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6월 24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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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6-24 ㅣ No.106

11:00 - 민노총 조직국장을 만났다.

      연 삼일동안의 행사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서다. 오늘 24일(목)은 선교 2차 봉헌식이

      19:30-20:30까지 있을 예정고, 25일(금)은 명동성당 축성 100주년 기념 특별연구

      발표회 "민족사와 명동성당"이라 주제의 심포지움이 09:30 - 18:30까지 있을 예정이고,

      26일(토)에는 명동평화의 집(실직자 무료급식소) 개소 1주년 평가발표회가 10:00 -

      13:30까지 있을 예정이기에 협조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했다.

        따라서 24일은 경내에서 정숙을 유지해 주었으면 좋겠고, 25일은 내.외빈1,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니 주차에 문제가 있어 농성과 관련된 차량을 빼주고 경내에서는

      여러가지 시설을 설치하려하니 경내의 행사를 다른 곳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26일에도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민노총 지도부도 이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14:40 - 푸른학교, 전국연합, 금속연맹 대표들에게도 오전의 민노총에게 설명했던 부분에

      대해 협조를 당부했다. 모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협조하겠다고 말한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번의 삼 일 동안의 행사에서 월요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15:50 - 중부경찰서에서 협조 전화가 왔다.

      오늘 16:00에 노동부 장관이 이곳을 방문하기로 했는데 신변 안전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작년에 노동부 장관이 이곳을 방문했다가 봉변을 당해 난처했었다는 애기다.

      오늘도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면 경찰병력을 투입해도 되느냐고 묻는다.

        여기는 언덕도 아닌 경내이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느냐고 묻고는, 민노총

      과 협의해서 그런 불상사를 사전에 막지 못할 것 같으면 경내에서는 노동부장관과의

      만남은 할 수 없다고 말하겠다고 했다. 만일 그런 일이 발생하면 노동부장관도 여긴

      들어 올 수 없다고 잘라 말하고 좀 후에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민노총과의 대화에서 절대로 경내에서는 그런 불상사는 없을 것이라고 다짐받았다.

      그러나 조폐공사 노조원 35명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이 못내 걸리는 모양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중간에서 내가 서 있을 테니 만나라고 했다.

        노동부장관과 국민회의 국회의원 1명이 수행원들을 데리고 중부서의 형사들과 언덕

      을 올라오고 있다. 조폐공사 노조원들도 민노총 천막 주변으로 모여든다. 기자들과

      형사들, 수행원들, 민노총 단식 농성단, 주변의 농성단들이 몰려들어 한 때 긴장했으나

      곧 질서는 유지되고 1시간 20여분 간의 대화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밖에서는 농성자

      들의 구호와 노래가, 천막 안에서는 민노총과 노동부가, 그 옆에서는 민노총 지도부와

      노동부 수행원들간의 대화가 끈임없이 오간다.

        어디에서 왔는지(아마도 조폐공사 노조원의 딸인듯 하다.) 5살짜리 여자 어린아이가

      구호를 외친다. "구속자 석방하고 강00을 구속하라" 깜직한 모습이긴 하지만 왠지

      서글픈 생각이 앞선다.

        협상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무사히 언덕을 내려갔고, 지금은

      이감용 위원장이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갑자기 언덕 하단에서 고함소리가 들린다. 걱정이 되어 내려다 보니, 장애인 1명이

      노동부 장관에게 필사적으로 무엇인가를 건내려고 하자, 경호원들이 계속 밀어내는

      모습이 보인다. 무엇이기에 저토록 안간힘을 쓰며 전달하려고 할까? 그 전단을 보니

      "장애인 의무고용 2% 쟁취 투쟁! 450만 장애인의 노동권리 지켜내자!"는 유인물이다.

      저들은 저렇게 아둥바둥 거리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씁쓸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유인물 첨부참조)

 

20:40 - 영화배우 안성기씨가 찾아왔다.

      "스크린쿼터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배우 2명이 스크린쿼터 폐지 저지 단식농성을 시작

      하려는데 천막을 쳤으면 한다는 것이다. 정말 고맙다. 8동의 천막 어느것 하나도

      이렇게 찾아와 협조를 구하지 않았는데... 일단 천막을 치고 그 다음에 어떻게든

      해결되리라는 생각들 뿐이었는데... 성당의 여러가지 어려운 사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협조를 당부한 후, 오늘 저녁은 일단 천막을 치고 잠을 청한 후, 내일은 일단

      행사관계로 천막을 접고, 내일 저녁 19:00 전국연합의 행사가 끝난 후, 그 자리에

      천막을 치기로 합의를 보았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자리를 잡았다. 휴~~~~ 또 하나.

        언덕에서는 현대정공과 대우 소속 노조원 1,000여명이 집회를 하고 있다.

      벌써 이틀째 상경노숙투쟁이란다. 오후에 계단에 열선을 깔아 놓고는 걱정이었는데

      걱정이 현실로 드러났다. 열선위로 수십명의 노조원들이 올라가 있다. 급히 언덕을

      내려가며 열선만은 밟지말아 달라고 떠들었다. 모두들 계단 뼈대위로 올라섰지만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 내일 아침 무사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힘들어서일까? 술 냄새가 진동하고 계단 여기저기 방뇨가 시작됬다. 말문이

      막혀 항의할 힘조차 없어졌다. 어쩌리....

        1시간 여의 정리집회는 그야말로 힘겨운 집회였다. "오늘 숙박장소는 지하철

      을지로 역 지하도"라는 안내방송이 들리고 서서히 대열은 언덕을 내려가고 있다.

      음주와 고성, 놀음 등은 절대 불허한다는 안내방송이 들린다. 그렇지만 이미 힘들고

      지친 노조원들은 취해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한다.

      "이것이 그리 쉬운 것인가? 또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것은

      이미 각오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시작했으면 올곧게 투쟁해야 하지않을까?"하는

      상념이 오락가락한다.

 

        하느님!

      점점 투쟁의 열기는 높아지는데, 모두가 힘들어 지쳐 있는데, 안타깝군요.

      "7월 2일 대통령이 미국에 가기전에 우리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어느 영화배우의

      말처럼, 이들은 참으로 치열한데...

      하느님! 뭐 뾰족한 묘수가 없을까요? 도와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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