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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달려갈 것인가?(연중 32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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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0-11-15 ㅣ No.5289

 

2000, 11, 15  연중 제32주간 수요일 복음 묵상

 

 

루가 17, 11-19 (나병 환자 열 사람)

 

그 때에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길에 사마리아와 갈릴래아 사이를 지나가시게 되었다.

 

어떤 마을에 들어가시다가 나병 환자 열 사람을 만났다. 그들은 멀찍이 서서 "예수 선생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크게 소리쳤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보시고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의 몸을 보여라." 하셨다. 그들이 사제들에게 가는 동안에 그들의 몸이 깨끗해졌다.

 

그들 중 한 사람은 자기 병이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면서 예수께 돌아와 그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었다.

 

이것을 보시고 예수께서는 "몸이 깨끗해진 사람은 열 사람이 아니었느냐? 그런데 아홉은 어디 갔느냐?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러 돌아온 사람은 이 이방인 한 사람밖에 없단 말이냐!" 하시면서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묵상>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의 몸을 보여라."

 

나병 환자들은 예루살렘의 사제들에게 치유 사실을 인정받아야만 정상적인 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사제들에게 자신의 깨끗한 몸을 보여 줄 날만을 고대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으로 살 수 없었던 나병 환자들에게 예수님의 말씀은 자신을 억눌렀던 온갖 굴레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하는 것이었으며 복음(기쁜 소식) 자체였습니다.

 

나병 환자들이 더 이상 예수님 앞에 머무를 이유는 사라졌습니다. 모든 멍에를 벗어던지고 온전한 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사제에게로 달려갑니다.

 

그들이 사제들에게 가는 동안에 그들의 몸이 깨끗해졌다.

 

나병 환자들은 자신의 몸이 깨끗해진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사제에게 달려간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말씀 때문에 달려갔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굳게 믿었던 것입니다. 그들의 믿음은 곧 나병의 치유라는 결실을 맺었습니다.

 

그들 중 한 사람은 자기 병이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면서 예수께 돌아와 그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

 

그러나 사제들에게 치유 사실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했었는지, 그들은 자신이 온전히 나았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사제들에게 달려만 갔습니다. 단 한 사람 사마리아 사람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똑같이 나병을 앓았고 치유의 은사를 받았지만, 한 사람은 예수님께로, 다른 아홉 사람은 사제에게로 향했습니다.

 

여기에서 이제 서로의 길이 갈립니다. 한 사람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굴레를 벗겨 준 해방자에게로 달려감으로써 가장 가까이에서 참 해방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당장의 현실적 이익을 향해 달려감으로써 해방자에게 멀어집니다.

 

한 순간의 일입니다. 한 순간의 선택입니다. 어디로 달려갈 것인가? 지금까지 온 몸으로 겪어야 했던 굴레를 벗어버렸다는 해방의 기쁨에 그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이 해방의 기쁨을 온 몸으로 체험했기에 더 완전한 해방, 총체적인 해방을 향하여 나아갈 것인가?

 

머리로서는 명확하게 대답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삶으로 결단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더욱 충만한 내일을 향해 얻기 위해서 버려야 하는 당장의 편안함과 이익이 너무나도 아쉽기 때문입니다.

 

"너는 과연 어디로 달려갈 것이냐?"

"너는 과연 지금 어디를 향하여 달려가고 있느냐?"

 

오늘 주님께서 던지는 화두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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