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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용산할머니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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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novita] 쪽지 캡슐

2000-05-04 ㅣ No.1546

[펌] 용산 할머니 뒷이야기.. 핅독 바랍니다  

너무나 간절한 예기입니다....

 

모두 읽어주세요....

 

도와드리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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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홍익대학교에 재학중인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이 글은 전에

각 통신망에 올라왔었던 용산 할머님에 대한 뒷이야기이자, 여러분의

도움을 호소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지루하시더라도 끝까지 읽어주시고,

조금씩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4/22) 오전에, 통신상에서 공동구매한 공CD를 수령하러 용산에

갔었습니다. 어제 이미 할머님을 잠깐 뵈었었던 터라, 오늘 만약에 혹시

할머님을 다시 뵙게 되면 꼭 연락처같은 것들을 알아 오겠노라 생각을

했었습니다.

 제가 용산에 도착하던 때는 안 계셨는데, 돌아가던 길에 보니 할머님이

나와계시더군요. 얼마나 되셨는지는 모르겠는데, 껌은 한 통도 팔지

못하고 계셨습니다.

(할머님은 절대로 지나가는 사람에게 말을 붙이지 않으십니다...)

 

 

 할머님의 성함은 ’한복희’이십니다. 저번 다른 분의 글과 제

글의 내용, 오늘 들은 이야기까지 모두 합쳐서 간단하게 할머님의

현재 상황을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할머님은 6.25 동란때 가족을 모두 잃으셨습니다. 아버님은

선생님이셨던 것 같고, 작은아버지 두 분도 각각 의사, 공무원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쟁때 인민군에 모두 납치되셨다고

하시는군요. 그 이후로 평생 혼자셨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하시면서 울음을 터뜨리시더군요...)

 하여간 그래서 지금은 친척이나 친지는 전혀 없고, 마땅히 몸을

의탁할 곳도 없으십니다. 저번 다른 분의 글에서 언급된 ’용산

근처에 얻은 방’은 할머님이 얻으신게 아니고, 그 용산역 밖에서

매점을 하시는 어떤 아주머님이 그냥 같이 살게끔 얻어주신 거라고

합니다. 신용산 방향입니다.

 

 

 할머님은 나라에서 나오는 극빈자 수당 약간을 제외하고는 다른

수입이 없으신 상황입니다. 그래서 껌을 파십니다. 껌은 정가대로

그냥 가게에서 구입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껌을 매점 아주머님께

얻어오거나 하지 않고 300원씩 다 주고 구입을 하시는 듯 합니다)

 그리고 그 300원짜리 껌을 500원씩에 파십니다. 주로 파시는 곳은

서울역과 용산역입니다. 서울역은 비라도 오면 나가실 수가 없고,

또 단속같은 것도 있어서 힘들다고 하십니다. 용산역 안에서는

단속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하루에 2000원, 3000원정도를 버신답니다. 껌 한 통에 200원이

남는 장사이니까, 그 껌 25통 한박스조차도 종일 앉아서 다 팔지

못하고 들어가십니다. 그나마 낮에는 물도 사 먹어야하니 사실 남는

것도 없다십니다. 다른 분의 글에도 올라와 있지만, 낮에는 그냥

종일 굶으시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그 벌이도 안되는 날이 많답니다. 그런 날이면 집에 가서

서글퍼서 우신답니다. 그러면 같이 사는 아주머님이 또 얼마 못

팔고 왔냐고 말한다고... 그러시더군요.

 

 

 보통 집에서는 라면을 드십니다. 지금 천주교 신자이신데, 전에

한 번 사제님이 8천원을 주시면서 라면 그만 드시고 밥을 해서

드시라고, 그래서 덕분에 밥을 해먹었었다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바꿔 말하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라면으로 연명을 하신다고 이해가

됐습니다... 또 한 번은 다른 신자분이 취사도구를 가져오신다고

하셨는데 지하철 안에서 그걸 다 잃으셨다고... 그리고 어차피 쌀같은

것들을 마련해 봐야 도구도 없어서 잘 먹지도 못한다고 제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 걸로 봐서 집안에 가재도구도 적절히 준비되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할머님은 지금 왼쪽 눈을 거의 실명하신 상태입니다. 병원에서는

백내장이라고 그랬답니다. 아마 직접 보신 분이 없으실텐데, 왼쪽 눈이

마치 눈동자가 사라진 듯 움푹 꺼져 있습니다. 떠져 있는 오른쪽

눈도 퀭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영양이 부족해서가 아닐까요...)

그런데 왼쪽 눈은 정도가 훨씬 심합니다. 거의 감겨 있는 상태이고,

움푹 들어가있어서... 너무 안스럽습니다...

 

 오른쪽 무릎에는 류머치스성 관절염이 있으시답니다. 그것때문에

걸어다니실 때 보면 다리를 끄십니다. 즉 한쪽 다리가 심하게 아프신

상태입니다. (그 다리로 하루 종일 쭈그려 앉아서 껌을 파십니다..)

