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관동성당 자유게시판

벌써 11월의 마지막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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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숙 [nomary] 쪽지 캡슐

2001-11-30 ㅣ No.2013

어이구 추워라~~~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주섬주섬 옷들을 껴입고 갈까말까 고민을 하다가 다녀왔습니다~ 어디냐구요~~~???

 

한가한 백수라 시간이 나면 불암산 자락에 있는 요셉수도원을 찾곤 했습니다~ 습관처럼 가는 곳이라도 추우니까 망설여지더라구요~

어쩜 더 추워지면 못갈것 같아 길을 나섰습니다~

생각해보니 꼬박 일년동안 그 길을 참 많이도 지나다녔더라구요~

근데~~~ 돌이켜보니 한번도 그 느낌이 같았던 적이 없었습니다.

변덕스런 저 자신의 생각을 담고 길을 나서지만 항상 새로운 옷을 입고 기다리려 주는 자연 앞에서는 제 생각을 잠시 내려놓을 수가 있었습니다.

 

배나무들은 벌써 수확이 끝난 들판에 허허로이 잎마저 다~아 내려놓은채 빈몸으로 겨울을 준비하고 있더군요...

참... 배나무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산고의 아픔을 견딘 새싹이 돋고

어느새 하얀꽃이 피어 보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더니

아름다움이 아닌 성숙으로 향하기 위해 잎을 내고 여름의 뙤약볕을 이겨내어 배를 만들어 내더군요~~~

우리는 시장에 가서 얼마의 돈만 지불하면 쉽게 사는 배이지만

배나무는 한해를 온전히 그 배를 키워내기 위해 바치더군요.

잠시... 배의 입장이 되어...

사람이 무엇이간데 가장 소중한 것을 다 가져가 버리는지를 생각하며... 내가 배라면 참 억울하겠다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그저 주기만하기 위해서 태어난 삶...

 

그런데... 제 눈에 들어온것은 다 비워버린 들판에 아직 혼로 나무에 매달려 썩어가는 배였습니다... 물론 사람의 손이 미치지 못해 끝까지 살아남은 그 배는 그 나무에 매달려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바닥에 떨어져 돌아가겠지요... 자신이 배라는 것도 모른채...

아~~~아~~~

배는 먹히기 위해서 태어났구나~~~

배나무가  아름다울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배를 나누어주기 때문이었구나...

배는 누군가를 위해 먹힘으로서 진정 배로 거듭나는 것이로구나...

 

생각해보면 전...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매달려서  썩어가는 배였습니다... 살기위해 매달려 있었으나 진정 살기 위해서는 기꺼이 내어놓아야 함을... 긴... 한숨을 쉬며 인정해야 했습니다...

 

춥다고 있는 옷 다껴입고도 벌벌 떨고 있는 제 자신이...

한겨울 추위에도 모든 것 다 내려놓고 하늘만을 바라보고사는 올곧은 나무들의 기상에...

한없이 부끄러워짐을 느낍니다...

 

12월은 교회력으로 새롭게 한해를 시작하는 달이라고 하더군요...

한겨울 당당히 추위를 이겨낼 자연의 용기를 청하며...

더불어 매년 거듭날수 있는사랑을 키워나가는 나무들을 닮고싶은 마음을감히 청하고 싶습니다...

 

ㅎㅎㅎ~~~ 근데 지라는 사람이 잘 까먹어요~~~

별생각없이 또 그냥 살겠지만...

언젠가 그땐 이런 생각도 했었구나 라는 흔적을 남겨두고 싶은 생각이 2001년을 마감하는 즈음에 갑자기 들더라구요...

 

기럼... 끝까지 읽으신 분들은 수고 많이 하셨슴다(--)(__)(--)

추운데 감기 조심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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