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성당 게시판

[멋진 배낭여행-14]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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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대 [changjhon] 쪽지 캡슐

1999-11-08 ㅣ No.1074

 ◎세계인과 대화하는 배낭여행-14회 {일본-6, 마지막회}

 

-The more power we have, the more they will beg our pardon.-

(우리가 힘을 더 가질수록, 그들은 우리에게 용서를 더 구할 것이다.)

 

나는 텐진 주변의 극장가를 찾았다. 그곳엔 말로만 듣던 성인 극장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포스터를 보고 극장에 걸린 대형 광고 그림을 보니 틀림없는 성인 극장은 극장인데..., 설마 저렇게 노골적인 성애 장면들을 보여 줄까.... 좀 과장된 그림이겠지, 나는 반신반의(半信半疑)하면서 매표소 입장료를 보니 성인 1600엔 학생 1300엔이라고 적혀 있지 않은가. 학생이 보는 것이라면 뭐 그렇고 그런 거겠지, 약간의, 아니 큰 실망(?)을 하면서도 나는 그림의 유흑(?)에 이끌려 입장권을 끊어 들어갔다. "헉! 저건 장난이 아니네!"  아니 이럴 수가, 주위를 둘러보니 그야말로 남녀노소 불문이다.

 

"음~ Japanese are not only economic animals but sexual animals, too! 그 말이 맞군. 내가 이 말을 하면 아무도 안 믿겠지. 맞어, 비디오 카메라에 담아 가야지." 그런데 촬영하다 들키기라도 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안되지... 한국인을 욕먹이는 행동을 해선. 음... 안되겠다. 우리의 상식으론 어림도 없지만 혹시 이 사람들은(?)... 나는 입구에 있는 직원에게 갔다. 그 직원이 영어를 못 알아듣기에 나는 비디오 찍는 시늉을 했다. 그랬더니 그 양반(아니 여자였음), 한 마디로 "No Problem" 이었다. 괜히 쫄았잖아, 역시 뭔가 다르군, 확 터였어, 적어도 sexual culture만은...’혹시 이 나라는 성범죄 천국이 아닐까...글쎄?’

 

나는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의 엄격한 성 윤리가 강조되는 우리 나라의 성범죄(통계)율과 일본의 성범죄율과 비교를 해보았다. 아니 근데 이게 웬 일이야... 반대잖아... 이건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지금부터라도 체면과 형식에서 벗어나 내실을 기하는 실용적인 성교육을 할 때이다. Better late than never!

(Cf: 일본 인구는 우리 남한의 세배, 경제 규모는 10배, 그러나 전체의 범죄율은 우리가 일본의 두배랍니다. 99. 11. 1 KBS. Radio에서 청취)

 

나는 이른 아침 복깡 역 구경도 할 겸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려고 역으로 나갔다. 일본인들의 바쁜 모습을 보려면 출퇴근 시간에 기차역이나 지하철역에 나가 보면 된다. 말하자면 다들 일속에 파묻혀 산다고나 할까, 어쨌든 낮 시간의 거리의 모습은 의외로 한산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따라서 그들이 하는 말엔 일리가 있다. 한국엔 어딜 가나 할 일없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나는 아침에 역 매점에서 빵과 우유를 주문했다. 그런데 두 여직원들은 거의 동시에 시계를 가리키며 기다리라고 했다. 시계는 6:5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정확하게 7:00시가 되야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갑갑하리만큼 원칙을 지키는 저들의 모습에선 적당한 융퉁성 마저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렇다. 일본인들은 규정에 의해 살고 규정에 의해 죽는다. 그만큼 규칙에 철저함을 사회 곳곳에서 확인하게 된다. 나는 바로 그들의 사회 기강을 읽고 있는 듯 했다.

 

I think that it’s very important for us to keep the principles we have once established(일단 한번 세운 원칙은 지키는 것이). Because I think that usually a certain society which keeps the rule they made is quite better than that of other’s which don’t follow their rules(자기들이 만든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회 보단 훨씬 더 낫다).

