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관동성당 자유게시판

내가 가진 것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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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천 [mrru] 쪽지 캡슐

2001-12-14 ㅣ No.2075

내가 가진 것의 소중함

 

석계역의 플랫홈이

따가운 햇살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습니다.

 

아마 맨 처음 칸부터 저렇게 왔겠지...

어떤 사람이 맨 끝칸에서

마지막 자리에 앉아있던 내 쪽으로 오는 듯 싶더니,

많이 지쳤는지 중간 문 앞에서

고개를 떨군 채 숨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1호선을 타면 자주 보아오던 모습.

그 사람을 또 만난겁니다.

 

그 사람은 아마도

골반있는 부분을 크게 다쳐서 뼈가 없는지,

다리가 비정상적으로 접힌 상태였고

휠체어도 못타고 그렇게 앉은채로

양손으로 양다리를 잡은 채

엉덩이에 댄 두꺼운 고무판을 또 하나의 다리삼아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봅니다.

백원짜리가 도움이 될까..

백원으로는 목을 축이지도 못한다...

반대편 주머니에 손을 넣어

천원짜리 두 장을 꺼냅니다..

 

조심스럽게 다다가서 돈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곤 자리로 돌아와 문가에 기대어 섰습니다.

그 분은 몇번인가 계속 내 눈을 마주쳤습니다.

 

하얗게 샌 머리.

다음 정거장에서 내린 그는 목장갑을 낀 손으로

이마에 땀방울을 닦았습니다.

 

밖의 플랫홈은 무척이나 더워 보였지만

그는 아까와 똑같은 모습으로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나를 바라보던 그의 눈.

난 그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내가 받는 고통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인줄 알고

현재의 나의 모습을 한탄만 하던

무기력하던 나의 모습을

그의 눈빛은 꾸짖고 있었습니다.

 

분명히 내가 가진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 하고

모든 것을 가지려고 욕심을 부려도

세상은 공평합니다.

 

내게 주어진 나의 것을

소중하게 가꾸려면

내 주머니 안의 모든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내가 욕심 부리고 있는 것들을

진정으로 그것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주고,

난 세상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이끼가 되더라도

그 모습으로 충분히

사람들이 숨 쉴 수 있는

산소를 뿜어내면 됩니다.

 

세상은 공평합니다.

서서 걷는 내가

앉은뱅이가 가진 의지력을 가지지 못했듯이,

우린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습니다.

 

오늘 내 앞에서 땀을 훔치던 그 앉은뱅이가 어쩌면

어릴적 골목에서 넘어진 나를 일으켜 세워주던

어느 아저씨였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숨 쉬어야 할 이 별.

우리가 바라는 평화와 위안은

어디에 있습니까?

 

내 삶의 풍요를 위하여 오늘도

주식 전광판을 바라보며

계산기만 두드리시나요?

 

오늘 내가 힘든 것은

그만큼 가진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하철에서 평화와 위안을 얻는 길은

오늘자 아침 신문의 주식면을 바라보며

내가 가진 것의 소중함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머리를 만지는 일보다 주머니 속의 동전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보다 가벼운 몸으로

하루를 맞이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길 위에는..

교과서에서도, 모니터에서도, 극장에서도,

책에서도,신문에서도,라디오에서도 찾을 수 없는

진리가 있습니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언제나 잊고 사는...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 하지 말고,

 

대림 시기 입니다.

오늘 주임 신부님의 특강을 듣고 우리가

과연 무엇을 줄수 있을까?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겠습니다.

한 여름날 써놨던 글이 생각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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