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산타할아버지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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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연 [sun] 쪽지 캡슐

1999-12-29 ㅣ No.1419

중고등부 ’예쁜교감’ 혜연입니다.

 

좀 지난 얘기지만 그냥 제가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에 받은 선물 얘기를 하고 싶어서요.

 

다들 그날밤에 선물 받으셨어요? 전 받았답니다. 평생 잊지못할 선물...

 

지난주 내내 저희 중고등부 교사들이나 학생들은 정신이 없었죠. 늘그렇지만 준비도 더디고,

 

여기저기 문제 투성이고 도대체 어떻게 성탄제를 할지 대책이 안서는....

 

24일 그날은 정말 최악의 상황이였죠. 아침부터 눈이 많이 내려 제가 일하는 곳에 아이들이

 

제시간에 도착을 못해 난리가 났었죠. 같이 일하는 재현이는 그 전날 술독에 빠져 출근도

 

못하고....

 

26일에 성탄제를 앞두고 있지만 25일은 초등부와 청년행사로 도저히 리허설을 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24일에 리허설을 했는데 딱 두팀만이 무대에 올라오더군요.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아이들을 혼냈죠. 준비는 전혀 안됐는데 우리 1년차 교사몇명은 친구들을

 

만나러 갔더군요. 또 화가 머리털 끝까지 나서 당장 튀어오라구 했죠. 게다가 저녁에 있는

 

성당 행사 때문에 여러가지가 겹쳐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어쨌거나 여러가지로 화가

 

나고 짜증이 났습니다. 이러저러하다가 자정미사도 못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한

 

자정 미사를 못본건 처음인것 같습니다. 정말 기분이 말할수 없을 만큼 엉망 이였죠.

 

고2때 크리스마스 이브에 제가 너무나 사랑하던 할머니가 돌아가신 다음으로 최악의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나를 비롯한 우리 교사들이 하루종일 지하실에서

 

밥두 제대로 못먹구 계속 안좋은 일들만 생겨 다들 지치고 피곤하고 짜증들이 났었습니다.

 

아직도 우리가 해야할 일은 끝이 나지 않았었구요. 그러고 있는 도중에 어떤 교사가 저에게

 

한마디 하더군요. "누나, 우리 오늘 진짜 한번만 웃고 가자!"......................

 

그 한마디에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래! 웃고 가자!!!!

 

몇가지 남은 일들을 정리하고, 제가 일하는데서 얻어온 작은 케익으로 성탄파티를 했죠.

 

작은 케익하나에 작은 촛불하나를 켜고 파티를 했습니다. 파티라고 해봐야 그저 먹는것일

 

뿐이지만 먹기전에 노래라도 부르려고 무엇을 부를까 하다가 교사의 기도를 하기로

 

했습니다. "오~사랑하는 주님 날 도와주소서...."로 시작하는 우리의 노래를 했죠.

 

우리는 장난삼아 서로 손을 잡고 흔들면서 노래를 불렀는데 그 순간에 저에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또 그자리에 함께 있었던 교사들에게도.....

 

노래를 시작하는 그 순간에 그전까지의 그런 화나고 짜쯩나던 나의 마음이 온데간데 없고

 

그저 하나의 감동만이 내맘을 파고 들었습니다.

 

조금은 장난스런 분위기였기에 웃음으로 저의 감동의 눈물을 막을수가 있었습니다.  

 

노래가 끝난후 우린 언제 기분이 안좋았냐는 듯이 들뜨게 되었고, 정말 기뻤습니다.

 

케익을 먹은후 교사찬조 연습을 했죠. 청년의 밤 때와 성탄제때 했던 교사 찬조 연습을

 

바로 이때 첨으로 하게된 것이죠. 연습이 끝난후 집으로 오면서 몇몇 교사들과 얘기를

 

나누었는데 다들 그 노래를 하면서 정말 왠지 모를 감동을 느꼈다고들 합니다.

 

그 감동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을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

 

저희의 상황을 모르시는 분들은 무슨소린지 이해하실수 없겠지만

 

다만 나누고 싶어서 글을 한번 올려봅니다.  제가 받은 선물을....

 

여러분들도 잘 생각해 보세요. 틀림없이 산타할아버지가 그날밤 한가지씩 선물을

 

주셨을테니까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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