 

버스나 지하철, 어디에서든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친절이 몸에 밴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것이 본심(혼네)이든 가식(다테마에)이든 낮선 자에게 편안하고 흐뭇한 기분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여러번 한 경험이지만 버스나 전차를 타고 가다 보면 어디서 내려야 할 지 모를 때가 많다. 옆 사람에게 길을 물으면 그는 끝까지 친절히 안내한다. 나보다 먼저 내려야 할 경우 그는 다른 사람에게(가끔은 운전사에게) 나의 입장을 설명해 주고 인계한 뒤 내린다. 이러한 현장 목격은 서구에서도 쉽게 할 수 있다. 아무튼 친절한 인상은 두고두고 남게 마련이다.

 

I think that everyone likes to receive many kindness even a little act of kindness from others(조그만 행위의 친절이라도), but practically however not a few people don’t want to be kind to others(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This means I think that most people know that it is far better to be treated well than treat others well(남에게 잘 대해 주는 것보다 대접을 잘 받는 것이 좋다는). No matter it’s true kindness or not but the fact(진실한 친절이든 아니든 사실은) is that Japanese are very kind but Koreans are not. Who will say that it’s not true, I don’t know(누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제 나는 다시 부산으로 돌아간다.  짙푸른 바다 위에 하얀 포물선을 남기면서 배는 신나게 달린다. 그렇다. 돌아 갈 수 있는 조국이 있고 고향이 있다 함은 한없이 큰 은혜이며 축복이다. 그것은 우연히 주어진 것이 아닌 존엄하고 고귀한 우리 조상님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피의 대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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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은 노예 전쟁이었다. 왜구들은 이 바닷길을 통해 우리 조상님들 10만 여명을 강제로 나가사키로 끌고 갔다. 그리고 다시 노예로 팔았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마카오를 거치고 인도를 거쳐 8년만에 이태리에 도착한 예도 있었다. 그 중 한 명인 잘 생긴 소년의 이름은 안토니오 꼬레아였다고 한다. 이태리 남부의 알비촌 마을에는 아직도 꼬레아 성씨를 가진 이들이 200여명에 달한다. 당시 나가사키에서는  노예 매매가 성행하고 있었다고 이태리 노예 상인 프란체스코 카를레치가 쓴 동서인도 항해기(航海記)에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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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이 태평양전쟁에 패한 직후 1945년 8월 22일, 일본군은 그들의 필요에 의해 강제 징용한 우리 조상님들을 고국으로 보내 준다며 감언이설(甘言利說:달콤한 말과 이로운 조건을 내세워 꾀는 말)을 퍼뜨렸다. 고통의 나날을 보내며 그리운 부모 형제가 있는 고국으로 돌아갈 날을 학수고대(鶴首苦待:몹시 애타게 기다림)하고 있던 우리 조상님들은 삽시간에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일본군은 재빨리 특수 수송선인 우키시마호에 8,000여명을 승선시킨 뒤 오미나토 항을 출항했다. 그러나... 그러나... 우키시마호는 꿈과 희망이 기다리는 고국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차갑고 어두운 깊은 바닷속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환희의 순간도 잠간, 이틀 뒤인 8월 24일 오후 5:20분 일본군은 마이즈루만에서 우키시마호를 폭파시켜 침몰시키고 만다. 일본군의 음흉한 계략대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8,000여명의 생수장(生水葬)이 자행된 것이다.

 

일본인들은 말한다. 그것은 거저 우연한 사고였을 뿐이라고. 인면수심(人面獸心)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러나 그들이 저지른 천인공노(天人共怒)할 만행 앞에 아직도 숨을 죽이고 있는 못난 후손들이 있으니... 그것이 더 부끄럽다. 자괴심(自愧心)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우리 나라 정부나 일반인들 그리고 젊은이들은 아예 관심조차 없는 듯하니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그러하니 가해자이자 범법자들인 그들의 망언은 계속되고 있으며, 한국과 한국인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예외다. 무시당하지 않는다! 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인이 몇이나 될까. 가슴에 한을 안고 억울하게 죽어 간 우리 조상님들의 영혼들이 아직도 이 검푸른 바다 위의 허공을 맴돌고 있는데....

