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성당 게시판

친구가 전해 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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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령 [avis] 쪽지 캡슐

2000-10-16 ㅣ No.1963

"백지에 그 사람의 장점들을 쭉 써 보는거야"

 

커피물이 끓는다.

 

잠시의 침묵

 

그리고 조금 후 우리 주변엔 열시의 부드러운 가을 햇살말고 커피향이 은은히 내려

 

앉아있다.

 

몇 모금의 커피를 넘기는 서로는 조용하다.

 

"그리고 .... 위에서 부터 제일 큰 세가지를 지워 버려"

 

커피잔을 든 채 친구의 눈을 바라본다. 친구는 조심스레 찻잔을 내려놓는 중이다. 살풋

 

내려뜬 눈매가 단아하다.

 

친구가 눈을 맞춰온다. 그리곤 싱긋 웃는다.

 

잔인하게도 편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 장점때문에 사람들은 만나면서... 사랑을 하고.... 우정을 나누지만,  그 장점이란게 곧

 

 단점일 수 있는거거든. 결국은 거기에 상처를 받게 되는듯 싶어"

 

또 한차례 쩗은 침묵

 

 친구는 신음소리 처럼 작은 소리를 뱉는다.

 

 " 관계라.....흠......."

 

짧은 미소가 친구의 입가에 돌더니 이내 침묵으로 숨는다.

 

여전히 내 손엔 가득찬 조금은 부담스런 커피가 들려져 있다.

 

 

나른하다. 치열하게 고민하던 고민이 언제 그랬냐듯 멀리 있다.

 

" 그 버려진 장점을 감수할 준비가 되었다면 그 때 관계를 시작하라구 사랑이든            

 

  우정이든"

 

친구를 보내고

 

버스창문에 기대 가을을 바라본다. 만나고 부딪히는 사람과 사람들.

 

 나에게 어떤 사람은

 

의미가 되었다가 의미도 못 미쳤다가 무관심이었던

 

사람들

 

문득 나역시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은 폭력을 분명 썼음에 대상없는 용서를 주절주절여

 

보지만.......

 

매일 눈뜨면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너무 예의 없었음을 느낀다.

 

준비되었어야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보이는 눈과 감각이라는것 벌써 믿을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것에 여태

 

끌려다니는 날 보면 난 사람만날 준비가 덜 되있음을 배운다.

 

어느 한 사람 하느님의 손길이 가 닿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었던가?

 

위에서 세 가지 가장 큰 장점을 감내 하고 사귀는 관계는 분명 아름다울 거란 생각을

 

하면서 하늘을 본다.

 

’자연은 이리도 편한데 사람은 정말 어렵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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