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성당 게시판

참된 기도는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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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2-01-11 ㅣ No.1447

 

 

2002, 1, 11 주님 공현 후 금요일 복음 묵상

 

 

루가 5,12-16 (나병환자를 낫게 하시다)

 

예수께서 여러 고을 가운데 한 곳에 계실 때에 있었던 일이다. 마침 나병으로 온 몸이 상한 남자 하나가 예수를 보가 얼굴을 (땅에) 대고 그분께 빌며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그러니 예수께서는 손을 펴 그를 만지시며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시오" 하셨다. 그러자 즉각 나병이 그에게서 물러갔다.

 

그분은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에게 명하시고 "그러나 가서 제관에게 당신 (몸)을 보이고, 당신이 깨끗해진 데 대해서 모세가 지시한 대로 (제물들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시오" 하셨다.

 

그러나 그분에 관한 이야기가 더욱 널리 퍼져 나갔기 때문에, 많은 군중들이 (말씀을) 듣기도 하고 자기들의 병을 고치기도 하려고 모여왔다. 그러나 그분은 외딴 곳으로 물러가 기도하셨다.

 

 

<묵상>

 

나병환자가 자신의 치유를 위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중의 하나로 예수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시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이 고쳐 주실 수 있으십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저를 고쳐주셔야만 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나병으로 얼마나 고생했는지,

 사람들로부터 따돌림당하고 온갖 멸시를 받아왔는지 모릅니다."

 

치유 받고 싶은 간절한 심정을 담고 있기는 두 가지가 다 마찬가지이지만, 예수님께 다가가는 자세는 정반대입니다. 첫 번째 것은 예수님께 온전히 자신을 내어 맡기는 것입니다. 주님의 뜻을 자신 안에서 이루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두 번째 것은 예수님을 자신에게 짜 맞추는 것, 곧 자신의 뜻을 주님께 강요하는 것입니다.

 

참된 신앙 생활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예수님의 뜻에 자신을 맞추는 것입니다. 기도를 많이 하는데도 불구하고 주님께서 기도를 잘 들어주시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분들에게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과연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기도하고 계십니까?"라고 말입니다.

 

생활고에 지친 한 사람이 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가정 불화가 일어나고,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상황이 억울하게만 느껴집니다. 이 사람이 참된 신앙인이라면 어떻게 기도하겠습니까?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고, 그래서 가정의 평화를 이루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겠습니까? 혹 이 사람이 돈을 많이 벌게 되었다고 해서 가정의 평화가 이루어지겠습니까? 이 사람이 자기의 기도를 들어주었다고 주님께 감사를 드리겠습니까?

 

아닙니다. 이 사람은 주님께 감사를 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겉으로는 몰라도 진정으로는 말입니다. 당장에는 몰라도 언제까지나 항상은 말입니다. 돈이 없었을 때나 돈이 생겼을 때나 돈의 노예로 사는 것은 마찬가지고 이 사람에게 참된 주님은 돈이기 때문입니다. 가정의 평화를 이룰 수도 없습니다. 애시당초 가정의 평화라는 것이 물질적인 충족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가난하기 때문에 가정의 불화가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그릇된 것입니다. 가난은 사람을 불편하게 할지는 몰라도 결코 사람을 갈라놓지는 못합니다. 사람이 가난을 핑계삼아 갈라 설 뿐이지요.

 

참된 신앙인이라면 오히려 이렇게 기도하지 않을까요?

 

"주님, 당신께서 원하시는 가정의 평화를 이루려고 하지만, 가난 때문에, 아니 가난을 핑계삼아 제가 가족들에게 저의 입장만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지금 저에게 주어진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십시오. 당장의 물질적인 이익보다 참 사랑을 주십시오. 저를 변화시켜 주십시오. 당신의 뜻을 이루소서"라고 말입니다.

 

이 사람이 나중에 돈을 벌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정의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기도 지향을 주님께서는 분명히 들어주실 것입니다. 이 사람은 돈으로부터 해방되어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를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참으로 많은 기도를 바칩니다. 이 기도 안에 분명 우리의 삶이, 고통스러운 현실이,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문제가, 삶의 보람과 기쁨 그리고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참된 기도를 드리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추함이 없으니까요.

참된 기도를 드리는 사람은 거룩합니다. 자신의 뜻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이루려 하니까요.

참된 기도를 드리는 사람은 기뻐합니다. 주님께서는 참된 기도를 언제나 들어주시니까요.

 

아름다운 기도, 거룩한 기도를 바침으로써 기쁨에 넘치는 나날의 삶을 사는 우리이고 싶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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