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성당 게시판

성서 이야기 - 5) 오만과 무질서

인쇄

유웅열 [ryuwy] 쪽지 캡슐

2003-08-20 ㅣ No.1619

   오만 과 무질서

              (바벨탑 이야기)

 

바벨탑의 건축이야기는 인간의 오만에 의해 지상에 생겨난 무질서에

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 이름 ’바빌론’은 ’밥-일루(곧 신의 문)’을 뜻하며, 이 명칭은 ’ 뒤  

섞다, 혼란시키다’와 발음이 비슷하다. ’주님께서는 거기에서 온 땅의

말(언어)을 뒤섞어 놓으셨기에’ ’바벨’은 ’신의 문’을 뜻하는 것이 아니

라 인간의 언어가 뒤섞인 곳을 가리킨다.

 

바빌론 평야에 세워진 거대한 신전의 탑에 대해 바빌론의 신 마르둑은

임금에게 ’지하 세계의 중심부에 기초를 놓고 그 끝이 하늘에까지 이

르게 하라’하고 명령했다. 말하자면 ’지구라트’는 하늘과 땅 사이를 연

결하는 집이었다. 이를 통해 신의 세계에 접근하며 聖婚禮式으로 신들

에 대해 힘을 행사하려 했다는 데에 인간의 잘못이 있다.

 

-인간의 착각-

먼 옛날에는 ’온 세상이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낱말들을 쓰고 있었다.’(1

절) 모두가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이룩하신 창조의

조화를 회복하는 전조라고 상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때에 하느님께서 땅으로 내려오시어 사람들이 세운 성읍과 탑을 보

시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사람들이 오만하게도 "탑의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다."라고 생각했지

만, 사실 하느님께서 거처하시는 곳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기에 그 분

께서 몸소 밑으로 내려오셔야 한다. 단지 인간의 눈에만 높은 것으로

보일 뿐, 하느님 눈으로 보면 그 높은 탑도 형편없이 낮은 것일 뿐이

다 !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 것임

을 알아야 한다.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보라, 그 들은 한 겨레이고 모두가 같은 말을 쓰고 있다. 이 것은 그

들이 하려는 일의 시작일 뿐, 이제 그 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

든지 못할 일이 없으리라."

 

하느님께서 사람들이 하는 일을 저지하시는 이유는 그 들이 언젠가 하

늘까지 점령하게 되리라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다. 인간이 자기 도취에

빠져 ’대단히’ 높은 것으로 착각할 따름이지, 하느님께서 계시는 곳에서

는 그토록 높다는 탑이 보이지도 않는다.

 

하느님께서 사람들을 두려워하시는 것이 아니다 ! 단지 사람들이 계속

해서 더 큰 잘못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막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인간이 더 이상 헛수고하지 않도록, 원래의 계획을 포기하고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한계를 느끼도록 해 주심으로써 창조 때 세워

놓으신 질서를 회복시키시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해야 한다.

 

하느님께서 사람들의 말을 뒤섞어 놓으시고 그들을 흩어 버리셨기 때

문에, 그들은 성읍을 세우는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곳

의 이름을 바벨이라 하였다.’ 왜냐하면 주님께서 거기에서 온 땅의 말

을 뒤섞어 놓으시고, 사람들을 온 땅으로 흩어 버리셨기 때문이다.’

 

바벨 탑 이야기는 인간의 오만함과 어리석음을 지적하는 하느님의 심

판을 다시 생각게 한다. 마찬가지로 여러 언어와 온 땅으로 흩어져 나

가는 것은 창조주를 거스르는 인간의 헛된 욕심의 결과임을 생각하게

한다. 인간들은 자신들 사이의 언어가 혼란 됨으로써 사물과 자신들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게 되었다.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에서 아벨이 자기와 다른 점을 인정하고 수용하

지 못한 데 카인의 잘못이 있었다면, 바벨 탑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은 인간이 자신의 명예를 위해 모든 것을 자기 기준으로 맞추려

는 잘못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므로 바벨 탑 이야기는 인간

의 노고로 이룩하는 일 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다

양성을 인정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이름, 혹은 명성을 남에게 드러내

고 돋보이게 하려는데 잘못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인간은 각기 고유한 언어를 통해 하느님의 권위를 인정하면서 그 분의

창조 질서가 보존되도록 해야 한다.

 

가르침 :

㉠ 우리는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속담에서 자기의 한계를 깨달으라는

말이 있지만, 자기의 분수와 자기의 한계를 못 깨닫고 있습니다.

 

㉡ 자기의 눈 높이로 남을 재고, 판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자기의

눈 높이로 남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는 데서 오만과 거만과 거드름이

생겨나고 남을 깔보는 잘못을 저지르게 됩니다. 자기의 수준이 기준이

아니라 남의 수준에 맞춰 가면서 즉, 사람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공존의 기쁨을 맛 볼 수 있을 때 우리에게 기

쁨이 넘쳐흐르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 ’자기의 잣대로 남을 판단

하지 말라 !’라는 말을 깊이 생각해야 하겠다. ’친구’는 동질성을 갖고

있을 때 ’친구’로 여길 수 있으나, 그와 내가 바라보는 눈 높이가 다를

때 동질성을 못 느끼며 친구라는 개념의 친교를 누리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13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