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아버지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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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청 [fel777] 쪽지 캡슐

2000-08-25 ㅣ No.3921

오늘은 아니따 수녀님을 위해 새벽 미사 참석하려고 일찍 잠이 들었다

매일 매일 새벽 늦게 자다가 날이 샐때가 와야 잠들던 패턴 땜에 잠이 오지 않았다

이러저리 뒤척이다 잠이 깼다

새벽에 또 일을 나가야 하시는 아버지를 보니 많이 안쓰러워 보였다

먀냥 뭔가를 도와드리려 해도 지금 당장 해드릴수 있는 일이 없었다

잠결에 일어나 아버지의 다리를 주물러 드렸다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어서

무뚝뚝한 아버지 밑에 자란 자식이라 나도 무뚝뚝한 걸까?

언제 한번 따뜻한 말을 건넨적이 있던가?

없었다

항상 마음안에만 존재했으니

그래서 아무 말 없이 주물러 드리려 했던 것인데 잠을 깨셔서 오히려 역효과만 생겼

 

할수 없이 찝찝한 맘으로 잠을 청했다

자다깨다 반복을 하면서 잠을 잤다

문득 눈이 떠져 보니 아버지께서 새벽에 나가려고 하셨다

언제나 새벽에 나가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다

잘 잡수시고 잘 주무셔야 하는데 아버진 그 어느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셨다

 

언젠가 새벽에 나가는 아버지를 따라 쫓아 간일이 잇엇다

일 땜에 밥을 못 잡수시기 일쑤였다

덩달아 나도 아침을 거르고 점심도 오후가 되서 먹게 되엇다

지방에 가시면 늘 밥을 거르기 일쑤였다

밥을 먹으면서 아버지가 지방에 가실땐 매번 이런 생활을 한다는 생각을 하니

한숨만 나왔다

 

오늘도 집을 나서는 아버지를 보며 끼니나 제대로 잡수실 시간이 있을지 걱정됐다

늘 부족한 잠을 이겨 나가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엔 그림자가 왜 이리 길게만 느껴질까?

 

늘 아버지 인생엔 혼자뿐이라고

그렇게 외로워 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내가 옆에서 지켜드려 혼자가 아님을 되새겨 드려야 겟다

 

아버지 이젠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니 외로워 마십시요

어차피 세상은 혼자가는 길이라는 말이 있다지만

언제나 전 아버지의 그림자요 동반자 배려자 입니다

혼자가 아닙니다

홀로라는 말은

다신

더 이상은 없을테니......

 

 

어서 빨리

빨리 사회에 나가 자리를 잡아 우리 가정을 이끌어야지

부모님 모두 편히 쉴수 잇는 그날이 빨리 하루 빨리 다가와

이마의 주름이 더 이상은 드리지 않게 되길

행복을 함께 나누며

서로 서로 마음을 나누고

사랑을 느끼고

정을 느끼는

그런 날이

오리라

 

반드시 그날은 그날은 오리라 믿는다

부모님 모두 그날을 위해

나 또한 그날을 위해

살아야 하며 존재하여야만 한다

 

두 팔을 벌려 그날을 기다리며

그날이 오면 부둥켜 안고

다시는 놓진 않으리라

결코 놓치진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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