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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공존, 내 집 주위에선 안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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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cosma] 쪽지 캡슐

2008-11-19 ㅣ No.8873

2008. 11. 16발행 [994호]
 
"학교 인근 200m 이내 납골시설 설치 불허 규정 위헌 심판 새달 11일 공개변론 "

 학교 인근 200m 이내에 납골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을 규정한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 제5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공개 변론이 열린다.
▶관련기사 21면
 헌법재판소는 최근 전기성(안드레아, 한양대 행정자치대학원) 겸임교수를 12월 1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상기 조항 관련 변론 참고인으로 지정하고, 전 교수에게 공개변론과 관련한 참고인 의견서를 17일까지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공개 변론은 서울대교구가 '학교 환경위생 정화구역이라는 이유만으로 납골시설 설치 신고서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은 부당하다'며 2007년 6월 서울행정법원에 노원구청을 상대로 '태릉성당 납골당 설치 공사 중단 및 원상 복구 명령 처분 취소'를 청구하고, 서울행정법원이 2007년 12월 이 건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함으로써 이뤄졌다.
 서울행정법원의 위헌심판 제청은, 교회시설 내 납골당 설치는 종교행위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일반 납골당과는 구별되는 예외적 시설임에도 학교보건법 조항은 이를 구분하고 있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헌법재판소는 일반적으로 사안이 매우 중요할 경우 공개 변론을 갖는다.
 서울대교구는 2005년 5월 태릉성당 납골당설치신고서를 노원구청에 제출했고, 구청은 여론조사 결과 주민 다수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신고서를 반려했다. 이후 서울대교구가 제기한 반려 취소 소송은 2007년 4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으나 소송 과정에서 학교 인근 200m 이내에 납골시설을 설치할 수 없도록 학교보건법이 개정됨에 따라 구청은 이를 근거로 다시 원상복구를 요구하고 있다.
 전기성 교수는 "납골당 설치 반대측은 납골당이 학습권을 침해한다고 하나 납골당을 통해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갖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학습권을 주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죽음이 기피해야만 하는 그 무엇이 아니라 삶과 늘 함께하는 친구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삶과 죽음 공존, 내 집 주위에선 안되나? "

서울 태릉성당 납골당 사태 핵심을 들어본다-헌재 공개변론 참고인 전기성 교수 대담


학교 인근 200m 이내에 납골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한 학교보건법 제6조의 위헌 여부가 가려지게 됐다. 애초 제한시설에 납골시설이 없던 이 법은 태릉성당 관할 지역 국회의원의 의원발의로 개정되면서 납골시설을 추가한 것이다. 개정된 법은 넓게는 종교행위의 자유라는 헌법의 권리를, 작게는 종교시설 납골당의 특수성을 무시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평화방송ㆍ평화신문은 이 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에 참고인으로 출석하는 전기성(안드레아, 한양대 행정자치대학원) 겸임교수를 만나 태릉성당 납골당 사태의 핵심과 이 법이 지닌 위헌적 요소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석우(평화방송 보도국) 부국장이 진행한 대담은 11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를 통해 방송됐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무엇인가.
 =장사(葬死)법은 납골당 설치를 신고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납골당 설치 조건에 맞으면 무조건 접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원구청은 행정절차법에 따라 주민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신고를 반려했다. 신고 접수를 거절한 것이 아니고 일단 접수한 뒤 반려한 것으로, 이는 기속재량행위 위반에 해당한다.
 교회의 납골당 설치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 종교행위의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 납골당 설치를 반대하고 설치 신고를 반려한 것은 종교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납골당 설치 반대측은 납골당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고 하나 오히려 죽음문제를 도외시하는 것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학교보건법의 위헌성을 지적하고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항이 위헌 심판대에 올랐나.
 =태릉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 의원발의해서 개정한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 5호다. 즉 학교에서 200m 이내에는 납골당을 설치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다.

 ▲서울대교구는 2005년 노원구청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승소했고, 이후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모두 승소했다. 그런데도 왜 이런 사태가 계속되는 것인가.
 =근본적으로는 노원구청이 종교시설 안에 설치하는 납골당과 일반 납골당을 구분하지 못하고 혼동한 데서 비롯됐다. 교회 납골당은 규정대로 하면 백화점이 있는 상업지역 내 교회에도 설치할 수 있지만 일반 납골당은 주거지역ㆍ상업지역ㆍ공업지역은 물론 녹지지역 중에서도 고속도로에서 보이는 곳, 상수도보호지역, 문화재가 있는 곳에서는 설치할 수 없다.
 그런데 행정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학교 200m 이내에 납골당을 설치할 수 없도록 법이 바뀌었다. 개정 전에는 가능한 것이었다. 노원구청은 바뀐 법을 근거로 또다시 성당측에 공사 중지와 원상 복구를 요구했고, 이에 서울대교구는 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행정법원은 어떤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나.
 =학교보건법이 교회시설 내 납골당 설치라는 종교행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데도 일반 납골당과 교회 납골당을 구분하지 않고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단에서다.

 ▲성당 내 납골당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논리는 무엇인가.
 =먼저 납골당이 학습 분위기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또 교통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도 명절에는 성묘를 하기 위해 지방으로 가지만 그 지방 주민들은 교통체증이 심하다고 해서 불평하지는 않는다. 아름다운 풍습으로 이해하고 협조한다.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또 교회가 돈벌이를 한다고도 한다. 그러나 태릉성당 납골당은 아직 분양가나 관리비 등을 정하지도 않았을 뿐아니라 운영은 본당이 아닌 7지구 차원의 논의를 거쳐 결정된다. 모든 회계는 성당이 아닌 교구에서 관장하고, 그 내용을 공개한다.

 ▲주민들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모든 것은 결국 죽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기인한다. 생로병사(生老病死) 가운데 눈에 보이는 '생'만 중시할 뿐 '노병사'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며 애써 외면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예외 없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땅값이 비싼 주거지 옆에 장사시설이 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것이다.
 장사시설은 선인들의 휴식처이자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가 교감하는 공동의 공간으로, 가급적 가까운 곳에 설치해야 한다.
 서울 한복판 성공회대성당에도 납골당이 있다. 장묘문화 시설에 대한 교육을 통해 성과를 거두는 학교도 있다.
 생로병사의 모든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가르치는 것이 올바른 교육이다. 이와 반대되는 교육을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다음달 12월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에는 누가 나오나, 그리고 최종 판결은 언제쯤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가.
 =공개변론은 대리인(변호사)과 2명의 참고인이 전문의견을 발표하고, 재판관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공개변론을 하는 것은 이 사안이 그만큼 중차대하다는 것을 헌법재판소가 인정하기 때문이다. 최종 판결이 언제쯤 나올지는 헌법재판소에 달린 문제다.
정리=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 전기성(왼쪽) 교수와 이석우 평화방송 보도국 부국장이 평화방송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대담하고 있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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