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어머니께 드리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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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1동성당 [suyu1] 쪽지 캡슐

2005-05-05 ㅣ No.439

어머니의 생일날 우두커니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나는 문득 어머니와 함께 기도를 드리는 것이 어머니에게 해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하는 영감을 느꼈었다. 그길로 집으로 돌아가 묵주와 성수를 들고 나는 다시 어머니에게 돌아갔었다. 문을 걸어 잠그고 나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기도하실래요?" 나는 어머니가 기도를 하자는 것을 좋아하실지 어떨지 자신이 없었으므로 장난스럽게 건넸었다.

"기도말이냐, 기도하자구?" 어머니는 순간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감은 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셨다. 물론 두어 달 전 내가 영세를 했다는 것을 전해들으시긴 하여서 내가 천주교 신자가 된 것을 잘 알고 계신 어머니이시긴 하지만 좀 의외였던 모양이다. "같이 합시다, 어머니. 기도합시다." 어머니는 안티프라민 약통에서 묵주를 꺼내드셨다. 더듬더듬 점자를 더듬듯이 머리맡을 뒤져 성모상 옆에 놓아둔 약통을 열어 묵주를 열어 꺼내드시고 어머니는 내가 내민 성수를 손끝으로 찍으셨다. 그리고 나서 아주 큰 성호를 그으셨다. 나는 멍한 모습으로 어머니의 그 모습을 몰래 훔쳐보았다. 아주 작은 성호를 긋는 어머니의 그 손은 너무나 거룩하게 보였다. ...

둘이서 묵주기도를 끝내고 나서 어머니는 내게 말씀하셨다. "고맙다, 다혜 아범아." 기도를 끝낸 어머니의 얼굴은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기쁨이 생생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장어를 사다드리는 것이 아니고,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용돈을 드리는 것이 아니고,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는 것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공짜이며 그러면서도 가장 값진, 어머니를 위한 선물이 아닐 것인가.

- 최 인호,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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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기발한 데가 있네요. 평범한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 냅니다. 그 덕분에 부모님을 진정 기쁘게 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자식은 안 키워봤지만, 이리 저리 보고 들은 바에 의하면, '자식 농사'만큼 어려운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자식 낳아 기르시면서 때로는 자식 걱정에 밤잠 못주무시고 마음 졸이시는 부모님들, 그분들은 자식들의 작은 정성에 크게 기뻐하고, 다시 힘을 얻으시는 것 같습니다. 어버이날 전후 만이라도 효도 비슷한 것이라도 해봐야겠지요. 어버이 날 하루만이라도 그분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피어나고, 그 웃음으로 인해서 주름진 마음까지도 활짝 펴졌으면 좋겠습니다. / 손희송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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