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방송 독립' 뒤에 숨은 KBS 정연주씨의 어제와 오늘

인쇄

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08-08-07 ㅣ No.6965

 

       

                 '방송 독립' 뒤에 숨은 KBS 정연주씨의 어제와 오늘

 

    정연주 KBS 사장은 6일 기자회견을 갖고 "감사원 감사결과가 거짓과 왜곡으로 가득 차 있다"며 "감사원 해임 요구에 대한 효력정지 소송을 7일 내겠다"고 밝혔다. 정연주씨는 '국민께 드리는 글'에서 감사원을 비난한 뒤, 8일 해임을 논의할 KBS 이사회에 대해서도 "(해임을 의결해)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라"고 했다. 검찰의 5차례 소환, 감사원의 4차례 소환을 무시하고 깔아뭉개온 '법(法) 위의 인간' 정연주다운 처신이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결과보다는 KBS 사장이 되기까지의 인간 정연주의 행적과 KBS 사장이 되고 나서의 그의 족적을 뒤쫓아보는 것이 그의 오늘을 판단하는 데 몇 배 도움이 된다.


   정씨는 2002년 대선 때 한겨레 논설주간이었다. 그는 칼럼을 통해 "현역 3년 때우면 빽 없는 어둠의 자식들이고 면제자는 신(神)의 아들"이라며 야당 후보의 아들 병역문제를 거듭거듭 공격했다. 그 공로로 정씨가 KBS 사장이 됐다는 것은 모든 국민이 안다. 그는 2002년 어느 인사 아들의 미국 국적 취득이 문제됐을 때도 "특권적 행태를 보이는 인사가 고위직에 갈 수 없다"고 썼었다.

                                     

 

   이런 정씨의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겐 정씨의 두 아들이 미국 국적을 얻었고 정씨가 직접 워싱턴 한국대사관에 서류를 접수시켜 아들들 병역을 면제시켰다는 사실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제 눈의 대들보는 외면하고 남의 재 묻은 것을 천연스레 흉보는 인간성에 대한 놀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게 KBS 사장을 내놓아야 할 문제냐"고 버텼다.

 

   정씨는 2005년 국정감사에서 아들 병역문제와 관련해 "아들들이 미국에 내린 뿌리를 뽑아 한국으로 옮긴다는 게 불가능했다. 아들들이 그립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것도 거짓말이었다. 정씨의 아들은 미국 국적을 이용해 삼성전자 해외인력 채용코스로 입사한 뒤 국정감사 발언 석 달 전부터 서울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제 몫을 챙기기 위해서는 연극도 서슴지 않은 것이다.


   정씨는 2005년 적자가 예상되자 자신을 포함한 임원 임금의 20%를 자진 삭감했다. 그럴듯한 제스처였다. 그러나 해를 넘기자마자 되돌려 달라고 요구해 받아냈다. 2006년 그가 재임될 때 직원 82%가 반대했다. 이 정도면 웬만한 사람이라면 물러설 법도 한데 그는 KBS 정문에서 출근을 저지하는 직원들의 허(虛)를 찔러 주차장 '출구'로 차를 몰아 거꾸로 들어가는 과감성을 과시했다.


   정씨는 자신을 기용해 준 정권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쳤다. 대한민국을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로 만드는 데, 건국 원훈(元勳)들을 일제(日帝) 앞잡이로 만드는 데 앞장서고, 국민의 전파를 이용해 반미·친북의 좌파이념을 온 나라에 확산시켰다. 북한을 드나들며 김일성을 수시로 만난 송두율씨가 대한민국 법정에 서게 되자 두 차례나 다큐를 만들어 '민주투사'로 칭송했다.


   정씨는 자신에게 사장 자리를 준 정권이 탄핵위기에 몰리자 꼬박 이틀 동안 탄핵 반대 선동방송을 지휘했다. 언론학회 보고서가 "파괴적 편향성", 당시 KBS 감사(監事)가 "광적(狂的) 방송"이라고 했던 바로 그 방송이다. 그는 국민을 부자와 가난한 사람, 이 지역과 저 지역으로 갈라놓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나라 경제를 결딴내고 종신 집권을 꾸미는 남미 독재자 차베스를 미국과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영웅이자 대한민국이 따라야 할 모범으로 치켜세웠다.


   그 정연주씨가 6일 자신을 지키려고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참으로 대단한 인간이다.


[조선일보 사설 중에서]



115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