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목자가 된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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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1동성당 [suyu1] 쪽지 캡슐

2005-05-12 ㅣ No.437

 

어느 신부님의 체험담입니다. 그 신부님이 캐다나에 얼마 동안 머무시게 되었습니다. 어느날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그만 과속을 하셨답니다. 캐나다는 매우 넓은 나라이고, 고속도로가 직선으로 쭉 뻗어서 차를 몰다보면 시원하고 달리고 싶은 유혹이 들게 마련입니다. 그 신부님은 그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100Km의 제한 속도를 훨씬 넘어서 170Km로 달리셨습니다. (저는 간이 작아서 120Km까지는 달려봤습니다. 20Km 정도까지는 봐준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어디선가 경찰 순찰차가 왱왱거리면서 다가오더니 정지 신호를 보냈습니다. 신부님은 고속도록 한켠에 차를 세우자 경찰이 다가와서 거수경례를 하고 속도 위반을 하였다고 말하면서 면허증을 보자고 하였습니다. 국제 면허증을 보여주자 경찰이 한참 들여다 보더니 한국 신부냐고 물었습니다. 국제 면허증에 붙인 사진이 로만 컬러 차림이었으니 신부인 줄 알았던 것이지요. 그러더니 다시 경철이, 한국에 신부가 많으냐고 물었고, 신부님은 매우 부족하다고 대답했답니다.

그 신부님의 대답을 듣고 경찰이 갑자기 흥분하더니 훈계를 퍼부었습니다. '우리 신자들이 신부님 하나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기도를 많이하고 경제적 지원을 하는 줄 아느냐, 그렇게 과속으로 달리다가 사고라도 당하면 교회에 얼마나 큰 손실이 되는데 그러느냐.' 그러더니 "묵주기도 한 번"하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것도 집에 가서 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그자리에서 기도를 바치라고 하면서, 옆에 차를 세워두고 그 안에 앉아 팔장을 끼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신부님은 꼼짝없이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묵주기도 5단을 바쳤습니다. 다 마쳤다고 했더니, 경찰이 "이젠 됐으니 가시라"고 했습니다.

신부님이 조금 머쓱하고 미안하기도 했는지,"평화가 당신과 함께"(peace be with you!)하고 인사 (미사 때 영성체 전에 나누는 평화의 인사 )를 했습니다. 그러자 경찰은 "또한 신부님과 함께!"(And also with you!)하고 대답을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교통법규를 심하게 어긴 신부님에게 한 순간이나마 목자가 되었던 경찰이 다시 양으로 돌아갔습니다. 신부도 사실은 주님의 양떼에 속한 사람입니다. 그러기에 가끔은 이렇게 목자가 되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답니다. /손희송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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