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레지오

2005년 6월호_성서의 식물과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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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마리애 [legio] 쪽지 캡슐

2005-05-19 ㅣ No.8

<호두>

 

삼위일체, 그리고 사랑의 점쟁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선종하시자 삼나무 관에 모셨다고 한다. 이 관은 교황과 교황청 봉인이 찍힌 붉은 띠로 닫힌 뒤 아연으로 만들어진 두 번째 관과 호두나무로 만들어진 세 번째 관에 차례로 모셔졌다고 한다.
호두나무는 재질과 색조가 좋고 가공성도 우수하여, 이것으로 만든 관이나 가구는 예로부터 최상으로 여겨서 널리 쓰이는데, 특히 종교적 색채가 강한 나무이기도 하다.
속설에 의하면 성모 마리아께서 베들레헴으로 가시던 중 비가 쏟아졌는데 호두나무가 비를 막아 주었다고 한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호두의 쓰디쓴 외피를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통에 비유했으며, 옛 교부들은 호두의 외피·껍질·과육을 빌려 삼위일체를 설명하였고, 특히 호두의 껍질과 그 속의 과육을 성모 품속의 그리스도 살로 여겨왔다고 한다.
한편 성경의 <아가> 6장에 실린 술람 여인의 노래 중에 호두밭이 나오는데, 여기 나오는 호두는 유럽의 호두나 우리나라의 호두와는 품종이 다르다. 성경의 호두는 페르시아 호두이며, 유럽 호두는 페르시아 호두의 개량종이고, 우리나라 호두는 페르시아 호두의 변종인 박피호도와 가래나무의 자연교잡종이다. 여하간 호두는 페르시아 지방이 원산지이다. 고대 로마인들은 이 나무를 ‘주피터신의 열매’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호두나무의 속명인 ‘쥬글란스(Juglans)’의 어원이 되었다. 
11월 1일은 ‘모든 성인 대축일’, 즉 만성절(萬聖節: All Saint`s Day)인데, 이날 젊은 남녀들이 호두로 사랑의 점을 치는 풍습이 북유럽 여러 나라에서 성행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호두가 사랑의 점쟁이 역할을 한 것인데, 사랑하는 두 사람의 이름을 쓴 호두를 각기 불 속에 넣어 두 개 모두 함께 타면 두 사람의 사랑은 영원할 것이며, 만약 어느 쪽인가가 먼저 타 버리면 안타깝지만 덧없는 사랑에 불과할 것이라고 믿었다는 것이다.

부럼, 그리고 기막힌 약효
우리나라는 무병장수를 위해 대보름날 아침에 호두를 부럼으로 먹었던 풍습이 있었다. 반드시 치아로 까서 먹어야 했는데, 치아를 견고하게 한다는 ‘고치(固齒)’를 위한 풍습이었으며, 또 한해의 액땜을 하여 무병하기 위해 행해진 풍습이었다. 또 치아로 까서 먹고 난 호두의 깍지를 밖에 내다 버리면 한 해 동안 부스럼을 앓지 않는다고 믿었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호두는 경락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혈관을 유연하게 해준다고 했다. 호두는 지방이 60.7%로 비타민F라는 필수지방산이 많아 실제로 혈관을 유연하게 해주고 혈압을 떨어뜨린다. <동의보감>에는 호두가 살찌게 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호두는 단백질이 20.2%로 육류보다 많으며, 무기질과 비타민B1, 비타민B2 등이 풍부해서 체중의 증가를 촉진시키며 혈청 알부민의 함유량을 높인다. 하지만 혈액의 콜레스테롤량은 비교적 떨어뜨린다.
또 호두는 생김새가 주름 많은 뇌를 닮았다 해서 건뇌식품으로 각광 받고 있지만 <동의보감>에는 “호두 속의 살이 쭈그러져 겹친 것이 폐의 형체와 비슷하다.”고 하면서 폐기능이 약하고 가래가 끓고 기침이 날 때 호두가 좋은 약이 된다고 했다. 호두·인삼·생강을 함께 끓여 마시거나 혹은 호두·생강·대추·밤·은행 등 다섯 가지를 함께 달여 마신다.

 

신재용/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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