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성당 게시판

꽁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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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현 [yoonjh] 쪽지 캡슐

2000-07-28 ㅣ No.413

예수님이 천국 나들이 나오셨다.

맑은공기,넓은호수,융단처럼 깔린 푸른잔디,숲을 이룬 이곳 저곳에

뛰노는 동물들과 새들, 꽃들.

보시기에 참 좋았다.

숲 사이로 난 작은 오솔길을 걷다보니 저 만큼 웅장한 건물이 보인다.

" 흠, 바디칸을 이 곳에 옮겨 놓았군."

문 입구에는 "천국 유치원" 이라 적혀 있었다.

"천국 유치원?"

호기심이 발동한 예수님은 자신의 몸을 숨기시고 유치원 안으로 들어 가셨다.

복도에는 저 마다 패말을 단 교실이 있었다.

첫번째는 장미반 이었다.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하나 같이 착하고 예쁘게 생긴 어린아이들이

고사리 손엔 묵주를 들고 기도 하는데 눈을 지긋이 감은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 호! 고것들 참."

다음은 백합반 이었다.

이곳 역시 밝고 예쁜 아이들로 선생님 말씀에 귀 기울이며,천국이 어떤 곳

이라는 것을 배우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보시기에 참 좋았다.

흐믓한 마음으로 다음 반 으로 가셨다.

튤립반, 사슴반, 토끼반......

모두 갓 천국에 들어 온 아이들로 성인들 지도에 따라 천국을 배우고 있었다.

만족한 예수님은 돌아서 나오시려는데, 갑자기 뒤 쪽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났다.

" ? "

" 이게 무슨 소리지? "

얼른 소리 나는 곳 으로 가보니 "해방촌" 반 이었다.

" 해방촌? "

궁금한 예수님은 창문으로 그 반을 들여다 보셨다.

두 어린이가 다투고 있는데,하얗게 분 칠한 얼굴로 손에는 칠판 지우개를

들고 서로 마주보고 "씩씩" 거리고 있고,짝 으로 보이는 여자들 끼리도

곧 싸울 기세다.

" 야! 네가 먼저 지우개를 던졌잖아! "

" 내가 언제 던졌어. 짜샤! "

" 이게 "

" 어쭈 "

어처구니 없었다.

" 저런 얘 들이  어떻게 천국에 왔지? 베드로가 실수 했나? "

얼른 생명책 을 펼치셨다.

거기에는

성명: 여엄ㅇ                         성명: 구우ㅇ

본명: 이사악                         본명: 바오로

본당: 해방촌                         본당: 해방촌

활동: 변두리 구역장                  활동: 로얄 구역장

보고내용: 본래 심술궂고 골탕 먹이기  보고내용: 주식 투자해서 마누라 속   

         좋아하나 구역장을 열심히              많이 썩였으나 그 뒤로

         했으므로 천국문에 턱걸이          구역일 열심히 했으므로 간신히

          했음.                            천국문 통과 했음.

 

"고놈들 겨우 천국문 통과한 주제에 여기서도 말썽 이구만."

싸움을 말리려고 안 으로 들어 가시려는데, 한 어린이가 강단으로 나갔다.

한 화상이 갑자기 검지 손가락으로 귀를 향해 원(동그라미)을 그리며

"엥 엥" "엥 엥" 싸이렌 소리를 냈다.

그러자 서로 으르렁 거리던 바오로. 이사악이 두 팔을 연거푸 번쩍 들며

"국민 여러분 "   "국민 여러분"   "민.방.공."

지적 당한 클레멘스가 벌칙으로 " 상하이, 상하이 트위스트 치면서...노래

한다.    그 때 곧 싸울 기세 였던 안나 와 바올라가 몸을 사정없이 흔들며

춤을 췄다. 트위스트 였다.

곧 반 전체가 트위스트 였다.

예수님은 기가 막혔다. 그런데 유난히 잘 추는 얘가 있었다. 안나 였다.

" 나도 저얜 못 말려. 저 얜 자동 이거든."

돌아서 나오시면서 예수님은 "해방촌"반을 지우시곤 뭐라 적어 넣으셨다.

" 구제불능 민방공"

클레멘스의 "남행열차"가 이어진다.

" 저 녀석 또 걸렸군!"

예수님은 그 뒤는 안 봐도 훤히 알수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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