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6월 16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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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6-16 ㅣ No.99

05:50 - 어제 한전공사 중 포크레인이 전기선을 잘못 건드려 01:00부터 정전이다.

      밤샘작업으로 이제야 겨우 마무리 되어가는 중이다. 성당종탑의 시계는 00:59이다.

        전국연합은 대형천막 한 동과 5인용 천막을 설치한 모습이 보인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비가 오는데 천막을 걷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약속대로 천막을

      걷으면 비가 그친 후 걷으라고 말해야겠다.

 

10:00 - 성당의 아치 밑에서는 민노총 단식단의 기자회견이 있고, 간이천막 앞에는

      사무금융노련 소속 노조원 20명이 문제사업장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를 외치며

      시위중이며, 이어서 "현 시국에 대한 원로 및 각계 대표자 선언"(선언문 첨부참조)

      이어진다. 전국연합의 5인용 천막은 사라졌지만 대형천막은 철수하지 않고 있다.

      대표중 한 사람에게 다시 요구했다. 15:00까지는 대형천막을 철수해 달라고.....

      비가 내리는 중에 이곳 저곳에서 구호와 노래의 함성이 울려퍼진다.

 

15:00 - 전국연합 천막을 찾았다.

      전국연합의 대표를 만나 "내가 직접 천막을 철수하겠다"고 말했다. 어떻게 믿고 일을

      하라고 이렇게 하느냐? 매번 이렇게 하니까 저 옆의 사람들까지 결국 피해를 보고

      성당측으로 하여금 이렇게 할 수 밖에 없게 만들지 않느냐?고 항의를 했다. 또

      약속했으면 그것을 지키는 것이 도리가 아니냐? 어른으로써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전국연합 대표는 비가 그치면 이번엔 정말 철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래 또 믿자!

 

        누군가가 말한다. 그렇게 번번히 당하면서도 또 믿느냐?고........

      쓴 미소가 절로 난다. 휴~~~~~~~~~~

      

16:00 - 밖이 소란스럽다.

      한국노총 3,000여명이 서울역에서의 집회를 마무리하고 정리집회를 갖기 위해 왔다.

      그러나 단 한 명의 집행부도 아무런 연락을 주지않았다. 밖으로 나가보니 정말 아수라

      장이다. 성당 정문 아치 앞에서는 7-8명이 소주 4명을 놓고 오징어를 안주로 하고

      있다. 몇 명은 이미 취해 있고 고성이 오간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정말 뭐하러

      이곳에 왔는지 모르겠다. 호통을 쳐 모두 몰아냈다. 언덕은 더 아수라장이다.

      밤샘공사 후 차량의 진입을 위해 임시 콘크리트를 치고 비닐과 헝겁을 덮고 차량통행

      금지판을 설치 했지만 한국노총 노조원들이 가득찬 언덕에서는 차량들이 어쩔 수 없이

      서 있다가는 콘크리트 위로 움직이고 차량은 빠지고, 누구도 질서를 유지하지도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직접 질서를 유지시키며 차량소통을 시키고 난 후, 성당마당으로

      올라왔다. 한국노총 위원장이 민노총을 방문하고 있다. 방문을 마치고 나오는 위원장

      에게 질서를 부탁하려 했지만 사수대에 둘러쌓인 위원장에게는 접근도 못했다.

      누구에게 말해야 하나? 민노총처럼 집행부의 한 사람이라도 성당과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면 이런 일은 없을 텐데...............

      하지않으면 나라도 또 연락을 취해봐야지, 처음부터 잘할 수 없지는 않은가?

      그래도 우리나라의 거대한 조직 중 하나인데, 그런절차 조차 취하지 않는 것은 왜일까?

      마음의 갈등이 일어난다.

 

17:30 - 성당 언덕은 다시 평온을 찾았다.

      정리집회를 마친 한국노총 노조원들이 돌아갔다.

      그렇지만 아침에 구호를 외치던 사무금융노련 노조원 20명이 무기한 동조단식에 돌입

      한다고 외친다. 어떻게? 어디에서? 끝이 없다.

        하지만 성당측 입장을 잘알고 있는

      민노총이 어떻게 해결책을 마련하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그러니 동조 단식을 받아들인

      것이겠지...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알아서 해결할 모양이다.

 

21:00 - 성당마당 예수성심상 옆에 또 하나의 천막이 들어선다.

      사무금융노련의 무기한 동조단식 선언 이후 단식을 위해 천막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70분간의 교육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려는데 안내실 직원이 찾는다기에 만나보니

      볼멘소리다. "신부님이 장소를 제공하니까 이런 사태가 점점 커져가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온통 북세통인 성당마당에 또 한동의 대형 천막이 들어서니 난감한 것이다.

        급히 민노총 대외협력국장을 찾았으나 없었다. 다시 민노총 부위원장을 찾았다.

      "왜 약속과 다르냐?"고 묻자, 잘 몰랐다는 것이다. 이렇게 처음 약속과 다르게 일을

      진행하려면 민노총 사무실로 돌아가 단식농성을 계속하라고 요구했다. 대외협력국장과

      논의할 때, 지금의 성당사정을 이해했고, 최대한 협조를 하겠으며, 더이상의 천막은

      없을 것이라했다. 따라서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사에 필요한 자제들을 치우고 공간을

      비워주었다. 그런데 이제 아에 천막의 동수가 늘어나며 성당마당을 점점 더 장악해 온다.

        부위원장은 상태를 알아보고 조취를 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23:10)까지도 천막은 그대로다. 되돌아와 대외협력국장의 손전화를 이용해

      통화를 시도했고, 마침내 통화가 이루어졌다. "너무하잖은가? 서로 불편을 감수하자고

      약속했으면 불편하더라도 대형천막 2동이나 가진 곳에 합류를 해야지 왜 또다른 천막을

      치느냐? "왜? 약속을 여겼느냐?"고 묻자, 그런일이 있느냐며 지금 성당로 향하고 있으니

      조금 후에 진상을 알아보고 전화를 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직도 소식이 없다.

        밖에서는 전국연합의 영화상영과 집회를 갖는다.

      이제는 협조도 구하지 않는다. 처음 협조를 구하고 허락해서 추모 영상제를 마친 후로는

      당연히 이곳을 차지해도 무방하다는 식이다. 그러니 어떻게 어떤 수준에서 허락을 해야

      하는 걸까? 답답하기만 하다. 약속을 지키라고 말하면 성당이 어찌 그럴 수 있느냐고 싸우고

      약속하나 지키지 못하는 도덕성을 지닌 사람들어 어떻게 성당에 들어와 정의를 외치며

      농성을 하느냐고 따지면 적으로 간주해 점령하려들고, 사안과 여러사정들을 종합해 허락하면

      성당의 사정은 아무런 안중에도 두지않고 마음대로 일을 처리하는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없게 만든다. 결국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성당을 통째로

      내어달라는 식이다.

 

        "신부님! 이제야 아시겠죠?

        신부님이 아무리 이성적으로 설득하고 사정을 이야기해도,  서로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배려를 해도, 끝없이 달려들어 모든 것을 내어놓으라는 그들의 요구를....

        이제 어떻게 하시겠느냐?"는 비아냥의 소리가 가슴을 후린다."   

        결국 이렇게.....

        다시 도리질을 해본다. 내일은 천막의 대표들을 다 불러야 겠다.

        또 다시 대화를 해 보아야겠다.

        하느님! 제가 마징가-Z 인가요?    히^^;; 저도 그만 쉴렵니다.

첨부파일: 대표자 선언-1.txt(14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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