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23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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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2-09-07 ㅣ No.973

연중 제23주일(가해. 2002. 9. 8)

                                                 제1독서 : 에제 33, 7 ∼ 9

                                                 제2독서 : 로마 13, 8 ∼ 10

                                                 복   음 : 마태 18, 15 ∼ 20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수해로 인해 피해를 본 분들을 보면서 '별일 없으십니까?'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가 요즘처럼 실감나는 때도 없습니다.  뉴스에 나온 수해를 입은 어떤 이의 말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몰랐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수해를 입을 때는 옷이라도 들고 나오지 하는 말을 했는데 막상 당하고 나니까 그 말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이의 말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쉽게 다른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말을 합니다.  너무도 쉽게 말입니다.  '먹을 것이 없어 굶어야 했다'고 하면 요즘아이들은 '컵라면 먹으면 되지요'라고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수해를 입은 이들은 컵라면이 있어도 불과 물이 없어서 먹지 못한다는 말을 하는데 그 누가 그것을 이해하겠습니까?

 

  오늘 사도 바오로는 "남에게 해야 할 의무를 다하십시오.  그러나 아무리 해도 다할 수 없는 의무가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사랑의 의무입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랑은 혼자 할 수 없습니다.  대상이 있어야 합니다.  짝사랑도 짝사랑의 대상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에 사랑할 줄 안다는 것은 다른 이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은 이웃에게 해로운 일을 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우리가 우리의 사랑을 전할 수 있게 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어렵고 힘든 시기이지만 우리에게는 은총의 시기입니다.  바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인도에서 거지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손을 내민다고 합니다.  그것은 그들의 생각에 '거지인 자신들이 있기에 당신들이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사랑 실천의 기회를 거지들인 자신들이 준다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는 아니지만 우리는 한 배를 탄 함께 살아가는 민족이며, 우리 가족입니다.  그러기에 이 배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는 함께 도와야 하고, 함께 노력해야하고, 함께 나누고, 사랑해야 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인간 속성을 규정하는 명언 중의 하나입니다.  결국 인간은 혼자이면서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음을 뜻합니다.  함께 살아야합니다.  믿음은 개인의 일이면서 동시에 이미 공동의 일입니다.  아브라함이라는 한 개인을 부르셨지만 어디까지나 한 민족의 조상으로서 부르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라는 한 사람을 반석으로 삼아 그 위에 당신의 교회를 세우셨지만 교회는 '모임, 집회, 회중'을 뜻하기에 교회는 사람들이 모여 이루는 공동체입니다.  믿음은 함께 가는 것입니다.  서로 깊은 연대성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느끼며 함께 걷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이러한 연대성을 드러내 줍니다.  죄는 나와 하느님의 관계를, 나와 다른 이들의 관계를 훼손시키는 것입니다.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있어서 서로의 관계가 훼손된다는 것은 공동체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기에 공동체는 그 사람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잘못한 형제에게 "단 둘이 만나서 그의 잘못을 타일러 주어라.  그가 말을 들으면 너는 형제 하나를 얻는 셈이다.  그러나 듣지 않거든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을 더 데리고 가라.  그래도 그들의 말을 듣지 않거든 교회에 알리"라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방법을 알려주고 계십니다.

 

  잘못한 형제에게 이렇게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시는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분명히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기를 원하실 것입니다.  우리의 사랑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하겠습니다.  항상 기도하면서 아주 작은 것이지만 나누었으면 합니다.  옷가지라도 화장지라도 시간을 내어서 봉사라도 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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