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성당 게시판

승미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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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2-02-04 ㅣ No.4225

 

 

승미야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니?

 

난 아쉬움 뒤로 하고 이제 집에 들어왔단다.

 

 

네가 읽을 수 없는 글을 이렇게 올리는 까닭은

 

시간에 흐를수록 너에 대한 기억이 새록 새록 묻어나기 때문이야.

 

 

오늘 너와 작별을 하는 미사를 봉헌하면서

 

강론 중에 네게 하고 싶은 말을 있는데로 늘어놓고 싶었단다.

 

그러나 맨 앞 줄에 앉아 계시던 가족들이 너무 슬퍼할까봐...

 

아니 솔직히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내가 울어버릴까봐 그렇게 할 수 없었어.

 

 

그러나 도저히 내 마음 안에만 가둘 수 없어,

 

이렇게라도 네게 마지막 이야기를 나누는 거야.

 

 

지난 며칠 동안...

 

너로 인해 많은 이들이 함께 모였단다.

 

오랫만에 만난 많은 벗들...

 

네가 함께 있었으면 더욱 좋았으련만...

 

아쉽게도 너는 그 자리에 없었지.

 

아니 어쩌면 남은 이들의 마음 안에서

 

너는 그 어느 때보다 가장 가까이에 함께 있었는지도 몰라.

 

 

오늘 우리는 우리 마음 안에 너를 묻었단다.

 

너를 보내고

 

너의 삶이 묻어 있는 곳에서 한 잔 술을 기울였어.

 

네가 그토록 사랑했던 어머니, 오빠, 올캐 그리고 젊은 시절 함께 했던 이들...

 

서로가 가지고 있던 아름다운 기억들을 하나 둘씩 풀어 놓고

 

슬픔보다 진한 기쁨을 나누었단다.

 

 

이제 당분간은 너와 우리 서로 다른 삶의 모습을 지녀야 하겠지.

 

얼굴 부대끼면 살던 때의 살가움은 없겠지만,

 

우리의 마음 한 구석에서 너는 항상 그 밝은 모습으로 함께 할거야.

 

 

언젠가 다시 만나 아쉬움 털어버리는 그 날이 오면

 

진하게 한 잔 기울이자꾸나.

 

 

승미야!

 

오늘 혼자 보내는 첫날 밤이구나.

 

너무 외로워하지 마.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니까.

 

그리고 우리도 함께 하니까.

 

 

승미야!

 

네가 그렇게도 사랑했던 하느님 품에서 평안한 휴식을 가지렴.

 

 

승미야!

 

이 글이 네게 보내는 처음이자 마지막 글이 되겠지만...

 

가끔씩 기도 중에 기억할께.

 

 

그럼 안녕.

 

 

승미의 벗 베르나르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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