작년에 한 번 길에서 심하게 넘어져서 무릎을 깨버리신 적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때문에 다리를 절지는 않는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잘은 모르겠습니다. 같이 사는 아주머님이, 지금 일어나지 못하면

평생 못 일어난다고 윽박지르면서 강제로 일으켜서 걷게 했다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걸어다니는 거라고 그러십니다. 껌 파는 것도,

돈이 모자른 것도 있지만 운동을 자꾸 해야 다리가 굳지 않으니까

왔다갔다 해야 하는거라고 그러십니다...

 

 지금 현재는 감기에 걸려 계십니다. 심한 것 같지는 않은데 기침을

가끔 쿨룩쿨룩 하십니다. 요 며칠 날씨가 안좋았으니까, 그래서 그러신가

싶었는데, 약이라도 좀 지어드십사... 했더니 2주일째 약을 주는 사람이

오지 않아서 약은 못 먹고 있다고 그러십니다. 보험증이 있으니까 약은

어떻게든 해결이 된다고 그러신걸로 보아서는 아마 받아다 주시는 분이

따로 있는데 요즘 드물게 오시는 것 같습니다.

(나이드신 분들한테 감기는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만 원을 드리고 그냥 되는 대로 껌을 달라고 그랬더니,

다섯 통만 남기고 다 가져 가라십니다. 그래서 아니라고, 그렇게는

곤란하다고 하고 한 반 정도만 덜어놓고 이야기를 좀 더 나눴습니다.

그러다가 할머님이 자꾸 우시고, 날씨도 을씨년스럽고 해서 남은 돈 만

원을 마저 드리고 껌을 다 가져 왔습니다. 내일도 다시 벌이는 하실

거라고 하시는군요.

 밥이라도 좀 지어드십사... 말씀은 드렸는데, 어차피 제가 드린 얼마

안되는 돈이래봐야 만원 약간 넘는 정도... 가서 다시 내일 파실 껌을

사셔야하고, 약 지어 드시고, 물이라도 사 가시고, 라면이든 쌀이든

사서 들어가시면 그걸로 끝입니다... 방은 기름을 때는 방인데 석유 살

돈이 없어서 난방을 하시질 못한답니다. 지난 겨울에는 어떻게 견디셨는지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타이핑을 하면서 자꾸 눈에 눈물이 고입니다... 저도 칠순이 넘으신

할머님이 계시거든요... 껌을 가져오지 말걸...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그런데 이걸 안 가져오면 오늘 또 내내 집에 안 들어가시고

밖에 계실 것 같아서 하는 수 없었어요...

 저랑 헤어질 때, 제가 주변 사람들한테 이야기를 해서 도와드릴

방법을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더니 할머님께서 그러시더군요.

자기(할머님 본인)한테 돈 많이 쓸 필요 없다고... 그냥 저 하는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하시더군요...

 

 

 

 할머님을 도와주실 분들이 없나 찾고싶어서 이렇게 길게 글을

썼습니다. 일단은 할머님 전화번호는 받아 왔습니다. 통신상에

띄우지는 않겠습니다. 어떤 분께서 나서주신다면 그 분께 그 번호를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렇지 않을 때는 제가 할머님 다니시는 성당을

수소문해서 그쪽에 돈을 모아서 전해드릴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할머님께 직접 돈을 드리는 것 보다는 성당쪽에 금품을 모아 전하면

사정 아시는 그분들이 훨씬 할머님께 유용하게 도움을 드리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용산 전자상가는 통신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가는 곳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글을 읽고 쓰는 장비들, 매일같이 올라오는 업그레이드 정보니

게임이니 하는 것들... 그 곳에서 하루에 통신인들이 구매하는 부품의

양은 수십억원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많은 돈이 오고가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데, 겨우 하루에 껌 열 통이라니요... 겨우 하루에

껌 스무통이라니요...

 ...........

 

 

 혹시 할머님을 도와주실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sognsogn@nownuri.net

앞으로 E-Mail을 보내주세요. 그럼 제가 일단 주소록을 만들어서

갈무리를 하고 있다가, 계좌같은 것이 마련되는대로 답장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nownuri가 불통이면 sognsogn@hanmail.net으로 편지를

보내셔도 됩니다...)

 

 그리고, 힘드시더라도 이 글을 다른 곳에 좀 뿌려주세요. 한 분이라도

더 많이 읽으시고, 한 분이라도 제게 편지를 더 보내주시면, 그 한 분

만큼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처음 올라왔던 저번 글은,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읽었습니다. 정말 백분지 일의 사람들이라도 신경을 써주시고,

다만 돈 천원이라도 도움을 주신다면, 정말 후회하시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제가 HiTEL Plaza, HiTEL OSC, 나우누리 Plaza에

올리겠습니다. 혹시 글 옮기시기 힘드시고, 돈 보내시기 힘드시다면, 하다못해

이 글 추천하셔서 더 많은 분들이 읽을 수 있게만 해주셔도 전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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