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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란 [netran] 쪽지 캡슐

2008-11-14 ㅣ No.8849

종부세가 기본적으로 위헌이라는 헌법 재판소의 판결이 났네요.
어차피 종부세랑은 관련이 없는 제게는 그저 영화 한편 보는 기분입니다만
많은 분들은 비분강개하고 또 다른 분들은 환영하겠지요.
 
종부세... 두루 잘 아시듯... 2%의 국민에게만 해당하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98%의 국민에게는 사실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항이니.. 
이곳 게시판의 대부분의 분들에게도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는 이슈일 것이고
따라서 득실의 차원이 아닌 규범성의 차원에서 논의가 이루어지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한편 보는 기분이었다고는 말씀 드렸지만... 사실 제게는 깊은 우려가 있습니다.
경제살리기의 기치를 내걸고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탄생한 이명박 정권에게서 엿보이는 초조감입니다.
헌재의 결정에 불만을 표하는 진보진영의 주장처럼 이대통령이 2%만을 위해 종부세 위헌심사 제청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경기부양.. 경제살리기... 이게 주된 의도였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고 관련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있는 현 상황은 물론 방치할 수 없습니다만...
장기적인 정책과제인 우리 경제 체질 다지기의 큰 그림 속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아무리 급해도... 경제는 살리되 부동산 버블만은 꺼야하는.. 그야말로 연착륙이 필요하고...
연착륙의 작전은 장기적인 구도 하에서만 실행 가능한 일인데..... 지금 제대로 가는 건가.... 걱정이 듭니다.
 
급부양이 경착륙의 위험성을 증대시켰다는 것은 짧은 지난 날만 되돌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땅투기가 확산되고 국민의 원성이 높아졌을 때 노무현 대통령이 특유의 싱글거리는 표정으로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앞으로 투기하시는 분들 편할 수는 없으실 것입니다" 하며 예고했던 종부세...
그때는 그때대로...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세금으로 때려잡으면 되겠나... 하는 걱정이 들긴 했었습니다.
서울이 과도하게 커졌으니.. 서울 옮기자... 하는 급한 사고방식 자체가 전국적인 땅투기 열기 조성에
크게 한몫을 했다는 것도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었습니다.
 
우리는... 뭐든지.... 너무 급하게 합니다.
그리고 과도하게 급진적입니다. 왜... 가지부터 쳐서 뿌리에 이를 생각을 않고... 뿌리부터 잡고 쉽게 흔들까요.
이것은 정권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특성을 반영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흔히들 보수로는 안된다 진보로 바꾸자... 아니면 진보로는 안된다 보수가 해야한다.... 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맘에 안드는 것은 아예 안보려고 하고...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하지만... 많은 진보적 발전은 보수 정권에 의해서 이루어졌고... 보수적 발전은 진보 정권 하에서 생겼습니다.
 
교육의 평준화 평준화 하지만.... 고교 평준화가 이루어진 것은 박정희씨 시절의 일입니다.
국민연금제도는 전두환씨 시절에 도입되었습니다. 금융실명제와 공직자 재산 등록은 김영삼씨 시절의 일입니다.
삼성이나 현대 등 재벌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위상을 키운 것은 지난 10년 동안의 일입니다.
강남이 부자들의 성역이 된 것도 그 시절입니다.
 
누구였냐로 판단하는 것과 어떤 일이 벌어졌냐로 판단을 하는 것이 쉽게 일치하지 않습니다.
시대와 국민의 요구에 의해 필요한 일은 그때 그때 이루어졌다고 보는 게 옳은 판단 같습니다.
 
가난한 이들이 모두 성자가 아니듯.... 부자들이 모두 악인은 아닙니다.
많은 성자들은 부자 출신입니다.  그리고 부자가 많은 나라일수록 사회 복지 또한 잘 되어 있습니다.
사회복지부터 갖추고 부자가 된 나라가 어디 있겠습니까. 
부자들의 도덕적 해이 이상으로 가난한 이들의 복지병도 심각한 게 선진국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소득세나 재산세의 수준이 우리 경제 현실에 비춰 볼 때 낮은 건 아닙니다.
저도 상당한 기간을 외국에서 살아 보았습니다만....  귀국했을 때...  
지난 날 잘 살던 사람들이 그대로 잘 사는 것보다는.... 가난했던 이들이 잘 살고 있는 것에 놀랐었습니다.
아래 위가 뒤집힌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이런 역동성을 지닌 나라.... 정말 드뭅니다.
 
우리에게 문제가 있다면.. 성장하는 과정에서.... 조급함과 반목과 갈등이 너무 커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걸 이루었지만 아직도 풀어야할 문제도 많고 가야할 길이 더 멉니다.
뭉치자는 말보다는.... 개성을 키우자... 개성을 존중하자고 외치고 싶습니다.
 
명동성당만이 교회가 아니고.... 우리들 믿는 이들이 함께 한 이 자리가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세상의 빛과 소금입니다. 찬찬히... 냉정하게....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살펴보며 대화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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