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레지오

2005년 7월호_사랑더하기 희망나누기_탈리다쿰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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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마리애 [legio] 쪽지 캡슐

2005-06-23 ㅣ No.9

[한 손에는 간식을, 한 손에는 성경을 들고]

 

“나는 사람을 2명이나 죽인 살인범입니다. 앞으로 희망도 없고 사형을 당할 텐데 좋은 말이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시끄럽게 떠들지 말고 나가세요!”
쇠창살 안에 있는 한 중년남자가 자포자기한 듯이 외치는 소리다.

아직 동장군이 물러서지 않은 이른 봄날! 우리 선교사 일행은 전철역에서 내려 행인들 사이를 뚫고 담당인 경찰서 유치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유치인이 무려 23명이나 되었다. 아니, 오늘따라 웬 유치인이 이리도 많지? 경찰관의 안내를 받아 육중한 철문을 열고 들어가니 쇠창살로 가로막힌 몇 개의 조그만 방마다 몇 명씩 오그리고 앉아있거나 누워있는 유치인들!
조용한 음악을 틀고 말을 시작하는 순간 한 유치인이 외치는 고함소리가 우리의 귓전을 때리고 지나갔다. 순간 당황한 우리들이 유치장 입구의 팻말을 보니, 살인이라는 죄목이 적혀있었다. 유치인들이 종종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적은 있으나, 자기가 사람을 죽였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험악한 얼굴을 들이대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우리는 바로 “여러분, 우리는 다 같은 가족입니다. 여러분의 가족이 사랑하는 여러분을 보기 위해서 왔다고 생각하십시오” 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유인물을 나누어 주고 삶과 사랑에 관해 부드러우면서도 힘찬 목소리로 유치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준비해 간 음료와 과자 등 간식을 쇠창살 사이로 나누어 주면서 일일이 그들과 손을 잡고 그들과 마음을 함께하기 위해 노력했다. 조금 전  소리를 지르던 살인범도 다소 마음을 가라앉힌 듯 조용해지면서 우리들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사나운 늑대(?)의 모습에서 순한 양의 얼굴로 서서히 돌아오고 있었다.

‘쇠창살 안의 예수님!’ 우리들은 이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유치인들을 대하고 있다. 사기, 절도, 폭행, 살인 등 온갖 잘못을 저지르고 들어와서 몸과 마음이 황폐해진 그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조금이라도 녹이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유치인들이 깊은 참회의 눈물을 흘리면서 새로운 삶을 다짐하고 가톨릭신자가 되겠다고 말할 때 주님의 깊은 섭리를 깨닫게 된다.

한번은 신부님을 모시고 “내가 절망 속에서~ 주께 아뢰나이다~ 주여 나의 간구를 들어~” 하면서 성가를 부르는데, 유치인 한 사람이 벌떡 일어서더니 두 손을 모으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주여,  이 기막힌 죄인이 여기 있습니다. 오 ! 아버지시여!” 하면서….
한 남자가 외치는 통회의 절규로 유치장 안은 숨소리조차 없이 조용했다. 그는 우리가 노래로 하는 기도를 가슴 깊숙이 새기고 있었다. 노래를 하는 우리들도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통증을 같이 느끼고 있었다. 참다못해 다가가서 그분의 손을 잡고 “신부님 오셨는데 손이라도 잡아보겠습니까?”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졸지에 신부님이 고해성사 주시느라 잠깐 유치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용감하게 철창 안으로 들어가시는 신부님! 철창 안에서 신부님의 다정한 말씀에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 그분의 모습에서 바로 이곳이 하느님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한 유치인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작년 8월 제가 용산서 유치장에 구금되어 있을 때 저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열어주셨음에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때 저는 동트기 전 여명이 마침내 세상 구석구석 온갖 어두움을 밝혀주듯이 한줄기 양심의 햇살이 제 마음 깊은 곳의 어두움을 밝혀주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감동의 편지를 받고 우리들은 또 한번 우리의 역할을 마음깊이 새겨볼 수 있었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경찰사목위원회(위원장 강혁준 신부)에서는 산하 31개 경찰서의 유치장에 들어가 유치인들을 대상으로 선도 및 복음전파 활동을 하고 있다. 아울러 경찰 직원 및 전의경들의 신앙 관리와 예비신자 교리를 하고 있다. 다른 일반 봉사와 달리 한순간 한순간 땀과 노력이 수반되면서 기동대와 경찰서 현장마다 숱한 감동의 드라마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의경들을 상대로 한 세례식은 대상자를 찾아 헤매는 완전히 ‘숨바꼭질’현장이나 다름없다. 세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세례식 당일까지 한 순간도 안심하지 못하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곳이 바로 경찰사목의 현장이다. 평신도 선교사들이 각 경찰서에 한 명씩 파견되는데, 주 1~2회 정기적으로 방문하면서 교리반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과자 등 간식을 주면서 아들같이 사랑으로 대하고 있다.
그러나 수시로 출동을 나가서 허탕을 치기도 하고, 시위진압이 없을 때면 방범순찰로 많은 인원이 빠져나가기도 하는 등 체계적으로 관리하기에 정말 어려운 상황의 연속이다. 어떤 때는 시내 한복판 시위현장에 가서 틈새시간을 이용하여 만나기도 하고, 밤근무 후 잠을 자고 오후에 출동나가는 이들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전경버스 안에서 잠시 만남을 가지기도 한다. 
어렵게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맞이하는 합동세례식(연 3회) 시간! 전의경 한명 한명에게 기울였던 선교사들의 피와 땀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다. 그러나 세례 당일까지도 ‘혹시 출동으로 나오지 못하면 어떡하나?’ 마음을 졸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럴 때마다 우리 선교사들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하느님께는 더욱 큰 영광이 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꿋꿋이 나아가고 있다.

바오로 사도는 “다만 나는 내 뒤에 있는 것을 잊고 앞에 있는 것만 바라보면서 목표를 향하여 달려갈 뿐입니다”(필립 3,13~14)라고 말씀하셨다. 오늘도 한 손에는 간식을 들고 다른 손엔 성경을 들고 서울시내 각 기동대와 경찰서로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그리고 유치인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길을 나서는 경찰사목위원회 선교사들에게 주님의 축복을 빈다.

경사위에재 많은 선교사들이 활동하고 있으나 아직도 진출 대상 경찰서가 많아 낚시꾼(?)이 매우 부족한 실정입니다. 또한 예산부족으로 특수사목 현장에서 전의경들에게 초코파이 하나 주는 것도 부담이 되는 실정이니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원을 바랍니다.

경찰사목위원회 본부 : 723-9471 
혜화동 탈리다쿰 센터 : 742-9471
http://www.catholicpolice.or.kr

*이계상/베네딕토. 경찰사목위원회 신앙생활 연구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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