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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 운영위원장인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가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사노련 사무실에서 이적단체 구성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뒤 영장기각으로 풀려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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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적인 경찰의 판정패다.”
오세철(65) 연세대 명예교수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 사무실에서 만난 오 교수는 “경찰이 정치적인 행태로 촛불 정국과 사노련을 무리하게 엮으려다 실패한 사건”이라며 “보강수사를 해 영장을 재청구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 등 사노련 관련자 7명은 경찰에 체포된 지 사흘 만인 28일 밤 서울중앙지법이 “사노련이 국가의 변란을 선전·선동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조성된 단체라는 점, 또는 그 활동이 국가의 존립 및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함에 따라 풀려났다.
그는 “경찰이 이적단체 규정이나 이적물 배포 등 보안법과 관련된 혐의는 애초에 법리상으로 맞지 않다는 걸 뻔히 알면서 몰아붙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적단체는 사실상 친북단체로 한정돼 있는데 우리는 전혀 그런 쪽이 아니며, 사회주의 연구를 하는 단체이지 ‘당장 국가를 전복시키자’고 하는 것도 아니다”며 “보안법으로 에두르지 말고 차라리 ‘사회주의 사상 탄압법’을 만들어 정정당당하게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교수는 “수사관이 ‘휴대전화 위치 확인을 다 했다. 촛불집회 때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현장에 있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며 “결국 경찰이 촛불 정국에 맞춰 사노련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다가 실패한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1년 전부터 내 전자우편을 압수수색하고 통화내역을 추적해왔다는데, 섣부르게 터뜨리지 말고 차라리 2~3년 더 제대로 수사를 하지 그랬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일이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경찰이 사노련에 대해 자세히 묻기에 ‘홈페이지에 다 올려놨으니 보라’고 답했다”며 “20년 전만 해도 ‘사회주의’라는 말도 못 썼지만 이제는 다르다. 공개적으로 다 나온 내용 가지고 갑자기 쳐들어와서 수갑 채우는 식의 수사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일로 보안법이 여러 가지 변형된 형태로 사상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며 “보안법 철폐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다시 일어나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사노련의 향후 활동에 대해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그는 “(사노련은) 역사의 큰 흐름 속에서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장기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 출발한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자본가 정권의 문제가 드러난 만큼, 자본과 노동의 싸움에서 밀알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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