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 백인대장의 웃음(9/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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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09-14 ㅣ No.3592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학자 기념일 (2004-09-13)

독서 : 1고린 11,17-26.33 또는 에페 4,1-7,11-13 복음 : 루가 7,1-10 또는 마르 4,1-10. 13-20 또는 4,1-9

* 백인대장의 웃음 *

예수께서 모든 말씀을 사람들에게 들려주신 뒤에 가파르나움으로 가셨다. 마침 그때 어떤 백인대장의 종이 중병으로 거의 죽게 되었는데 그는 주인이 대단히 아끼는 종이었다. 백인대장이 예수의 이야기를 듣고 유다인의 원로 몇 사람을 예수께 보내어 집에 오셔서 자기 종을 살려주십사 하고 간청하게 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께 와서 간곡히 부탁드리기를 “그 백인대장은 도와주실 만한 사람입니다. 그는 우리 민족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회당까지 지어주었습니다” 하였다.
이 말을 들으시고 예수께서는 그들과 함께 가셨다. 백인대장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르렀을 때에 백인대장은 친구들을 시켜 예수께 전갈을 보냈다. “주님, 수고롭게 오실 것까지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제 집에 모실 만한 사람이 못 되며 감히 주님을 나가 뵐 생각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하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낫겠습니다. 저도 남의 밑에 있는 사람입니다만 제 밑에도 부하들이 있어서 제가 이 사람더러 가라 하면 가고 또 저 사람더러 오라 하면 옵니다. 또 제 종에게 이것을 하라 하면 합니다.” 예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감탄하시며 따라오는 군중을 돌아다보시고 “잘 들어두어라. 나는 이런 믿음을 이스라엘 사람에게서도 본 일이 없다” 하고 말씀하셨다. 심부름 왔던 사람들이 집에 돌아가 보니 종은 이미 깨끗이 나아 있었다.
(루가 7,1­-10)

주일마다 북한 이탈주민들의 사회 적응 교육을 돕는 하나원에 갑니다. 오전에는 미사, 오후에는 ‘재미나는 오락회’(북한식 게임)도 하고, 좋은 이야기도 나누며 하루를 지내다 옵니다. 미사 전에 전체 미사에 관한 설명을 하는데, 보편지향기도에 관해 설명할 때는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를 아버지 또는 어머니와 우리의 관계로 설명합니다. 언젠가 한 신부님이 기도에 관한 강론을 하시면서 “여러분, 우리가 엄마한테 밥 달라고 할 때 뭐라고 합니까? ‘전능하고 자비하신 어머니, 그동안 별일 없으셨습니까? 말씀드리기 죄송하지만 저에게 밥 한 그릇만 주시겠어요?’라고 합니까? 아니지요. 그냥 ‘엄마! 밥!’ 하면 어머니는 다 알아들으시고 정성스레 밥을 주시지요? 하느님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부님이 말씀하신 그 분위기를 보여주려고 애쓰며 보편지향기도 시간에 모두 필요한 기도를 바치자고 말합니다.
그러고 나서 미사 시간에 보편지향기도를 하면 한 명, 두 명 기도를 바치면서 흐느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주님을 모르고 살았던 이 죄인이 주님 앞에 나왔습니다.”, “이렇게 좋으신 주님께 감히 기도드립니다.”, “저는 주님을 모르지만 주님께서는 저의 부족함을 다 아시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주님께 저희 부모·형제를 부탁드립니다.” 미사여구는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의 탄원은 오늘 복음 말씀에 등장하는 백인대장의 고백입니다. 그들이 주님에 대해 얼마나 알길래, 무슨 죄를 그렇게 많이 지었길래. 그들의 기도에 저 역시 눈시울을 적실 때가 많습니다.
주님께서 그들이 애원하는 소리를 귀기울여 들어주시리라는 믿음이 솟구침을 느끼며 오후에는 그들의 손을 꼭 잡고 “주님께서는 반드시 우리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실 거야. 주님께서 들어주시는만큼 우리도 그 기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에 나가면 열심히 살아가자”라고 다짐합니다. 미사 때 울먹이던 그들의 모습에서는 어느새 환한 웃음이 번져 나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웃음짓던 백인대장의 바로 그 웃음일 것입니다.

이선중 수녀(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


- 장미를 생각하며 -

우울한 날은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내어 울면

나의 나눔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내내 앓고 있을 때
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
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길이 열리네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
나의 삶이
암호처럼 찍혀 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송이

'살아야 해, 살아야 해'
오늘도 내 마음에
불을 붙이네

- 이해인의 詩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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