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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사회 정의 위해 목소리 높여야”[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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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재 [thomas3004] 쪽지 캡슐

2008-11-08 ㅣ No.8788

 
 
내한한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의장 레나토 마르티노 추기경
 
“교회, 사회 정의 위해 목소리 높여야”

사회교리는 인간문제의 구체적 해결 추구
교회의 사회 이해 방식에 대한 입장 표명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의장 레나토 마르티노 추기경(Renato Cardinal Martino)이 한승수 국무총리 초청으로 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한국을 방문했다.

추기경은 10월 31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강당에서 열린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주최 간담회에서 지난 2004년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가 펴낸 ‘간추린 사회교리’의 구조와 목적·의미에 대해 소개하고, 교회 생활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교리 실천의 책임은 교회의 모든 구성원에 있다고 강조했다.

추기경의 간담회 연설과 11월 1일 열린 ‘한국평협 임원과의 간담회’ 내용 등을 대담형식으로 재구성해 싣는다.

▶ ‘간추린 사회교리’ 발간이 담고 있는 의미와 책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 ‘간추린 사회교리’는 가톨릭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을 모아 놓은 교리의 기본 구조를 완전히 개괄할 수 있게 합니다. 2004년 발간 준비를 마친 후 교황 성하(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 책을 보여드렸을 때 교황님은 ‘finally(마침내)’라는 한 마디로 화답하셨습니다. 이 말씀만으로도 ‘간추린 사회교리’가 얼마나 오랜 기다림 속에 나온 값진 책인지 알 수 있습니다. ‘간추린 사회교리’는 우리 시대를 특징짓는 복합적인 사건들에 대한 도덕적·사목적 식별의 도구이자 지침서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사회 질서의 복음화를 위한 교회 안의 다양한 은사에 알맞은 소명을 재발견하는 동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추기경님께서는 ‘간추린 사회교리’가 교회의 사회 교리를 교회 사명의 핵심에 자리하게 한다고 설명하십니다.

- 교회 사명의 핵심이라는 말은, 우리가 사회교리를 그리스도인 삶에 추가적이거나 부차적인 어떤 것으로 간주하지 않고 그 주체인 공동체에 속하는 것으로 이해하도록 도와준다는 의미입니다. 사회교리의 본성에 알맞은 유일한 주체는 교회 공동체 전체이며 교회에 속한 사회교리를 만들고 전파하며 가르치는 주체는 ‘교회’입니다. ‘간추린 사회교리’ 79항은 사회교리는 교회의 일부 구성원만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누리는 특권이며 교회가 사회를 이해하는 방식과 사회 구조와 사회 변화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사제·수도자·평신도로 일컬어지는 그리스도인 공동체 전체, 그리고 각 개별 그리스도인들은 교회 사명의 핵심을 사회교리로 이끌어준 ‘간추린 사회교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 ‘간추린 사회교리’는 일종의 지침서로 주교들과 주교회의 회원들에게 일종의 도구로 제시하고자 작성된 것입니다. 목자로서 주교들의 의무는 이 ‘간추린 사회교리’를 알리고 정확히 해석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식을 결정하는 일입니다. 또 ‘간추린 사회교리’는 사제들의 손에 맡겨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제는 제대에서 사회복음을 선포하고,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더 넓은 세계 공동체의 필요에 마음과 정신을 열도록 격려하며 교회의 사회교리에 기여해야 합니다. 봉헌 생활자들은 순명과 청빈과 정결의 서원을 통해 세상의 구원을 위해 주님과 함께 사는 일에 자신을 온전히 개방함으로써 사회적·정치적·경제적 관계에 복음의 근본정신을 불어 넣어야 합니다.

▶ 평신도야말로 ‘간추린 사회교리’의 가장 좋은 동반자라고 말씀하셨는데요.

- 평신도는 그들의 역량과 전문적 특성을 통해 또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일해야 하는 그들의 임무를 통해 실천적인 측면에서 교회의 사회교리를 어느 모로든 이행하고 사회교리가 현실에 필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합니다. 평신도는 사회교리에 나타난 활동 지침들이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결과를 맺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인간의 문제들에 대해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해결책을 추구하는 평신도는 교회 사회교리의 부차적인 부분이 아니라 바로 중심입니다.