 

99/10/15(금) 15:42   korea times<코리아 타임스 기사 소개>

 

Japan Allegedly Sink Ship Carrying 5,000 Koreans at World War II

(전하는 바에 의하면 일본군은 5천명의 한국인 수송선을 침몰시켰다.)

 

Rep. Lee Shin-bum of the opposition Grand National Party yesterday urged the government to investigate an allegation that Japan sank a ship returning to Korea carrying more than 5,000 Koreans soon after World War II in 1945.(한나라당의 이신범의원은 정부에 2차대전 직후 5천명 이상의 한국인을 배에 싣고 한국으로 돌아가던 배를 일본이 침몰시켰다는 사건에 대해 조사할것을 촉구했다.)

 

The Japanese military ordered the destruction of the Japanese warship Ukishima on August 24, 1945, in an apparent bid to avoid international criticism that Japan put Koreans, including children, into forced labor during the war.(일본군부는 대전중에 어린이를 포함한 한국인들을 강제노동에 투입했다는 국제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1945. 8.24 우키시마 전함을 폭파시킬 것을 명령했다.)

 

Speaking to a parliamentary audit and inspection of the Ministry of Foreign Affairs and Trade, the lawmaker said Japanese seamen escaped from the Ukishima before it sank.(이 의원은 외교통상부 감사에서 일본수병들은 우키시마호가 침몰전에 이미 탈출했다고 했다)

 

The 5,000 Koreans were to have built an air field, tunnel and underground ammunition warehouses in Japan’s Aomori Prefecture, he said. Sixth-two survived. (5천여명의 한국인들은 일본의 아오모리 현의 공항, 지하갱도, 그리고 지하무기고 건설현장에 투입되었는데 생존자는 겨우 2/6 즉, 1,600여명에 불과했다고 했다.)

 

Lee said no statute of limitations exists for crimes against humanity.(이 의원은 인류에 대한 범죄행위에는 출소시한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여야의 당리당략을 떠나 민족적 자존심을 되찾기 위한 우리 정치인들의 활동에 기대되지 않습니까? 분명한 것은 우리 정부의 태도와 의지에 따라 일본의 반응도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우리 민족의 자존심이 아직 살아 있음을 일본과 전 세계에 알릴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지요? 개고기 먹는다고 야유하는 외국인에 대해선 한민족의 자존심 문제라며 분통을 터뜨리며 난리 법석인데, 개보다 못한 비참한 생을 마감한 자기들 조상의 문제엔 그저 조용하기만 한 그 정치인과 그 보신탕 애호가들이, 설마 자기 조상이 개보다 못하기 때문이라는 뜻은 아니겠지요? 그렇지 않고야 그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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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흔히 흐르는 강물에 비유된다. 사실 우리 인간은 그 누구도 이 강물의 흐름에서 단 한 순간이라도, 그리고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지 않은가. 역사는 선택일 수 없다. 역사를 떠난 삶은 상상할 수 없다. 엄숙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민족은 그 조상과 그 후손에게 죄를 짓고 있는 것과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참고1: 김삼웅, 일제는 조선을 얼마나 망쳤을까?)

(참고2: 사이토 사꾸지(전재진 역),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 진상)

 

▶감사합니다.          <대만편 계속>       -장 정 대-

 

▶E-mail: jackchang7@yahoo.com     ◎All rights reserved.                        

 

◆나는 여행이랄까 방랑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그것도 나는 모른다. 다만 풀 길 없는 청춘의 조급증과 핏줄 안에 설레는 광증(狂症)이 가라 앉은 것이 확실했다. 또한 가슴이 무너지는 듯한 장엄한 울림, 그 파도 소리와 또한 쓰러지고 일어나는 것의 너무나 엄청난 세계를 나대로 체험한 것이다.                -朴木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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