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성당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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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연 [zyzyzy] 쪽지 캡슐

2000-03-23 ㅣ No.574

사랑의 말

 

                                       김남조

 

 

(1) 사랑은

 

말 하지 않는 말

 

아침에 단잠을 깨우듯

 

눈부셔 못견딘

 

사랑 하나

 

입술 없는 영혼 안에

 

집을 지어

 

대문 중문 다 지나는

 

맨 뒷방 병풍 너메

 

숨어사네

 

 

 

옛 동양의 조각달과

 

금빛 수실 두르는 별들처럼

 

생각만이 깊고

 

말 하지 않는 말

 

사랑 하나

 

 

 

(2) 사랑을 말한 탓에

 

천지간 불붙어 버리고

 

그 벌이 시키는대로

 

세상 양끝이 나뉘었었네

 

한평생

 

다 저물어

 

하직삼아 만났더니

 

아아 천만번 쏟아 붓고도

 

진홍인 노을

 

 

 

사랑은

 

말해버린 잘못조차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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