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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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순 [soonsu1] 쪽지 캡슐

2000-02-17 ㅣ No.4385

 

게시자 : 김형수(henry)

제  목  : ......사랑합니다.

게시일 : 2000-02-10 17:19:21

 

 

아 버 지

 

(스물아홉)  열네시간을 기다려서야 자식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신을 믿지 않았지만 당신도 모르게 기도를 올렸습니다.

 

 

(서른일곱)  자식이 국민학교를 들어가 우등상을 탔습니다.

 

                 당신은 액자를 만들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었습니다.

 

                 아직도 당신의 방에는 누렇게 바랜 액자가 걸려있습니다.

 

 

(마 흔 셋)  일요일 아침, 모처럼 자식과 뒷산약수터에 올랐습니다.

 

                이웃사람들은 자식이 아버지 닮았다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당신은 괜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마흔여덟)  자식이 대학 입학시험을 보러갔습니다.

 

                 당신은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지만,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 쉰   셋 )  자식이 첫 월급을 타서 내의를 샀습니다.

 

                당신은 쓸데없이 돈을 쓴다고 나무랐지만,

 

                밤이 늦도록 내의를 입어 보고 또 입어봤습니다.

 

 

(예순하나)  딸이 시집가는 날이었습니다.    

 

                 딸은 도둑 같은 사위 얼굴을 쳐다보며 함박 웃음을 피웠습니다.

 

                 당신은 나이 들고 처음으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오직하나

 

자식 잘 되기만을 바라며 살아온 한평생.

 

하지만 이제는 희끗희끗한 머리로 남으신 당신......

 

우리는 당신을 아버지라 부릅니다.

 

 

 

어 머 니

 

(스물하나)  당신은 고개를 두개 넘어

                

                  얼굴도 본 적 없는 김씨댁의 큰 아들에게 시집을 왔습니다.

 

 

(스물여섯)  시집온 지 오년만에 자식을 낳았습니다.

 

                  당신은 그제야 시댁 어른들한테 대접을 받았습니다.

 

 

(서 른 둘)   자식이 밤늦게 급체를 앓았습니다.         

 

                 당신은 자식을 업고 읍내 병원까지 밤길 이십리를 달렸습니다.

 

 

( 마    흔 )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당신은 자식이 학교에서 돌아올 무렵이면

 

                 자식의 외투를 입고 동구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자식에게 당신의 체온으로 데워진 외투를 입혀주었습니다.

 

( 쉰   둘 )   자식이 결혼할 여자라고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당신은 분칠한 얼굴이 싫었지만

 

                 자식이 좋다니까 당신도 좋다고 하였습니다.

 

( 예    순 )  환갑이라고 자식이 모처럼 돈을 보냈습니다.

 

                 당신은 그 돈으로 자식의 보약을 지었습니다.

 

(예순다섯)  자식 내외가 바쁘다며 명절에 고향에 못 내려온다고 했습니다.

 

                  당신은 동네 사람들에게

 

                  아들이 바빠서 아침 일찍 올라갔다며

 

                  당신 평생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습니다.      

 

 

오직하나

 

자식 잘 되기만을 바라며 살아온 한평생,

 

하지만, 이제는 깊게 주름진 얼굴로 남으신 당신......

 

우리는 당신을 어머니라 부릅니다.

                                

 

 

쑥스러우시겠지만

 

용기를 내셔서......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라고 말씀드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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