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퍼온글 - 우리모두 미대사관으로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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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천 [hejingger] 쪽지 캡슐

2001-04-03 ㅣ No.2797

게시자: 김지선(peterpan65) 팔푼이 피터팬 착한짓 한번했대요

게시일: 2001-04-03 15:21:29

본문크기: 15 K bytes 번호: 19180 조회/추천: 110/14

주제어:  

 

 

 오른손이 한일을 왼손이 모르게끔 하라! 라는 말씀도 있습니다.

 

 

 

참 좋은 말이지만 또, 한편으론 실천하기 쉬운 일은 아니지요.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말씀들은 우리 인간들이 지키기엔 너무 어렵고 힘든일만 가득한것 같습니다.

 

 

 

일곱번씩 일흔번이라도 용서하라!...예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전 자신없습니다.(한번도 힘든 판국에...)

 

 

 

차라리 그럴바엔 지옥가고 말겠다고 글을 쓴 기억도 나는데요.

 

 

 

팔푼이 피터팬은 또 말씀을 어기고 오른손이 한일을 왼쪽 겨드랑이 구석까지 알게끔 동네방네 떠들까 합니다.

 

 

 

이유는 제가 칭찬 받자고가 아니라 끝까지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부탁도 한가지 드려볼까 해서 떠들어 보겠습니다.

 

 

 

결코 미운짓 한것은 아니니까 난생처음 이쁜짓 한번 한 피터팬...이뻐해주세요.^^

 

 

 

그러니까 오늘 오전 11시경쯤에 광화문에 나갈 일이 생겨서 그곳을 갔습니다.

 

 

 

터벅터벅 볼일을 보러 무심코 걸어가다보니 미대사관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저께 이곳에 한 형제님이 올리신 글에 [19140, 수녀님의 침묵시위]란 글이 떠오르더군요.

 

 

 

수녀님이기전에 연약한 여인의 몸으로 누구도 꺼리는 용감한 일을 하고 계신 그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었거든요.

 

 

 

그러자 갑자기 이 석두의 머리에서도 반짝하고 아름다운 생각이 떠 오르지 뭡니까?

 

 

 

"아항!...그래! 지금 미대사관앞 정문에 가서 수녀님을 뵙고 가자! 혼자 서 계시기도 힘드실텐데 음료라도 사가서 수녀님께 드리고 또 수녀님도 사람일텐데 혹시 용변이라도 급하실수 있으니 잠깐 화장실이라도 다녀오시라고 권하고 그동안 내가 피켓을 들고 서 있어야겠다!!" (착한거야? 엉뚱한거야??)

 

 

 

이런 기특한 생각이 퍼뜩 들지 뭡니까?

 

 

 

그래서 일단 미대사관 정문앞을 가봤습니다.

 

 

 

그런데 어?...안계시더라구요. 이상하다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다 주변에 좌악 깔려있는 전경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저어~혹시 이곳에서 매일 피켓들고 평화시위하시는 아름다운 수녀님께서 보통 몇시쯤에 나오십니까?"

 

 

 

그러자 전경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경멸하는 눈빛을 보내더군요.(하긴 내가 미친놈이지...물어볼데 가서 물어봐야지.ㅡ.ㅡ)

 

 

 

곧이어 퉁명스런 목소리로 "모르겠는데요."(모르긴 뭘 모르겠습니까?)

 

 

 

쩝!...그래 물어본 내가 정신병자지...하며 전 발길을 돌려서 제 볼일을 보았지요.

 

 

 

그리고 약 한시간후 볼일을 마치고 돌아가기 위해 전 다시한번 미대사관 주위를 걸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혹시나하고 고개를 주욱~빼서는 정문쪽을 쳐다봤지요.

 

 

 

짜~안!!!!...계시더군요. 얼마나 반가운지 속으로 연신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근처 가판대로 뛰어가서는 네버다이 칸인가 뭔가하는 요구르트를 덥석 샀습니다.

 

 

 

그근처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게가 멀어요. 그래서 근처 신문 가판대에 갈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짧은 거리를 걸어가는데 머리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되더군요.

 

 

 

"가서는 뭐라고 인사말을 해야하나...난 누구라고 말해야하나?...혹시 음료에 나쁜걸 타서 테러하는 놈이라 생각하셔서 이 음료를 거절하면 어쩌나?..."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주위의 전경들의 따가운 감시의 눈총을 뚫고 수녀님께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어제 이곳에서 보았던 사진속의 그수녀님은 아니시더군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교대로 나오시는 모양이죠?...뭐.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그 짧은시간, 수녀님의 인상을 스케치할것 같으면 피켓을 목에 거신채 배와 등쪽에 미군의 만행을 규탄하는 내용과 정당하고 당연한 우리의 의지를 적어놓았고, 굳게 다무신 입술에 비장함마저 얼굴에 서려 있는데 말을 붙이기도 힘든 표정이시더군요.

 

 

 

그 얼굴표정만 보았을땐 온것을 후회하게까지 했습니다.

 

 

 

말이라도 붙이면 "넌 뭐야? 꺼져!"라고 나올것 같이 그야말로 찔러도 피한방울 안나올 정도로 아주 냉정하신 표정으로 서 계시더군요.

 

 

 

하지만 용기를 내었습니다.

 

 

 

"저어~수녀님 안녕하세요?" 순간 주위를 왔다갔다하며 정문을 지키던 전경들의 발걸음도 뚝 멎고 감시의 시선이 저에게 꽂혔습니다.

