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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트러뜨리지 마라!(대림 1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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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0-12-06 ㅣ No.5670

 

2000, 12, 6  대림 제1주간 수요일 복음 묵상

 

 

마태오 15,29-37 (사천명을 먹이신 기적)

 

그 때에 예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서 산에 올라가 앉으셨다. 그러자 많은 군중이 절름발이와 소경과 곰배팔이와 벙어리와 그 밖의 많은 병자를 예수의 발 앞에 데려다 놓았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다 고쳐 주셨다. 그리하여 벙어리가 말을 하고 곰배팔이가 성해지고 절름발이가 제대로 걷고 소경이 눈을 뜬 것을 군중이 보고 크게 놀라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을 불러 "이 많은 사람들이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나와 함께 지내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였으니 참 보기에 안 되었구나. 가다가 길에서 쓰러질지도 모르니 그들을 굶겨 보내서야 되겠느냐?" 하고 말씀하셨다.

 

제자들이 "이런 외딴 곳에서 이 많은 사람들을 배불리 먹일 만한 빵을 어떻게 구하겠습니까?" 하자 예수께서 "빵이 몇 개나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들이 "빵 일곱 개와 작은 물고기 몇 마리뿐입니다." 하니까 예수께서는 사람들을 땅에 앉게 하시고 빵 일곱 개와 물고기를 손에 들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떼어서 제자들에게 주셨다.

 

제자들은 그것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주워 모으니 일곱 바구니에 가득 찼다.

 

 

<묵상>

 

사람들은 참 이상합니다. 혼자서 살 수 없기에 모이지만, 막상 모여서는 이런 저런 이유로 갈라지고 흩어지니 말입니다. 이렇게 흩어지면 또 다시 모이려고 애를 쓸 것입니다. 어찌보면  모였다 흩어지고, 흩어졌다 다시 모이는 과정의 반복이 바로 삶의 본질적인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모였다 흩어질 때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남길 수 있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기왕 모였다면, 흩어져야 할 이유보다는 애초에 모였을 때의 첫마음을 떠올리며 모임을 새롭게 일구어 가는 지혜로운 모습을 지녔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모인 것입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 치유를 받고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예수님과 함께 하는 모임이 지닌 신비한 힘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 모임도 배고픔이라는 인간적인 한계 앞에서는 무기력하게 느껴집니다.  적어도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의 입장에서는 말입니다. 모두가 굶주릴 수는 없으니 최선의 방법은 각자 굶주린 배를 채우도록 흩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흩어져야 하는 절박한 상황보다 모여서 함께 하는 삶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보셨습니다.

 

이제 다른 방법을 택합니다. 가진 것을 나누는 방법이죠. 예수님께서는 얼마 안되는 것이지만 나눌 것이 있기에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비록 육신의 치유로 새 삶을 살게 되었지만 이미 며칠 동안의 굶주림을 원망하며 떠나갔을 사람들이 여전히 당신과 함께 있기에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또다른 기적이 이루어집니다. 모두가 배불리 먹고도 음식이 남았습니다. 함께 하는 삶의 의미를 온 몸으로 체험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오십니다. 흩어진 사람들을 당신의 품 안에 하나로 모아들이기 위해 오십니다. 예수님과 함께 모여, 예수님 안에, 예수님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 이들이 교회입니다. 그러기에 교회는 갈라진 세상에 하나됨의 기쁨을 전하는 주님의 도구입니다.

 

그러나 과연 주님의 도구로서 제대로 사명을 수행하고 있는지 묻게 됩니다. 겉모습은 온전할지라도 속으로는 서로 갈라지고 흩어져 싸우고 있지는 않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갈라진 세상에 모범으로 다가가기는 커녕 오히려 주님의 이름으로 모인 교회 안에 세상의 온갖 부조리를 담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무늬만 교회, 이름만 교회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의 주님의 교회로 거듭나도록, 작은 교회로서 내가 먼저 다른 이들과 갈라서려는 마음을 씻어내고, 인간적으로 흩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기보다는 당신 안에 모으시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귀를 기울이고 기쁘게 응답하는 대림시기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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