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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다, 삼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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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자 [lea75] 쪽지 캡슐

2000-10-27 ㅣ No.4185

 

 

옛다, 삼천 원

 

 

 

남의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는 엄마는, 정오쯤 출근해 새벽에야 들어오십니다.

 

전 항상 엄마를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잠이 들었고,

 

아침에 제가 학교 갈 때는 엄마가 주무십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엄마랑 저는 서로 자는 모습만 보고 지냈답니다.

 

 

 

얼마전 일입니다.  낮 동안엔 맑았는데, 저녁 무렵이 되자 천둥번개가 치더니

 

갑자기 비가 쏟아졌습니다.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우산을 가져 가지 않으셨을 텐데, 가져다 드릴까?’

 

 하지만 전 곧 걱정을 거뒀습니다.

 

일이 늦게 끝나기 때문에 엄마는 항상 택시비 삼천 원을 받아 오셨거든요...

 

하지만 지금까지 엄마는 한 번도 택시를 타지 않았고, 그 돈으로 제 차비랑 간식비를

 

보태 주셨습니다.  그래도 그날은 비가 오니까 당연히 택시를 타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빗줄기는 더 굵어졌고, 엄마 걱정에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얼마가 지났을까, ’덜컹!’ 대문 여는 소리에

 

 

 

"엄마!"

 

 

 

 하며 달려 나갔습니다.

 

그런데 엄마의 모습이란.... 택시는 커녕 검은 비닐봉지를 머리에

 

뒤집어쓴 채 온몸이 흠뻑 젖어서는 나를 쳐다보시는 겁니다.

 

전 버럭 소리를 질렀어요.

 

 

 

"엄마, 그게 뭐야! 택시비는 뒀다 뭐 하고."

 

 

 

그런데 엄마의 대답,

 

 

 

 "택시는 뭐 하라고..이거 쓰고 오면 되는데....글쎄, 지나가는 차들이

 

다들  앞에서 멈칫멈칫하더라. 내가 귀신인 줄 알았나 봐."

 

 

 

 하며 내 손에 천 원짜리 세 장을 귀한 것이라도 되듯 꼭 쥐어 주셨어요.

 

 

 

그래요, 엄마는 제 생각을 하며 택시비 삼천 원은 손에 꼭 쥐고

 

 당신은 비를 흠뻑 맞고 오신 거였어요...

 

 

 

그날 전 엄마가 씻는 동안 이불 속에서 입술을 꽉 물며 한참을 울었답니다.

 

 

 


 

 

어제랑 오늘 이틀을 집에 있으면서 엄마가 여지껏 해온 일을 제가 하고 있었습니다.

 

새벽아르바이트 끝낸 후부터 식사준비해서 아빠랑 제조카 먹이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조카랑 밖에서 좀 놀아주다 들어와서 또 식사준비해서 밥먹고 아빠 목욕시키고....

 

정신이 없구 화딱질만 나더군요. 집에서 편히 쉴수가 없었습니다.

 

요 이틀간 지옥에 있는 듯 했는데 울엄마는 아빠 아픈이래서 근 5년동안

 

 이같은 생활의 반복이였습니다.

 

만약 엄마가 없었더라면.... 이렇게 편히 생활할 수가 없었겠죠.

 

내중심에 엄마가 있어서 이렇게라도 서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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