 

 

 

그러던지 말던지 전 부끄러운 행동이 아니라는 자신감이 있기에 거릴낄것은 없었습니다.

 

 

 

수녀님은 처음엔 흠칫 놀라시는 표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최대한 미소를 입가에 띄우며 "전 김지선 도미니꼬라고 합니다. 수녀님."

 

 

 

그때서야 수녀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 오르시는데 어쩌면 아까까지 그 비장했던 얼굴이 한순간에 그렇게 온화한 마리아님의 미소로 변할수 있을까요?

 

 

 

제 마음도 아까의 긴장은 다 없어지고 그 환한 미소에 그렇게 편하고 좋을수가 없었습니다.

 

 

 

"어저께 굿뉴스에서 수녀님의 모습을 사진으로 뵈었습니다. 지나던 길에 인사라도 하고저 와봤습니다."

 

 

 

"아! 그러세요? 감사합니다."

 

 

 

"수녀님. 참 의로우신일 하느라 고생하시는데 그저 죄송할뿐입니다. 힘이 못되어 드려서..."

 

 

 

수녀님은 계속 미소로 답해주시더군요.

 

 

 

"수녀님 약소하지만 이거라도 드시겠어요?" 저는 그 음료를 부끄럽게 내밀었지요.

 

 

 

그러자 수녀님의 온화한 미소는 더욱 커지며 볼이 약간은 상기되신채 넓은 피켓사이로 아주 불편하게 손을 내밀어 주시더군요.

 

 

 

그리고 감사하게 받아주시더군요.

 

 

 

순간 제마음이 얼마나 기쁘던지 아아! 단돈 700원으로도 이렇게 큰 기쁨을 살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었습니다.

 

 

 

"수녀님 그럼 전 바빠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수녀님 그럼 고생하세요."

 

 

 

"녜!"

 

 

 

이렇게 해서 속세의 죄인과 주님의 딸이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지요.

 

 

 

전경들이 나를 어떻게 쳐다보건 말건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저 한없이 기쁘고 마음이 날아갈것만 같더군요.

 

 

 

그리고 한없이 수녀님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만일 그순간에 "잠시 검문좀 하겠습니다."라고 다가오는 전경들이 있었으면 나의 일격필살 권법이 광화문 바닥에 휘몰아쳤을겁니다. 짜아식들 무림의 고수를 알아봤는지 안건드리더군요.(으쓱으쓱!)^^

 

 

 

그리고 기쁜마음으로 아아~ 나도 착한일을 할때가 다 있구나. 하는 아주 상쾌한 마음으로 주님께 감사하며 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오는데..."아차차!!!" 싶지 뭡니까?

 

 

 

화!장!실!...그걸 깜빡했던 겁니다.

 

 

 

아아~!! 이런 낭패가...그렇다고 지금 다시 돌아갈수도 없고...으~! 그만 한가지를 빠뜨렸지 뭡니까?

 

 

 

전 웃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진심입니다.

 

 

 

그렇게 거기 하루종일 서계시면 정말 용변도 보셔야 할것 아닙니까?

 

 

 

그럼 잠시라도 그피켓 내가 대신 들고 서있다가 용변 보시고 오시면 다시 교대해주는거...어려운일 아니잖아요? 그래봐야 몇분이 걸리겠습니까?

 

 

 

그런데 그만 이 돌대가리가 그 중요한 사안을 빼먹었지 뭡니까?

 

 

 

하긴 자기 인생에서도 장가 가는것도 깜빡해서 못가고 있는넘이 뭔들 깜빡 안하겠습니까마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래서 오늘일을 모르게 지나고도 싶었지만 여러분께 부탁아닌 부탁을 드려볼까 해서요.

 

 

 

저야 또 언제 그곳을 지나칠지 모르지만 혹시 여러분들 중에서 그곳을 오갈일이 생기시면 작은 맛난거라도 사가셔서 인사라도 하시고 또 잠시 교대해줄수 있으면 교대해주셔서 수녀님 화장실이라도 다녀 오시게끔 편의를 봐주시는거...무리한 부탁 아니죠?

 

 

 

[수녀님의 침묵시위]라는글. 많은분들이 추천도 해주셨잖아요? 추천보다 더 좋은일 아니겠어요?

 

 

 

일부러 시간낼거까지야 없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오늘 수녀님을 뵈면서 느낀점은 비록 연약한 여인의 모습이었지만 제 보기엔 커다란 거인을 뵙고 온 느낌이었습니다.

 

 

 

오늘따라 제가 왜그리 난쟁이처럼 보였는지...부끄러울뿐입니다.

 

 

 

읽어주신분들 외면 안하실거죠?^^

 

 

 

 

 

※ 여담입니다만 만일 예를 들어 정말 내가 잠시나마 피켓들고 교대해주었다고 가정했을때...만에하나 어느 잡지사나 신문사, 혹은 방송국에서 수녀님 취재하러 나왔다면...깜짝 놀라겠죠?

 

그리고 다음날 이렇게 보도 될겁니다.

 

[속보! 미 대사관앞에서 며칠째 평화 항의시위하는 수녀님...이제 도술까지 부리셔서 멀쩡한 남자로 변신하여 양복입고 서 계시더라. 이에 미국넘들 연신 Oh! my god!을 외치며 잘못했다고 수녀님앞에 무릎꿇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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