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사진 자료실

[성당] 인천교구 주안8동 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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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3-10-05 ㅣ No.1145

 

[믿음의 고향을 찾아서] 인천교구 주안8동 성당

생명이 살아 숨쉬는 피정지같은 성당

 

 

(사진설명)

1. ’생명의 숲’으로 뒤덮인 인천교구 주안8동 성당 전경.

2. 지난 2001년 9월 새로 단장한 성당 내부.

3. 신자들이 미사 후 성당 마당 팔각정에 모여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다.

 

 

인천시 남구 동양장 사거리를 지나 주안8동으로 이어지는 주택가 이면도로. 큰 길에서 들어서자마자 멀리 푸른 소나무 숲이 눈에 띈다. 그 숲을 향해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다닥다닥 붙어있는 천편일률적 회색 콘크리트 주택들 사이로 화려한 꽃과 푸르른 나무가 우거진 인천교구 주안8동 성당(주임 이수일 신부)과 마주하게 된다.

 

마치 공원에 온 것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만큼 숲으로 우거진 주안8동성당은 그야말로 삭막한 도심 속의 ’작은 공원’처럼 유독 빛나는 푸르름을 자랑한다. 성당 앞 마당은 잔디로 뒤덮여 있고. 대지 870여평이 모두 금송(金松) 등 수십그루의 교목과 들국화, 패랭이 꽃 등 야생화 100여 종으로 가득하다. 본당은 이곳을 ’생명의 숲’이라 부른다.

 

본당의 자랑거리로 오랜 역사를 꼽는 곳이 있다면, 주안8동 본당의 자랑거리는 당연히 이곳 ’생명의 숲’이다. 1979년 7월21일 주안1동본당에서 분리, 신설된 주안8동 본당은 당시 석바위(석암) 고개에 인접해 있어 ’석암 본당’으로 불리다가, 1993년 2월1일 지역·동 명칭에 따라 지금의 주안8동 본당으로 개명하게 됐다. 본당 신자들의 ’자랑거리’, 생명의 숲은 바로 제6대 주임 이수일 신부의 노력으로 탄생하게 된 작품.

 

이 신부는 차가운 콘크리트로 뒤덮인 성당 앞마당, 나무나 풀 한포기 없이 삭막한 주위 환경을 생명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탈바꿈 시키고자 지난 2001년 11월부터 생명의 숲 만들기에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자라난 옛날 아이들과는 달리 요즘 아이들에겐 자연을 가까이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심지어 잠자리나 매미도 실제로 본 적이 없다는 학생의 얘기를 듣고 많이 놀랐습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직접 느끼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성당 부지를 모두 숲으로 꾸미겠다는 이 신부의 바람은 본당 신자들의 도움으로 하나하나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목회 임원들은 물론 주일학교 중고등부 학생 등 모든 신자들이 힘을 모아 숲 만들기에 나섰고, 신자가 아닌 이들도 이 신부의 계획을 듣고는 값진 나무를 선뜻 봉헌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신자들은 주일을 제외하고는 매일매일을 숲 만드는 데 시간을 투자하다 보니 힘든 점도 많았다. 그러나 봄에 심어 놓은 꽃씨에서 화려한 꽃이 피어나고 나무에 둥지를 틀고자 성당을 찾는 새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는 것을 보면 다시금 힘이 솟아났다.

 

숲 만들기 노력을 시작한 지 2년이 넘은 지금. 풀벌레 소리는 물론 갖가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하루종일 성당 안을 가득 메우고 도심에서는 볼 수 없었던 메뚜기 등도 이제는 쉽게 볼 수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 최근엔 휴식처로 팔각정도 만들었다. 그래선지 신자들은 미사가 끝난 후에도 쉽게 성당을 떠나지 못하고 처음보는 야생화 등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정인숙(율리아, 52)씨는 "조용히 성당 마당을 걷고 있으면 마치 성지에 피정을 온 것 같다"며 환하게 웃는다.

 

숲을 조성한 이후 얻게 된 또 다른 장점은 주일이면 언제나 성당 앞 마당에 가득 찼던 자동차 행렬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는 점. 신자들이 앞 마당의 잔디를 보호하고자 일부러 자동차를 집에 두고 오기 때문이다.

 

공사로 인한 소음 등으로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던 주민들도 지금은 주안8동 성당 ’생명의 숲’의 열렬한 팬이 됐다. 일부러 공원에 가지 않아도 집과 가까운 곳에서 편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자주 찾는 건 당연지사.

 

허경(시몬, 환경분과장)씨는 "처음엔 주민들의 항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새벽 시간을 이용해 공사하곤 했다"며 "이제는 본당 신자들보다 오히려 주민들이 더 많이 참고 있어, 숲을 통해 간접 선교도 이루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생명의 숲 조성 공사와 함께 성전을 새로 리모델링 하면서 성당과 거리 사이에 놓인 높은 담을 허물고 그 자리에 작은 울타리를 만들었다. 본당 신자는 물론 주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성당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신부는 신자들의 값진 땀과 노력이 깃든 생명의 숲을 계속해서 소중하게 지켜나가고자 지난 7월부터 ’환경의식 고취 특강’을 마련하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이 초빙 강사로 나서고 있는 특강에는 평균 100여명이 넘는 신자가 참여, 생명의 숲에 대한 열띤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 신부는 조만간 몇몇 신자들을 모아 ’자연 사랑 모임’도 결성할 계획이다.

 

"요즘 새로 지어지는 성당을 보면 너무 규모에만 신경을 쓰는 탓에 ’기도하는 공간’이라는 성당 본래 목적이 사라지는 것 같아 참 아쉽습니다. 성당이 신자들에게 잃어버린 신앙을 다시 찾게 해 주는 ’믿음의 고향’으로 다시금 태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신부는 성당을 생명의 숲으로 가꿔 나가는 노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모두의 노력이 깃든 이 곳을 잘 가꿔 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노력을 쏟아 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평화신문, 제739호(2003년 9월 7일), 백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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