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11주일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 경축 이동(나해) 요한 19,31-37; ’21/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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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1-05-30 ㅣ No.4684

연중 제11주일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 경축 이동(나해) 요한 19,31-37; ’21/06/13

 

 

 

 

 

 

 

예전에 어느 남성분이 결혼하면서, “내가 결혼하면 아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자고 있는 자신을 깨워서 밥을 먹이고 직장에 출근하도록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결혼을 했다.”라고 합니다. 그 당시 한창 유행하던 광고의 한 장면입니다.

 

그런데 아내는 집들이한다고, 손님맞이 대청소하고, 음식 다 차려 내고, 손님 보내고 남편은 먼저 잠들지만, 정작 아내는 설거지며 집안 청소를 다 하고 자야 하는데, 어떻게 아내가 남편보다 먼저 일어나 남편 뒷바라지를 하느냐고 항변을 했다고 합니다. 여자가 남자보다 연약하다고 하면서, 남편보다 더 많이 더 오래 일한 아내가 어떻게 남편보다 먼저 아침 일찍 일어나 새날을 준비할 수 있느냐?”는 항변이었습니다.

 

거기까지는 그래도 들어 줄만 한 데, 부부가 여기서 더 나아가면 조금 심각해집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나에게 해준 것이 뭐야?”

 

이 질문은 비단 부부관계에서만 제기되는 문제 풀이가 아니라, 가정에서 부모와 자식 사이에, 직장에서 기업주와 종업원 사이에,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사회에 대한 섭섭함과 아쉬움을 토로하는 한풀이 섞인 문제 제기입니다.

 

세상에 나를 위한 존재는 없습니다. 어쩌면 모두 나에게 기대하고 의지하고자 하는 존재만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나를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름 다 자기 살기도 바쁘고, 자기 사는 데만도 벅차며, 모두 다 그야말로 세상에서 먹고 살고 그 험난한 정글 같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내가 도와주면 도와주었지, 나를 도와줄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더군다나 우리가 마음이 허전하고 우리 인생의 근원적인 갈증이 솟구칠 때면, 주위의 어느 누구도 그 원의를 채워줄 수 없습니다. 유일하게 채워주고 해결해 주실 수 있는 분이 있다면, 주님뿐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세상에 내시고 우리가 세상에서 숨을 쉬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세상에 살면서 맞닥뜨리는 모든 문제와 아픔과 갈증의 순간에 우리와 함께하시면서, 우리에게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시고, 또 그 상황을 겪으면서 헤매고 있는 우리에게 위로와 평화를 안겨주십니다. 진정 주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에페 2,14)

 

주님께서는 우리가 살면서 겪는 부담과 괴로움 때문에 홀로 힘겨워 할 때, 우리를 혼자 고생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주님께서는 늘 우리 앞에 다가오셔서 우리가 예수님을 반기고, 예수님께 우리 마음의 문을 열어 주기를 기다리십니다.

 

언젠가 시험문제를 출제하시는 분께 여쭈었습니다. “시험문제 좀 쉽게 내면 어떻겠어요? 괜히 어렵게 내서 응시자들이 골탕 먹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이 아무리 쉽게 내려고 해도, 어떻게든 점수를 주려고 해도, 응시자가 시험을 잘 보려고 하는 의지가 없으면 소용이 없습니다.”라는 답을 주면서 오히려 하소연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와 함께하시기 위해서,

주님께서는 우리와 함께하시면서 우리에게 힘이 되어 주시기 위해서,

주님께서는 우리와 함께하시면서 우리를 구하시기 위해서,

우리 곁에 늘 다가와 대기하고 계십니다.

주님께서는 어떻게든 우리가 잘 되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 곁에 다가와 우리가 문을 열고 주님을 받아들이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봅시다.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세상에 내시면서 우리가 평안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셨습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악의 유혹에 마음을 빼앗겨 탐욕과 질시의 늪에 빠져버렸습니다. 이렇게 죄를 짓기 시작하여, 점차로 개인은 물론이요 사회 공동체 전체가 죄악의 굴레에 갇혀 죄악의 노예로 불편하고 불행하게 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아버지 하느님께서 만드신 사람들이 악의 노예로 살지 않도록 거듭 예언자들을 통해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죄악의 굴레에서 온전히 벗어나 태초에 아버지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영구한 평화와 행복을 누리기보다는 당장 눈앞에 이익으로 여겨지는 불안정한 평화와 외형적인 행복감에 취하여 죄악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굳어진 인간의 탐욕과 질시는 개인과 사회의 악으로 굳혀졌고, 결국 인류는 악이 파 놓은 함정에 빠져 죄악의 노예로 신음하며 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급기야는 예언자들을 통한 가르침과 인간 스스로 저지르는 자승자박의 악의 사회상을 그대로 볼 수 없으셔서, 아들 예수님을 우리에게 보내주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아들 예수님은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를 구하시러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주 예수님을 죄인으로 몰아 십자가상 죽음으로 응답하였습니다. 주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시면서까지 우리를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

 

이렇게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예언자들을 통해, 마지막에는 아들 예수님을 보내시면서까지 우리를 구하시고자 하셨건만, 우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악마의 유혹과 그 유혹을 마치 진실인 양 선악과처럼 덥석 물어버렸고, 그 결과 우리 스스로가 파놓은 함정에 빠져서, 불평과 아쉬움을 토로하고만 있는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우리를 구하러 오셨고, 마침내 우리를 위해 생명을 내주시면서까지 희생하셨습니다. 십자가상에서 우리를 구하시기 위해 우리를 위해 기도하셨던 주 예수님께서 오늘도 성령을 통하여 우리에게 오셔서 청하십니다.

나를 받아들이고, 내가 주는 새로운 생명을 얻어라!’

 

오늘 우리가 기리는 우리 본당의 주보이신 예수 성심께서 하시는 말씀이 새삼 더 깊이 다가옵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 11,28-30) 우리 성전 제단 벽에 새겨진 이 말씀에서, 우리를 구하시고자 자신을 거듭 희생하시는 거룩하신 예수님의 마음을 절절히 느끼게 됩니다.

 

예수님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새로운 생명을 살고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우리를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매달리셔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기도하고 계십니다.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들으며, 기꺼이 주님의 멍에를 메고, 주님께서 태초부터 우리에게 허락하시고 안배하시는 영원한 안식을 얻도록 합시다.

 

오늘 예수 성심 대축일 독서에서 사도 성 바오로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말씀이 우리에게 새로운 길의 방향을 일러줍니다. “아버지께서 당신의 풍성한 영광에 따라 성령을 통하여 여러분의 내적 인간이 당신 힘으로 굳세어지게 하시고, 여러분의 믿음을 통하여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의 마음 안에 사시게 하시며, 여러분이 사랑에 뿌리를 내리고 그것을 기초로 삼게 하시기를 빕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이 모든 성도와 함께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한지 깨닫는 능력을 지니고, 인간의 지각을 뛰어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이렇게 하여 여러분이 하느님의 온갖 충만하심으로 충만하게 되기를 빕니다.”(에페 3,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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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 경축 이동 꽃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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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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