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사진 자료실

[성당] 제주교구 서귀포 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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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3-10-05 ㅣ No.1144

 

[믿음의 고향을 찾아서] 제주교구 서귀포 성당

복음의 빛 환히 비추는 ’등대’

 

 

(사진설명)

1. 바닷가를 지척에 두고 있는 제주 서귀포 성당 전경. 등대 형상의 종탑이 인상적이다.

2. 평일미사에도 참례자수가 150~200명에 이르는 서귀포 성당는 100년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제주도 남부 서귀포시에 자리잡고 있는 서귀포 성당(주임 고남일 신부).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이곳 주변 경관의 아름다움은 말할 것도 없다. 걸어서 10분 거리에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고, 차로 5~10분 걸리는 거리에 천지연, 산방폭포, 외골개 등 1년 사시사철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들이 즐비하다.

 

이런 아름다운 주변 경관 못지않게 서귀포 성당 또한 색다른 정취를 자아내고 있다. 서귀포성당은 우선 담이 없다. 새 성전을 건립하면서 담을 허물고 그 자리에는 야자수를 심었다. 이국적 향취를 물씬 풍기는 야자수 사이로 성당 마당에 들어서면 밝은 회백색의 3층 건물과 특이한 형태의 종탑이 시선을 끈다. 28m 높이의 등대형 종탑이다. 바닷가 고유한 정서를 살린 28m의 이 종탑은 어두운 밤 바다를 밝히는 등대처럼 혼란한 세상에 그리스도 사랑의 빛을 환히 밝히는 빛이 되겠다는 신자들 뜻을 담고 있다.

 

아침 6시, 정오, 저녁 6시 하루 세차례 삼종소리를 선사하는 이 종탑은 지역의 명물. 조용한 아침이면 주변 5km까지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이 종은 기계로 치는 것이 아니라 본당 신자들이 직접 종지기를 자청해 삼종 때마다 쳐서 울리는 것이다. 100년 넘은 믿음의 역사를 간직해오면서 제주 남부지역 신앙의 못자리 역할을 해온 서귀포본당의 오랜 전통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종탑에서 눈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성당 현관 위쪽으로 유리화가 눈에 들어온다. 매일 성당에 가더라도 고개를 쳐들고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그림이다. 비둘기 아래로 두 사람이 있고 천사들도 보이는데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그림이다. 성당 건물로 들어가는 현관 지붕은 양쪽으로 기둥 10개가 떠받치고 있다. 그 안으로 대성전 입구에는 성수대와 함께  기둥 2개가 서 있는데 모두 합쳐 12개인 이 기둥들은 12제자를 의미한다.

 

서귀포 지역 신앙전래 100주년 기념 성당으로 1998년 7월 기공식을 갖고 2000년 3월 봉헌한 이 성당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 1층은 사무실과 회합실, 성체조배실 등이 있고, 2, 3층은 대성전이 있다.

 

대성전에 들어서면 양 벽면에 십자가의 길 14처가 걸려 있고, 그 내용을 새긴 유리화 창을 통해 들어오는 은은한 채광이 깊은 묵상에 빠져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제대 위 천장에는 비둘기가 그려진 유리화 창을 통해 내리비추는 빛이 마치 성령이 제대를 내려 비추듯 한다.

 

서귀포 지역에 처음 천주교 신앙이 전해진 것은 1898년 육지를 왕래하다 세례를 받고 돌아온 양용항(베드로)과 이 라우렌시오에 의해서다. 이듬해 제8대 조선교구장 뮈텔 주교(1854~1933)가 제주 지역 복음 전파를 위해 신부 2명을 파견했고, 제주 본당(현 중앙 주교좌) 보좌로 활동하던 김원영 신부(1869~1936)는 1900년 큰 논[大畓]이란 뜻의 한논(현 서귀포 호근동 194번지)에 거주하면서 사목했다. 이것이 현 서귀포본당의 전신 격인 한논 본당이다.

 

1901년 한논 본당은 현재 면형의 집 피정센터가 있는 홍로(현 서귀포 서흥동 204번지)에 터전을 잡으면서 홍로 본당으로 개칭했다. 그러던 중 1937년 서귀포 중심지인 현재 성당 자리로 옮기면서 서귀포본당이 시작됐다. 서귀포 본당은 이 해를 본당 설립년도로 잡고 있다. 교구에서는 제주 중앙 주교좌 본당 다음으로 설립된 두번째 본당이다.

 

본당은 1955년 해성유치원과 함석지붕 성당을 건립해 지금의 성당을 건립하기 전까지 사용했다. 당시 그 성당을 짓기 위해 신자들이 직접 돌을 져 날랐다고 한다. 50~60년대에는 중문, 모슬포, 성산포, 효돈 공소를 두고 있어 제주 남부 지역 신앙 중심지였다. 60년대 들어서는 본당 신자가 1500여명을 넘어섰다. 중문, 모슬포, 서귀복자 등 본당들이 모두 서귀포 본당에서 갈라져나온 것이다.

 

40여년간 사용해온 성당이 너무 낡아 본당은 1995년부터 100주년 기념성전 건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당시 준비위원회 총무를 맡았던 박칠성(안셀모, 51) 사목회장은 "100주년 기념성당을 짓기 위해 위원들이 캐나다 밴쿠버 대성당들을 순례했고 외국인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겼다"면서 "성당의 성물 하나하나가 모두 신자들이 기증한 것이고, 신자 전체가 한 마음이 되어 이 성당을 지었다"고 회상했다.

 

중앙 주교좌본당과 함께 제주 지역 신앙의 산 증거인 서귀포본당은 현재 주일미사 평균 참례자 수는 900~1000명이지만 평일미사 참례자가 평균 150~200명에 이를 정도로 신앙의 숨결이 살아 있다. 또 성전을 건립하면서 마련한 성체조배실에서는 제주교구에서는 유일하게 24시간 성체조배가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신자들 열성이 대단하다.

 

지난 2월 부임한 고남일 주임 신부는 "100년 역사와 전통을 무시할 수 없음을 신심이 깊은 본당 신자들을 통해 항상 느끼고 있다"면서 "제주도에 오시면 꼭 한번 들러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평화신문, 제738호(2003년 8월 31일), 조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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