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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못한 것은 대통령을 잘 못 뽑은게 아니라 민주주의를 버린 것입니다...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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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석 [andrea1] 쪽지 캡슐

2008-11-18 ㅣ No.8867

 [프레시안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

 8월 말부터 월요일 아침을 주기로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 돌아보면, 숨 가쁜 순간이 몇 번 있었다.

9월 위기설이 한참이던 9월 초, 나는 실물 위기는 더 크게 올 것이지만, 9월 위기는 없다고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도, 이런 식의 글은 위험한 글이지만, 어쨌든 나는 9월 위기 특히 시장에서 얘기하는 방식의 단기 유동성 위기는 없다고 칼럼을 썼다. 이 글을 쓰고 나서, 아주 약간의 칭찬과 아주 많은 욕을 먹었다. 내가 먹은 욕의 상당 부분은, 이명박 정권이 위기가 없다는 말이냐, 그런 말을 좌파 경제학자라고 하는 네가 할 수 있느냐, 그런 얘기였다.

그 중에, 지금이 가장 숨 가쁜 순간인 것 같다. 종부세, 자동차 산업 두 가지를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이번 주에는 미네르바 문제가 가장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내가 단기적 시장 전망에 대해서 글을 쓴 것은, 시사인에 '경제 오트르망'에 칼럼을 쓰던 시절, 지난 겨울. 에너지 공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포함해서, 단 두 번이다.

물론 두 번 다 맞춘 셈이다. 어떤 사람들은 나의 이런 단기 예측들이 맞았다고 해서, 돗자리 깔라고 하지만 나 역시 불안불안한 정보들을 모아서, 아주 가끔, 정말로 몇 년에 한 번씩이나 이런 얘기들을 한다.

그렇다면 내가 늘 이런 경향을 맞출 수 있을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면, 내가 일반인들보다 국제 경제와 국제 금유의 정보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늘 맞춘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아주 장기의 예측들은 책에 쓰고, 매주 쓰는 칼럼들은 분석 위주로 쓴다. 1~2주, 혹은 1~2달 후, 정확히 판명될 그런 전망은, 늘 부담스럽다.

어쨌든 이렇게 경제에 대해서 글을 쓰는 내가 감옥에 가야할 것인가? 나는 작년에 노벨상을 탄 크루그만 보다 훨씬 급이 떨어지고, 대중적 인기로는 따라갈 수 없는 장하준보다 훨씬 하급이며, 서울대 총장이었던 정운찬 총장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그들도 다 하는 얘기, 심지어 도저히 나보다도 부정확한 금융회사의 분석가들하는 얘기를 내가 했다는 이유로 내가 감옥에 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런 이유로 내가 입을 다물어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고 생각한다. 아닌가?

내가 크루그만보다 급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입을 다물어야 하고, 내 분석을 책으로 출간하거나, 혹은 경제 칼럼이라는 형식으로 내가 보는 전망들을 글의 형식으로 만드는 일을 그만해야 하는가?

내가 아는 경제적 상식 혹은 법률적 상식에서, 내가 설령 대통령과 총리 혹은 기획재정부 장관을 불편하게 했을지라도, 내가 법률적 잘못을 저지른 것 같지는 않다. 만약 내가 죄가 있다면, 그것은 쿠르그만보다 급이 떨어지는데 얘기를 했다는 이유 아니면 영어로 논문을 쓰지 않고, 한글로 한국에서 글을 썼다는 이유, 두 가지 중의 하나 아니라면 내가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잘못했을 것 같지는 않다.

논리적으로, 미네르바라는 어느 한 네티즌에게도 동일한 잣대가 적용될 것 같다. 그는 그가 아는 지식과 그의 판단대로 글을 썼을 뿐이다.

그와 나의 차이는, 그는 원고료를 받지 않고 글을 썼다는 것과, 경제학 학위가 없는데도 경제적 전망을 했다는, 단 두 가지 차이 밖에 나와는 없다. 이론적 견해의 차이와 해석의 차이, 그것은 법률적 요건이 아니지 않은가?
▲ 존 메이너드 케인즈. 경제학계의 거봉인 그도 박사학위를 갖고 있니는 않다. 그는 초급 공무원 출신 정책 이론가였다.

