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21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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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2-08-25 ㅣ No.960

연중 제21주일(가해. 2002. 8. 25)

제1독서 : 이사 22, 19 ∼ 23

제2독서 : 로마 11, 33 ∼ 36

복   음 : 마태 16, 13 ∼ 20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당신에게 나는 어떤 사람입니까?"하고 질문을 던진다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아니 여러분의 배우자나 자녀들이 그리고 사랑하는 이가 "당신에게 나는 어떤 존재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무엇이라고 답하시겠습니까?  아마 서로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고 서로의 마음을 다치지 않는 상태의 답을 하시겠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 하더냐?"하고 물으셨습니다.  그러자 제자들은 그 당시 예수님께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이야기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 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예레미야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다른 사람들의 말이 아닌 제자들의 말을 듣고 싶어하십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으십니다.  아마 생각지 못했던 이 질문에 다른 이들이 자신들의 스승을 존경하는 모습에 그냥 기분이 좋고 의기양양했던 제자들은 당황했을 것이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올바른 답을 찾느라 고민했을 것입니다.  이때 베드로 사도가 "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입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제자들은 베드로 사도의 이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을 것입니다.  지금은 쉽게 "예수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라는 뜻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이야기 하지만 그 당시에 이 대답은 쉬운 대답은 아니었습니다.  그리스도를 기다리고 있던 그들에게 화려한 그리스도를 기다리던 그들에게 초라한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베드로 사도는 고백합니다.  자신이 보아왔고, 들었던 그 많은 기적과 말씀을 통해 그리스도라고 고백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고백하도록 알려주신 분은 사람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 너는 복이 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기에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비천한 인간에게 베푸시는 하느님의 너그러우심과 무한한 자비에 "오!  하느님의 풍요와 지혜와 지식은 심오합니다."라고 탄성을 올리고 있습니다.

 

  우리 자신에게 "예수님을 누구라고 생각합니까?"하고 질문을 던져 봅시다.  여러분은 무엇이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혹시 예수님께서 세상 재물의 축복이나 성공같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주시는 분으로 금나와라 뚝딱, 은나와라 뚝딱하는 것처럼 도깨비가 가지고 있는 방망이처럼 생각하고 계신 것은 아닙니까?  아님 죽은 후에 우리에게 무서운 심판관으로 이해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마음의 평화만을 생각하여 단전 호흡이나 명상 그리고 심리 치료사나 수련원의 원장쯤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예수님의 질문에 대한 모범 답안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답변을 머리로 찾으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마음으로 주님의 질문에 귀기울이는 것입니다.  그럴 때 예수님께서 도깨비 방망이도 아니요, 죽음 뒤에 숨어있는 보이지 않는 무서운 심판관도 아니요, 단전 호흡이나 명상 그리고 심리 치료사나 수련원 원장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우리가 오늘 쉽게 예수 그리스도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의 신앙 표현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너무도 쉽게 그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정말 우리는 예수가 우리를 위해 수난 하시고 죽으시고 묻히셨으며 부활하신 그리스도라고 믿고 살아가고 있는지 다시 우리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아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라고 믿고 살아간다면 하느님의 뜻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믿고 있는 그리스도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까?

  어느 스님에게 어떤 사람이 물었습니다.  "스님, 스님에게 부처님은 어떤 존재입니까?"  스님은 한참이나 그 질문한 사람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참 좋은 도반이지요."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도반이란 길을 함께 걷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제자들과 함께 먹고 마시고 생활하셨듯이 우리도 주님이 함께 하고 계심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리스도를 알 수 없으며 다른 이들에게 전할 수 없습니다.  이번 한 주간 우리 그리스도가 우리와 함께 하듯이 우리도 이웃들과 함께 하도록 노력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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