▶ 인권이 무시당하고 세속화되어가고 있는 사회 속에서 교회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 사실 ‘간추린 사회교리’는 세계 각국의 모든 교회가 바탕으로 삼을 수 있는 핵심만을 설명해 놓았기 때문에 이 세상 문제를 해결하는 모든 방법이 제시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책 2부에 제시한 가정, 인간노동, 경제생활, 정치공동체 등에 관한 내용을 토대로 각국 교회가 각자의 상황에 맞춰 수용,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승수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제 의견을 전한 바 있습니다만, 사회 안에서 인권이 존중되지 못하거나 정의롭지 못한 일이 있을 때 교회가 나서 제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국제연합(UN) 상임참관인 시절 말레이시아인 UN 사무총장이 제게 한 말이 생각납니다. 그는 세계 모든 나라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지만 교회는 그렇지 않다며 교회의 목소리에 영감을 얻고 교회가 무슨 말을 할지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교회는 자신의 몫, 목소리를 내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 추기경님께서는 2006년부터 교황청 이주사목평의회 의장도 맡고 계십니다. 이주민 문제와 관련해 ‘그리스도적 시야’를 견지해 나가달라고 당부하셨는데요.

-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마태 25, 35)고 하십니다. 교회가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것은 바로 예수님의 이 말씀입니다. 세계화시대에 이주와 이동성은 중요한 현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이러한 이주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가난이라는 점, 또 정치적 이유로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이주민들 가운데서 예수님을 발견하는 새로운 소명을 부여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주민들을 단순히 일자리를 찾으러 온 이로만 봐서는 안 되며 그들 나름의 전통과 문화를 지닌 인격자이자 더 나아가 그들에게 가정이 있음을 봐야 합니다.


■ 마르티노 추기경은?

매년 미국 한인신자 견진성사 집전

마르티노 추기경은 지난 2002년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의장에 임명됐으며, 2006년부터는 교황청 이주사목평의회 의장도 겸하고 있다.

추기경은 한국 교회와도 끈끈한 인연이 있다. 태국 주재 교황대사 시절 추기경은 성탄절을 보내기 위한 마땅한 장소를 찾고 있던 한인공동체를 대사관으로 초청한 것을 계기로 매년 성탄 시기를 한인 신자들과 지냈다. 추기경은 임지를 유엔대표부로 옮기고 나서도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한인 신자들을 위해 매년 견진성사를 주례하는가 하면 교황청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뉴욕을 찾아 한인신자들의 견진성사를 집전하고 격려하는 등 남다른 사랑을 보여 오고 있다.

10월 30일 입국한 추기경은 10월 31일 오전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최기산 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와 함께 한승수 국무총리,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찾아 사형제도 폐지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으며, 오후에는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간추린 사회교리 간담회’에서 연설했다.

추기경은 절두산성지 방문, 교황대사관 주최 만찬 참석,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 임원과의 정의평화·이주사목 관련 간담회 등 나흘 간의 일정을 마친 후 11월 2일 출국했다.


Q. ‘간추린 사회교리’는?

A. 교회가 지난 한 세기 이상 사회문제에 대하여 신자들에게 체계적으로 제시해 온 모든 가르침을 2004년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에서 주제별로 정리해 펴낸 책. 신자들이 인권, 정치, 경제, 노동, 가정, 환경, 국제공동체 등의 문제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올바로 알고 그 가르침에 따라 살아갈 수 있는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아시아권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2005년 ‘간추린 사회교리’를 번역 출간했으며, 2007년에는 ‘간추린 사회교리’의 핵심부분을 정리한 소공동체용 교재 ‘사랑의 문명을 향하여’를 펴냈다.

사진설명
마르티노 추기경이 10월 31일 오후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간추린 사회교리 간담회’ 후 주교회의 정평위 위원장 최기산 주교(왼쪽)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간추린 사회교리’에 사인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swingle@catholictim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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