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6월 21일(월)

인쇄

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6-22 ㅣ No.104

10:30 - 금속연맹의 기자회견이다.

      "정부는 검찰의 파업유도 사건이 폭로된 지 14일이 지나도록 진상조사조차 하지않고

      있다며, 정부는 즉각 진상규명에 나서라"고 촉구하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벌해체와 노동시간 단축을 중심으로 한 올바른 구조조정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오는 24일 15:00 조합원 3,000명이 모여 '공안검찰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 또한 이날부터 검찰의 파업유도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대우자동차 등 10여개

      노조원 20,000여명이 새로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14:00 - 민노총의 기자회견이다.

      "정부는 검찰의 노사관계 개입 의혹이 제기된 36개 사업장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조만간 사용자나 검찰을 집단고발하는 한편, 국제노동기구(ILO)에 정부의

      노동탄압 행위를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집단고발 방침을 밝힌 노조는 서울지하철노조,

      한국중공업노조, 만도기계노조 등이다. 또한 23일부터 24일 36개 사업장의 조합원이

      상경해 공동투쟁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차츰 대정부 투쟁이 가속화 되가고 있는 듯 하다.

      어제까지는 비교적 조용하던 이곳 명동성당 언덕은 다시금 시위와 농성으로 북적이기

      시작한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현대중기와 한총련은 조용히 지내고 있다. 특히나

      현대중기 사람들은 1년이 넘도록 이렇다할 성과도 없이 힘겹고 외로운 투쟁을 계속해

      나간다. 그래서 일까? 성당의 여러가지 일에도 솔선해서 돕는 모습속에 "일하고

      싶다"는 의지가 보여 안타깝게 한다. 푸른학교 관계자들도 계속해서 아침, 저녁으로

      연속회의를 가져보지만 이렇다할 뚜렸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전국연합은 갑자기 그 인원이 늘어났고 시위도 계속하고 있다. 아마 25일이 가까와

      오고 있기 때문인 듯 하다.

 

18:30 - 저녁미사를 마치고 마당으로 나오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19:30부터 성당의 행사인 "슈베르트의 밤" 준비와 연주회 참석차 온 청중들, PBC

      중계차, 농성자들이 서로 엉켜 북적거리고 있어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처럼 불안하다.

      걱정했던 대로의 불상사가 일어난 것일까? 고성과 욕설이 들려온다. 급히 그곳으로

      향했다.

        민노총 공공운수 조합원들과 사목회 총회장과 격렬한 몸싸움이 일어나고 있다.

      간신히 말린 후, 공공운수 조합장을 따로 부르고, 총회장을 따로 불러 진상을

      알아 보았다. 문제의 발단은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 노조원 지도부 몇 명이 회의차

      이곳에 왔다. 노조위원장이 민주노총 지도부와 함께 이곳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성당과 사제관 사이의 나무 아래서 회의를 하고 있었고, 총회장은

      성당행사를 준비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다가 회의하는 모습을 보고, "이제 좀 있으면

      음악회가 진행될 것이니 여기서 회의를 하지말고 다른 곳으로 나가 달라"고 말하자,

      "알겠다"고 대답하고, 총회장은 다시 "지금 좀 자리를 비켜달라"고 제차 말하고 돌아

      서 가는 것을, 뒤에다 대고 욕을 퍼부었던 것이다. 60이 넘은 총회장은 막내동생

      아니면 아들뻘 정도의 사람들에게 욕을 듣자 화가난 것이었다. 젊은 노조원 한 사람이

      총회장의 멱살을 잡고 욕을 해덴다. 그리고는 "우리가 거지인지 아느냐"고 고함을

      친다.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된 성당의 모습.... 성당의 총회장이면 신자들의 대표이다.

      노조위원장들은 사수대니 경호대니 하여 늘 그 주위를 호위하면서 항의를 하고자 하면

      막무가내로 막아버린다. 총회장은 호위대가, 경호대가 없어 그런가?

      내일은 직접 민노총 이갑용 위원장에게 말해야 겠다. 그리고 사과하라고 요구해야

      겠다. 지금까지는 다른 실무자들과 접촉하면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   

      왔고, 또 서로 불편하지만 그런데로 협조하면서 불편을 감수해왔다. 그런데......

        확실히 연륜이 말하나 보다. 이곳을 오래 출입한 노조원들은 서로 예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 그런데 꼭 문제가 생기는 것은 이곳이 낮선 노조원들과의

      마찰이다. 분명한 것은 성당이 투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하고 있는 투쟁도

      힘들텐데.........

        성당에서는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성당입구 계단에서는 전국연합이 구호를 외친다.

      분명히 서로 약속했었다. 경내(성당마당과 성전)는 신자들이 기도하는 곳이니 구호를

      외치려면 언덕에서 해야 한다는 것에.... 그런데 지금, 그것도 음악회를 진행하는 중에

      구호를 외치다니? 급히 말렸다.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다. 오늘은 왠 일인가? 여러가지로 꼬이고 있다.

      

21:10 - 음악회도 끝나고 소란도 끝났다.

      청중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농성자들도 하나 둘 빠져 나간다. 비줄기가 내리고

      있다. 시원하기는 한데, 천막들은 괜찮을지 한 번 둘러봐야겠다.



268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