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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게 힘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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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 [theresa429] 쪽지 캡슐

2000-03-05 ㅣ No.276

 

헐...

 

무언가 모순된 제목을 붙여봤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겠습니다마는,

성당에서 활동을 한다는 것 또한 다른 사회의 여러 일들처럼

만만치 않은 부분들이 있지요...

 

내가 좋아서 보수도 마다하고 하는 일이면서도

그 일의 무게로 다가올 때엔

정말 두 손 들고 방구석에 처박히고 싶은 심정이 드는...

 

 

내가 하고픈 무언가를 위해선

또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겠지요.

 

저는 중고등부 교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만

늘 새로운 절망감들을 맛보며 희망을 찾아가곤 합니다.

 

 

...

 

저희 교사들이 안쓰러울 때가 많이 있습니다.

 

시대가 변했으니 이유도 있겠지마는

성당 전체에 청년이 귀하기도 합니다만

교사를 하겠다는 청년을 찾기는 너무나 힘이 듭니다.

 

앞으로는 더 힘들어 지겠지요.

 

사실 저희도 직장인이 있지만,

학생보다는 직장인들에게 더욱 어려운 일인지라

주로 대학생들이 주일학교의 교사활동을 많이 했었지요...

 

요즘은 대학도 많이 생기고 해서 대학생은 더 많아진 것 같은데,

정작 본당에 와서 후배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이들을 찾아보기가 힘든 건,

제가 교사노릇을 잘못했기 때문도 있겠지요...

 

지금 저희 중고등부 교사회에는 모두 10명 안팎의 청년들이 있습니다...

 

새로 들어온 선생님들이 세 분,

작년에 활동하시던 선생님들이 세 분,

3년차 한 분,

오래된 거  두 개...^^;

 

그런데,

이 선생님들 대부분이 부모님들과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늦은 귀가, 잦은 성당 출석, 각종 행사 참여 등으로

어느 부모님도 반가와 하시지 않습니다.

 

1학년은 1학년대로,

2학년은 2학년대로 학교 성적도 문제가 되고,

직장인은 직장인들대로 시간이 문제가 됩니다.

 

게다가,

성당, 학교, 또 개인적인 욕구들을 모두 채워가다가

체력의 한계로 건강이 악화되신 선생님도 있구요,

 

집안 사정으로 교사활동이 어려우신 선생님도 있습니다...

 

 

어떤 땐,

아이들도 나오기 싫어하는 주일학교

교사도 힘들다는데

다 때려치워 버리지...하는 바보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못난 교사들 믿고 예수님을 만나겠다고 와 앉아 있는 아이들을 보면,

보이지않는 배려를 해주시는 어른들이나 선후배들을 뵈면,

예전에 가르쳤던 아이들이 잘 자라나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면,

오래전 나를 가르치셨던 선생님들을 뵈면,

기도와 사랑으로 주일학교를 성원해주시는 많은 분들을 생각하면,

보람과 기쁨을 느끼게 됨을 숨길 순 업습니다...

 

...

 

특히,

우리의 부족함을 채워주시고

막막한 상황에 길을 보여주시며

우리가 청하지 않은 도움까지 주시는 주님을 생각하면

감히 어찌 기쁘지 않겠습니까...

 

 

힘들다고

힘들다고

오늘도 집으로 들어섭니다.

 

부모님껜 힘든 척 못합니다. 교사를 그만두라실까봐...

그치만, 주님껜 다 이야기할랍니다.

 

힘든 몸과 마음뿐 아니라

이것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싶은 제 소망까지 말입니다...

 

 

여러분 모두와 함께 가는 주일학교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열린 주일학교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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