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레지오

2005년 6월호_사랑더하기 희망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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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마리애 [legio] 쪽지 캡슐

2005-05-19 ㅣ No.7

<양주자활후견기관>

 

양주자활후견기관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정을 받아 IMF 사태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저소득 빈곤층을 위한 자활사업을 수행한 지 벌써 4년째입니다. 수도권 주변 지역에서 도농복합지역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우리 기관은 낮은 재정자립도와 근로능력이 있는 참여자 선발의 어려움, 열악한 근무조건으로 인한 실무자들의 잦은 교체 등으로 다른 기관에 비해 더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어려움은 질병, 술, 자녀문제, 가족문제 등으로 절망하고 좌절하는 참여자들을 잡아 일으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변화되는 참여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지역의 실정에 맞는 사업을 수행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도농지역 특화사업으로 선택한 영농사업, 지역 내의 질병과 장애로 고통받는 이웃들을 위한 무료간병사업, 무료 집수리사업과 출장세차사업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공동체 설립을 준비하는 과정에 와있습니다. 자활사업 진행에 내적, 외적으로 어려움이 있으나 밝아진 얼굴로 ‘일할 곳이 있어 너무 감사하다’는 참여자들의 말씀에 희망과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참여자들은 처음 오시면 ‘나는 배운 게 많지 않고 형편이 어려우니 이 일밖에는 할 일이 없겠구나’ 하고 자신을 비하하고 슬퍼하지만 인성교육과 기술교육, 문화활동 등을 통해 자립 의지를 키우며, 특히 홀로 사시는 어르신과 와병환자, 장애를 가진 이웃들을 돌보아드리는 일을 하며 “그분들이 대부분 몸이 많이 불편하신 분들이지만, 몸이 아픈 것보다 외롭고 소외된 것이 더 서러운 자신들을 찾아와 말벗이 되어주고 함께해주는 것이 고맙고 즐거우며 행복하다고 하신다”며,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모를 만큼 아주 평범한 자신이지만, 그런 나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있으며 그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씀들을 하신다.

우리가 찾아가는 이웃들은 도심과 멀리 떨어진 시골마을들에 많다. 버스도 자주 다니지 않고 시골마을에서도 더 외진 곳에 살고 계신 경우가 많아 버스를 갈아타고 또 한참을 걸어야 도착하는 곳들이다. 날씨가 조금만 더워도 도움이 필요한 집에 도착하면 벌써 온몸이 땀에 젖어 있지만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반찬도 만들고, 목욕도 씻겨드린다. 그러면 손을 꼭 잡고 고마움을 표현하거나 삶은 고구마나 옥수수를 음료수와 함께 내오시는 분도 계신다. 대부분 혼자 사시는 분들이다.

그런데 참여자들은 일을 끝내고 땀에 젖어 샤워를 하려고 하면 물이 아까워 눈치를 주는 분들도 계시고, 전기세 많이 나올까봐 걱정하시는 분들도 만난다. 그럴 땐 마음이 무거워진다. 좀더 넉넉하게 살 수 있었으면….

한번은 혼자 사시는 할머님댁 집수리를 해드리고 공사확인서를 받으러 갔는데 할머님께서 커다란 배 1개와 삶은 밤을 조금 주셨다. 누가 할머님 드시라고 드린 배인 것 같아 안 받으려 했는데 막무가내로 주시며 고맙다는 말을 어찌나 많이 하시던지…. 대부분의 수혜자들은 고마워하고 수없이 감사함을 표시한다.

우리 기관 참여자들 중에는 경제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학교 안 가는 자녀, 왕따당하거나 가출하는 자녀, 알코올중독자 남편, 보호해야 할 어르신, 본인의 음주문제, 혼자 사는 외로움과 우울증 등등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데 있어 걸림돌은 너무나도 많다. 실무자들은 사업단의 실무뿐만 아니라 참여자들의 예측불허의 다양한 문제들에까지 동참하여 해결해 나가며 치열한 삶을 산다. 한 실무자는 “잘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바르게 사는 것이 아닐까? 가난하지만 정직하고 순박한 그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 비록 시간이 많이 걸리고 좀 더디 가더라도 우리 함께 가자”고 힘주어 말한다. 일반 직장인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다. 자신의 삶을 아낌없이 나누는 우리 실무자 동료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신자유주의의 세계화 물결 속에 복지부문은 축소되고, 경제는 성장하지만 저소득층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다. 소득의 양극화가 심해져서 쉬지 않고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소득을 얻을 수 없고, 고용이 불안하여 취업과 실직을 반복하는 임시·일용직 및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이 다시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더 많은 분들이 안정된 일거리를 찾기 위해 우리 기관에 오신다. 그러나 우리 기관은 조건(보건복지부가 정한)에 맞는 사람들에게만(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권자나 차상위계층) 일자리를 드릴 수 있다. 찾아오시는 분들은 사십대 후반부터 오륙십대까지 다양하다. 오시는 분들 중에는, 일자리를 젊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빼앗겼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을 몰아내야 한다고 분개하는 분들도 계시고, 절박하게 무슨 일이든지 시켜만 달라는 분들도 있다. 또 근로능력이 떨어져 우리 기관에서 일할 수 없는 분들은 더욱 열악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 이분들에게도 근로능력을 유지시키며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으로는 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되어야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빈곤층(수급자나 차상위계층)으로 떨어지기 전에 가난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가 늦었지만 준비되어야 한다고 본다.

지난여름 자활사업의 성과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그동안의 실무자들의 헌신적인 투신이 정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계량화되고 수치화된 성과만이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 기관은 지역 주민들이 일을 통해 빈곤에서 벗어나도록, 사회적 소외감을 떨치고 가난하지만 당당하게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일자리와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기관으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새롭게 다짐합니다.

 

김덕희/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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