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6월 17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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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6-18 ㅣ No.100

10:20 - 지금의 명동성당 마당에는 8동의 농성천막이 들어서 있다.

      민노총 지도부 단식농성단 천막 2개동 26명, 사무금융노련 동조 단식단 천막 1개동  

      20명, 금속연맹 노조 지도부 사전영장 발부자 천막 1개동 7명, 현대중기 천막 1개동

      3명, 한총련 7기 출범식과 관련된 사전영장 발부자 천막 1개동 2명, 푸른교실 사전영장

      발부자 천막 1개동 7명, 전국연합 천막 1개동 5명 등, 총 8개 천막에 인원 70명이 농성

      중이다. 여기에 지지방문자와 연일 계속되는 시위속에서 1,000여명의 인원이 북적인다.

      여기에 성당을 찾는 사람들과 신자들까지 합하면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없다.

 

        그러기에 명동성당은 크게 세개의 덩어리가 움직인다. 하나는 성당에서 진행하는

      행사와 외부행사, 그리고 계단공사와 전기공사가 한 덩어리고, 둘째는 신자들의 평상시

      기도와 미사, 단체활동과 혼인이 또 한덩어리며, 세째는 농성자들이다. 그러니 자연

      세 덩어리가 원활히 움직이자면 질서를 유지하고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없으면 그야말로

      엉망이고 시비가 그칠날이 없다.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회의도 세차례를 해야한다. 먼저 내부행사의 조율을 위해

      한차례, 공사를 원활히 하기 위한 모임 한차례, 농성단 대표들과의 한차례, 그리고

      수시로 쫒아다니며 확인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서로의 만남에서 서로의 사정을 이야기

      하고 약속을 한다. 그 약속의 이행이 곧 질서를 유지하는 길이다.

        지금의 상태는 그 약속들이 깨져가고 있기에 다시 한번더 그 약속의 준수를 요구하기

      위해 각 농성단 대표들과 한 자리를 했다.

 

        먼저 민노총에게는 사무금융노련의 천막 철수를 요구했다. 민노총은 천막을 다시

      수정해 치고, 앞으로 계속 있을 동조단식자들은 절대로 이곳으로 들어오지 않고 다른

      곳으로 장소를 정하겠다고 제의한다. 오늘 오전 전국적으로, 또 단위사업장의 지도부가

      단식으로 들어간다고 선포했기 때문이란다. 예전의 경우는 조계사와 다른 곳으로 분산

      되었는데 어째 지금은 모두 명동으로만 몰려오느냐? 그것도 가장 어수한 시점에?

        이곳을 선호하는 이유로 세 가지를 든다.

        첫째는 지리적 조건이란다. 성당 언덕이야

      말로 야외 극장으로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언덕 들머리에 스피커

      두 개만 설치하면 완벽한 음향이 되고, 언덕의 계단과 주차장, 차도에는 적어도 3,000

      여명이 앉을 수 있고, 또 한곳으로의 집중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둘째로는 "명동성당" 그러면 장소를 찾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이 모두가 아는

      곳이기에 굳이 설명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셋째로는 신변이 보호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이곳을 선호하지 않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농성과 관련된 차량들은 모두 회관주차장으로 이동시키고, 경내(성당마당)

      에서는 어떠한 구호도 외칠 수 없고, 구호는 오직 언덕 들머리에서만 외칠 것이며,

      프렌카드의 설치는 언덕에만 설치해 줄 것과 다른 어떤 천막도 더 늘려서는 않된다는

      합의를 보았다.

 

        한총련, 금속연맹, 현대중기, 푸른교실은 예전에 한 약속(위의 내용)을 준수해 줄 것

 

        전국연합은 사무국장이 대신 참석했다. 곤혹스러워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미

      전국연합 의장이 사전에 합의한 내용이 있기 때문에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데서

      오는 곤혹스러움이다. 그러나 다시 힘을 내, 조용히 양해를 구한다. "6월 25일까지만

      있게 해 줄수 없겠는가? 대신 토,일은 천막을 철수하고, 평일에만 천막을 치고

      있겠다"는 것이다. 이 약속은 사나이로써, 또 정의를 외치는 사람으로써 꼭 지키겠다

      고 말한다.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그 말에 대한 책임을 꼭 지라는 말 외에는..

 

        이렇게 해서 성당마당의 질서를 위한 서로의 합의가 이루어 졌다. 굳은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17:30 - 민노총의 단위사업장 지도부의 농성이 시작되었다.

      600여명의 시위대가 언덕에 자리잡고 구호와 노래를 부른다. 20:00까지 시위를 한다고

      말한다. 성당마당에서 대외협력국장을 만났다. 어제는 왜 연락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미안하고 말하며 웃는다. 오전의 합의사항을 말해주고 이번에는 꼭 지키라고

      말하자, 꼭 지키겠다고 말한다.

        또 하나, 프렌카드를 또 설치했는데 그것도 약속대로 언덕으로 이동시키라고 했다.

      그대로 하겠단다. 언덕으로 이동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경내에서 신자들을 대상으로

      구호를 외치거나 자신들의 주장을 펴는 것이 아니라, 전국민과 정부를 상대로 하는

      것이기에 언덕에 설치해야 그 목적에 부합하고, 또 경내는 신자들이 기도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23:50 - 민노총의 프렌카드는 옮겨지지 않았다.

      그 덕분에 다른 천막들에도 프렌카드가 갈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전국연합,

      금속연맹까지도 설치했다.

        

        내일 오전에 또 다시 모두에게 약속의 준수를 외쳐야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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