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동성당 게시판

내 마음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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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건기 [jamesbae] 쪽지 캡슐

2001-04-24 ㅣ No.905

언제부터인가 나는...

마음속에 자를 하나 넣고 다녔습니다.



돌을 만나면.. 돌을 재고

나무를 만나면.. 나무를 재고

사람을 만나면.. 사람을 재었습니다.



물위에 비치는 구름을 보며

하늘의 높이까지

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나는...

내가 지닌 자가

제일 정확한 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잰 것이

넘거나.. 처지는 것을 보면

마음에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그렇게...

인생을 확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몇 번이나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가끔...

나를 재는 사람을 볼 때마다

무관심한 체 하려고 애썼습니다.



간혹...

귀에 거슬리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틀림없이..눈금이

잘못된 자일 거라고 내뱉었습니다.



그러면서 한 번도

내 자로...

나를 잰 적이 없음을 깨닫고

스스로 부끄러워졌습니다.



아직도...

녹슨 자를 하나 갖고 있지만

아무것도...

재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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