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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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근 [bkgi] 쪽지 캡슐

2001-02-07 ㅣ No.4312

     

       빵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잘 구워진 방

 

적당한 불길을 받아

앞뒤로 골고루 익혀진 빵

 

그것이 어린 밀이었을 때부터

태양의 열기에 머리가 단단해지고

 

덜 여문 감정은

바람이 불어와 뒤채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제분기가 그것의

아집을 낱낱이 깨뜨려 놓았다

 

나는 너무 한쪽에만 치우쳐 살았다

저 자신만 생각하느라고

 

제대로 익을 겨를이 없었다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속까지

 

잘 구워진 빵

 

           - 류 시 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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