(시편 150)는 시편 저자의 선창에 에기노의 그림들은 ’그려진 것 모두 주님을 찬양하자!’고 화답한다. 시편의 저자가 함께 찬양하기를 초대한 ’천사들’, ’해와 달’, ’반짝이는 별’, ’산’과 ’언덕’, ’나무’, 온갖 ’짐승들’, ’처녀’, ’노인’, ’아이들’(시편 148)뿐 아니라, 미처 초대받지 못한 촛불과 빈 돌항아리들, 찢긴 상처들, 숯불 위에 놓인 물고기와 그 물고기를 굽는 불꽃까지 ’에기노의 그림세계’에서는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들썩인다.

 하느님께서 ’함께 있겠다’고 사랑을 고백을 하실 때, 마리아 처녀의 방에서 불 밝히던 촛불은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위대한’ 사랑 고백의 현장에 있게 된 기쁨에 다소곳이 고개 숙인 채 빨간 불꽃을 가늘게 떤다.(그림1「성모영보」)

그런가 하면 혼인잔치의 빈 돌항아리 여섯 개는 물이 채워지기만 하면, 이제 곧 자신들 안에서 구세주 오심의 첫 번째 표징이 드러나리라는 기대와 기쁨에 목을 길게 뽑고 입을 벌려 목청껏 노래한다.

(그림2「가나의 혼인 잔치」

  이른 새벽 빈 무덤 앞에서 절망하여 울고 있는 마리아에게 나타나신 주님, 그 주님의 손과 발, 옆구리의 찢긴 상처도 부활하신 주님의 승리와 영광에 대한 기쁨을 ’아직 어두운’ 세상을 향하여 붉은 광채로 뿜어낸다.(그림3「막달라 여인 마리아」

찢긴 상처를 보석처럼 손과 발, 옆구리에 박으신 주님께서 밤새 고기잡이에 지치고 허기졌을 제자들을 위해 마련하신 숯불 위의 물고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꼬리를 치켜든 채, 주님이시냐고 감히 묻지도 못하고 가슴만 벅찼을 제자들을 대신해 부활하신 주님 뵙는 기쁨을 이야기한다. 물고기의 생생한 기쁨에 감응되어 물고기를 얹고 있는 숯불의 불꽃마저 너울대며 춤춘다.(그림4「풍요로운 고기잡이」)

  이렇듯 ’에기노의 그림세계’ 안에서는 모든 것들이 기쁨으로 떨며, 노래하고, 이야기하며, 춤춘다. 놓여진 처지에서 지어주신 모습으로 주님과 함께 함을, 그분의 구원에 동참함을 기뻐하며 찬미하는 ’그려진 것 모두’는, 보는 이마저 어쩌지 못하는 기쁨으로 채워서 그로 하여금 주신 그것으로, 주신 그만큼으로 기쁨을 쏟아내지 않을 수 없게 이끈다.

*김겸순 수녀님의 ’에기노의 그림세계’는 가톨릭교리신학원이 교양교육과정으로 개설한 2004학년도 1학기「교회미술 다시보기」의 열 번째 강좌이다.

*참고자료

안셀름 그륀, 「그림으로 보는 하느님의 신비」,한연희 옮김, 분도출판사,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