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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裸木)의 겨울나기 / 혜천(김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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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casalinda] 쪽지 캡슐

2010-02-04 ㅣ No.1704

 


 

- 나목(裸木)의 겨울나기 / 혜천(김기상) - 잎을 떨군 앙상한 나무들 겨우내 한기(寒氣)에 떨면서도 추운 기색을 좀체 드러내지 않는다 잔가지들 몸이 시려워 서로 안고 비비며 추위를 삭이고 어떤 놈은 기침까지 해대면서도 의연하게 겨울을 난다 걸친 것 하나없는 알몸으로 엄동설한(嚴冬雪寒)이 힘겹지만 으레 거쳐야만 하는 통과의례인 양 서로서로 도란도란 즐겁기만 하다 감출 것이 너무 많아 입고 껴입어 겨울의 참맛을 잊고 사는 사람들을 나무라듯 쯧쯧 도리질을 해댄다 바람 불고 비 뿌리고 폭설에 시달려 안쓰럽다 할라 치면 육질을 다지고 속쌀 찌우는 맛사지로는 이만한 게 없단다 어쩌다 바람없는 포근한 날 함박눈이라도 내려 가지가지에 소복히 쌓이면 쌓인 눈을 이불삼아 한잠이 든다 겨울나기가 아무리 힘들어도 기다리는 봄이 있어 견딜 만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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