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부끄러움을 모르는 KBS 사장

인쇄

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08-08-09 ㅣ No.7056

 

 

[사설] 부끄러움을 모르는 KBS 사장 [중앙일보]

 

 
     KBS 이사회가 어제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 감사원이 부실 경영과 인사권 남용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정 사장의 해임을 요구한 지 사흘 만이다. 해임제청안은 KBS 직원들의 이사회 저지 시도와 경찰 투입 등으로 이사회장 주변이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소란 끝에 통과됐다. 이제 정 사장의 거취 문제는 대통령의 해임 절차만 남게 됐다.

     정 사장은 감사원을 상대로 해임요구처분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법원에 냈다. 이어 이사회 결정까지 무효를 주장하며 거부했다. 사태를 이런 식으로까지 오게 만든 것은 정 사장의 몰염치 때문이다. 스스로 정치적 임명을 받은 자로서 마치 언론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듯 위장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정말로 언론을 사랑하고 재직했던 KBS를 아낀다면 스스로 물러나는 게 옳다. 법적 대응 운운하는 것은 스스로의 얼굴에 침을 뱉는 짓이다. 감사원이나 이사회 말을 안 듣겠다는 이런 인물에게 국민의 방송을 더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다.

     정 사장 퇴진 문제의 핵심은 KBS 사장으로서의 자질과 직무수행 능력이다. 이를 언론장악 음모 주장으로 본질을 흐려선 안 된다. 본인 스스로가 노무현 정권 때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지 않았는가. 권력으로 언론을 장악하고 공영방송을 망쳐 놓은 장본인이 되레 큰소리를 치는 형편이니 정치를 넘어 도덕심이 의심스럽다. 2003년 취임 이래 도덕성 시비와 편파 방송, 무능 경영으로 수많은 논란을 일으켜 회사 내부로부터도 끊임없이 사퇴 압력을 받아온 사실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정 사장은 더 이상의 논란거리를 만들지 말고 이사회 결정을 수용해 당장 퇴진해야 마땅하다. 민간 기업이었다면 진작 해임됐을 인물이다. 방송 독립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희극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야권을 비롯한 정 사장 비호세력들도 사태를 직시하라. 정치권이 개입해 ‘정연주 지키기’를 할 사안이 아니다. KBS가 제대로 된 언론이 될 수 있는지를 지켜보라.


124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