학위? 지난 정부와 현 정부가 그렇게 중시여기는 '무역 비교우위'를 만든 리카도가 학위가 있나? 오바마 이후에 다시 전세계가 들여다보는 케인즈가 학위가 있나? 케인즈는 초급 공무원 출신일 뿐이다.

경제에 대해서, 전망에 대해서, 누구든 얘기할 수 있고, 누구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 경제학계의 상식이다. 그 중의 누구는 정부를 위해서, 그리고 그 중의 누구는 정부에 반해서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인용한 통계가 틀릴 수는 있다. 그리고 정부와 다른 견해로 다른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화자 혹은 분석가의 목을 비틀어서, 말을 못하게 한 적이 있나? 내가 아는 민주적 시장사회에서 이런 일은 들어본 적도 없고, 존재한 적도 없다. 우린 왕조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어떻게 미네르바라는 어느 한 네티즌의 목을 비틀었는지, 나는 알 수는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신변의 위협을 느껴, 그 달필이 '절필' 선언을 했다는 사실 뿐이다.

아마, 비틀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우리가 아는 객관적 사실은, "더 이상 글을 쓰지는 않겠다"라는 사실과, 모종의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가 죄인이라면, 나를 비롯해서 한국의 미래에 대해서 얘기한 모든 경제학자들은 죄인이고, 그가 죄인이라면 쿠르그만을 비롯해서 한국의 주가에 대해서 예측하거나 미래에 대해서 얘기한 모든 외국인들은 죄인이고, 그가 죄인이라면 자신도 모르면서 주식과 금융시장에 대해서 매일 TV와 라디오에 나와서 전망을 하는 모두가 죄인이다.

그런가? 그렇다면 나부터 잡아가라.

내가 읽은 미네르바의 글은, 할만한 얘기였다. 그와 나의 차이는, 나는 실물에 더 관심이 많았고, 그는 금융시장의 데이 트레이드에 더 관심이 많았던 차이 밖에 없다.

나는 미네르바의 글을 그가 정부에게 추적당한다고 사람들이 얘기한 뒤에 처음 읽었다. 뭐, 틀린 말은 별로 없어보였다.

한 가지, 나는 음모론을 나의 분석에서 잘 사용하지 않지만, 그의 글에서 처음 본 '토끼 사냥'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그가 얘기한 토끼 사냥의 의미가 과연 무엇일까? 이건 학술적 논의의 개념에 가까울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직도 나는 그 의미는 잘 모르겠다.

리카도, 케인즈, 모두 미네르바 같은 사람 중 한 명이 튀어나와 경제학자가 된 것이 경제학사의 역사이다. 그리고 그들 중 누구도, 이명박 정부처럼, 정부가 무서워서 '절필' 선언을 한 적은 없다.

도대체 이게 뭐냐? 창피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박사 아니면 말 하지 말고, 교수 아니면 숨도 쉬지 말라는 거냐? 아니면 주가가 오른다는 전망 할 사람 아니면 전부 범법자라는 말이냐?

이 상황에서 정부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정말 한 가지다.
"미네르바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미네르바의 전망 중에, 틀린 말, 그렇게 많지 않다. 만약 틀렸다면, 정부가 그의 목을 비틀었겠는가?

1776년 아담 스미스 이후로 크루그만의 시대까지, 수없이 많은 경제학자나 금융 종사자들이 별의별 전망과 관점을 제시했어도, 경제적 전망에 대한 글을 썼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거나 정부가 뒤를 쫓은 적은 없다. 아닌가?

어느 네티즌, 미네르바의 절필,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명개화의 대한민국,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주가가 떨어진다고 말했다고 죄가 되는 시대, 자본주의 역사에도 그런 일은 일찍이 없었다. '명박 시대'라서 그런 것인가?
▲ 가수 윤도현 씨. ⓒKBS

이 사건은, 7년을 진행해온 '윤도현의 러브레터'가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죽은 일과 너무도 같은 일 아닌가? 본질은, 같아 보인다.

미네르바 사건은, 좌파와 우파를 막론한 한국의 모든 경제학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수치이다. 경제에 대해서 고민하는 민간인, 그들이 범법자 취급 받는 상황 정도는 지켜주어야 할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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